내가 생각하는 원불교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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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는 원불교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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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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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고 서법일 교장
화랑고는 1998년 개교이래 열린 교육을 실현해 우리나라 교육 개혁의 한 획을 그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나는 화랑고가 처음 무에서 출발할 당시 교장으로 취임한 이래 7년째 청소년들과 24시간 부대끼며 그야말로 피터지게 살아왔다.
처음에는 불교색이 강해 원불교 학교가 들어서는 것 자체를 반대하던 학교인근 지역주민들조차 원불교 이름으로 특성화대학을 세워달라고 요청해 올 정도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
작년과 올해 마음공부 하겠다고 화랑고에 찾아온 사람만 해도 7000명이고 한꺼번에 1200명을 놓고 강의를 해야 할 정도로 마음공부에 대한 열기가 높기만 하다. 현재 화랑고는 문화관광부와 외교통상부, 서울시 등 네 곳의 요청으로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경북지역 교장연수 프로그램으로 화랑고의 마음공부가 필수로 되어있을 정도로 외부의 호응이 뜨겁다.
나는 우리 교단 내부에서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이 적고, 마음대조 공부가 얼마나 경쟁력있는 상품인지를 잘 모르는 것 같아 너무나 아쉽다. 심지어는 화랑고에서 마음공부를 접하고 “교장선생님! 기뻐해 주세요. 저 마음공부하러 가야산에 왔어요”라는 전화를 받을 때도 있는데, 세간의 마음수련이 원불교의 마음공부와 같은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도 많아 답답하기가 그지없다.
나는 마음공부 야말로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법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화랑고엔 개성이 강한 아이들이 있을 뿐 문제아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모르고 하는 소리다. 개중에는 사회에서 조폭행동대원으로 활동하다 들어와서 교장인 나를 칼로 찔러 죽이겠다고 난동 부리는 아이도 있었다. 나는 그런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까지도 견디어낸 생생한 경험으로 마음공부를 지도해왔다. 나는 화랑고 선생님들, 교무님들과 3년동안 월급을 못받으면서도 학부모들로부터 기부금 한 푼 받지 않았고, 결국 ‘원불교 진짜 깨끗하다’는 평을 듣기에 이르렀다.
사실 내가 지금은 화랑고 교장을 하면서 열심히 학교 일을 하는 것이 사은에 보은하는 길이라고 생각하며 살고 있지만, 그 전까진 나도 행사교도였고 고등학교 졸업 후 3년은 절에 가서 머리를 깍은 적도 있다. 종교사 공부도 해봤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대종사님은 정말 새부처님이라는 걸 느낀다. 대각하신 날을 개교일로 삼은 성자는 우리 대종사님 밖에 없다. 더욱이 공자님은 고향에서는 상갓집 개란 소릴 들을 정도로 푸대접 받았고 마호메트는 자기 고향 메카에서 쫓겨나는 헤지라(성천(聖遷))를 겪기도 했다. 그런데, 우리 대종사님은 자기 집안의 어른들까지도 스스로 제자가 되어 입교하는 범상치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사회적으로 명망있는 사람들도 자기 집안 내부에선 인정받기가 힘든데, 이 얼마나 대단한가?
우리 원불교도들은 법이 좋다는 것은 다 알면서 ‘나만 믿으면 되지’하고 마는 것 같다. 타 종교인들, 기독교인들은 전철 안에서도 ‘예수 믿으세요’하며 전도하고 다닌다. 서울역 앞엔 가면 천리교인들이 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기독교 부흥회에 한번 가보면 그 열기에 놀라게 된다. 할렐루야 외치고 아멘 하면서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원불교도 뭔가 흥이 나는 추임새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우리 원불교인은 다 좋은데 자기 마음의 불을, 정열을 토해낼 줄 모른다.
우리 법이 아무리 좋아도,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오늘 여기 모이신 9인연원실천단은 구슬을 꿰는 역할을 해야 할 교단의 지도자들이다. 우리 원불교 법을 전파할 전법사도인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라는 책을 보면 개미사회에서 모든 개미들이 다같이 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먹이를 축내지 않고 쉴새없이 일하는 개미는 전체의 3~5%라고 한다. 인간사회도 마찬가지다. 사회를 이끌어가는 것은 이 3~5%의 지도자들이다. 여러분은 우리 교단을 이끌어갈 지도자들이다.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희생과 봉사인 것이다.
화랑고에서는 올해 졸업생 40명 중 20%인 5명이 전무출신을 서원했다. 5명 전무출신 중엔 원불교 집안은 하나도 없다. 무교, 천주교, 불교 집안인데 그 부모들 스스로가 자식을 성직자 만들어달라고 하면서 개종까지 했다.
어떤 학부모는 화랑고 다니면서 아이가 너무 달라졌다고 기독교신자면서도 원불교 군종 도입을 위해 해병대 300명의 입교 명단을 제출해주기도 했다.
서울교구 어느 교당이던지 마음공부에 대한 강의를 요청해 온다면, 나는 언제든지 필요로 하는 곳에 달려갈 준비가 되어있다.
나는 요즘 신분의성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성(誠)이라고 생각한다. 성은 말씀언과 이룰성으로 이루어진다. 정성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행동으로 옮겨내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원불교도들은 알고 보면 지식층이 많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을 실천하는 힘은 부족한 것 같다. 실천을 통해 교화를 현실화시켜야 한다. 수도 서울에서 9인연원실천단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정리 서원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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