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주 5일 근무제 어떻게 대처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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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종교, 주 5일 근무제 어떻게 대처하나?
  • 민소연
  • 승인 2005.10.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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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02년 시작된 주 5일 근무제는 이제 기업, 관공서를 넘어 군대, 학교에까지 그 시행범위가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불교를 제외한 종교계의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던 도입초기와는 달리, 만 3년이 지나는 현재의 상황은 전과 비교해 많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평이다. 오히려, 2004년 하반기에는 6년전인 1998년보다 종교인구가 4.2% 포인트 늘었다고 조사됐다. 이는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각 종단들의 노력에 무관하지 않다. 종교계로서는 파격적인 조계종 총무원의 주 5일 근무 도입이나 주일성수(主日聖守)에 벗어난 평일예배 등 내외의 많은 논란 속에서도 각 종교단체는 더 많은 종교 인구를 확보하기 위해 또다른 변신을 꾀하고 있다.?

주 5일제 최고의 스타, 템플스테이

초창기부터 주 5일 근무제를 환영해온 불교계는 전통문화와 웰빙 트렌드를 적극 이용, 사찰체험 프로그램인 ‘템플스테이’를 주 5일제가 낳은 최고의 스타로 만들었다. 현재 템플스테이를 시행 중인 조계종 사찰은 전국 43개에 이르며, 올해 들어 8월까지의 참가자 수는 3만 7천여명으로 2004년 한해의 참가자 3만 6천여명을 넘어서, 더해가는 템플스테이의 인기를 보여준다. 더구나 최근 9개국의 주한 외국대사와 가족들이 강원도 원주 구룡사의 템플스테이에 참가하는 등 외국인의 참여가 크게 늘어, 명실상부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프로그램으로도 자리잡았다. 2004년 조사에 불교인구가 98년 조사 때 수치(23.5%)보다 3.2% 늘어나 다른 종교에 비해 가장 높은 폭의 증가율을 보인 것은 이러한 템플스테이의 성공과 무관하지 않다. 불교계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연 2천만이 넘는 산사방문객들을 위해 새벽예불을 개방하고, 산사 일요법회를 상설화하는 등의 포교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평일예배와 레저시설 갖춘 기도원

예배참석인원의 감소를 우려, 주 5일제에 비판적이던 개신교의 변화는 큰 파장을 가져왔다. 2004년 구로구 갈릴리교회가 처음으로 금요예배(인명진 목사)를 진행했는데, 이 점이 주일을 지켜야하는 ‘주일성수’에 반하는 것이어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예배보다 주말여행를 택하는 신도를 잡기위해 수요 ·금요철야 등 평일예배를 선택하는 교회가 늘어나는 추세이며, ‘공부잘하기 세미나(한경철 목사)’ 등의 강연을 열어 전도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또 여의도순복음교회는 파주에 지하2층 지상4층 규모의 ‘오산리 기도원’을 재개관해 눈길을 끈다. 이 기도원은 연중무휴 1일 4회 예배가 진행돼 신도들의 신앙 활동을 도울 뿐 아니라, 실내외 수영장, 사우나, 잔디구장, 국궁장 등을 갖춘 레저시설 ‘영산수련원(구 순복음수련원)’이 위치, 비신도들에게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영성체험

카톨릭의 경우, 일찍이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된 유럽을 모델로 해왔다. 주말에 더욱 붐비는 유럽의 수도원들은 자연경관, 특산물 등과 연계, 하나의 관광상품으로 발전된 지 오래다. 이것은 가족중심의 사목으로 돌파구를 찾던 서구교회의 모색 결과이며, 한국 카톨릭도 이를 지향한다. 요나교회의 솔밭 묵주기도, 백사장 자연묵상 등 자연과 함께 하는 영성체험과 시골 성당에서 주말음악회, 감자체험 등이 진행되는 영적 펜션 개념이 도입됐다. 주 5일 근무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한 강원도 평창의 대화성당은 ‘작은 마을 예술성당’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또한 신자들이 거주지 인근 성당에 소속되도록 하는 ‘속지주의’를 떠나, 여행 장소 근처 어느 성당에서도 신앙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교구간 협력을 도모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도심으로 파고드는 민족종교

또한, 이제까지 거론된 종교들이 주로 주 5일 근무제로 인해 도심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증산교, 천도교 등의 민족종교들의 경우, 오히려 출·퇴근 전후의 수행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등 도심으로 더욱 파고들고 있다. 천도교가 생활 속에서 주문수행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증산교의 예식인 ‘치성’은 원래부터 수요일과 일요일로 나누어 모셔진다. 생활 속에서의 수행을 강조하는 민족종교의 이러한 점은 ‘처처불상 사사불공’을 모토로 하는 원불교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요컨대, 주 5일 근무제 보편화에 발맞춰, 경관이 뛰어난 훈련원들의 가족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홍보·이용하며, 안내원이 필요없을 정도로 성지를 꾸며 관광상품화 하는 등의 노력은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동시에 원불교만이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 청렴하고 계몽적이며, 낮고 어두운 곳에서 일해왔다는 원불교의 이미지를 적극 활용, 주 5일 근무제라는 위기를 오히려 교화의 기회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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