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영혼에 대한 종교적 윤리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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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 영혼에 대한 종교적 윤리적 고찰
  • 한울안신문
  • 승인 2005.12.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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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공 교무


대부분의 동양 종교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하나의 ‘유기체’로 이해하면서 자연에서 나와서 자연으로 사라지는 인간의 유한성을 일찌감치 인정하고 있다.

사대와 오온의 임시적 화합

원불교 교리의 기본 바탕을 형성하고 있는 불교의 생명관은 일반적으로 地水火風 혹은 五蘊인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을 가지고 설명한다.
지수화풍 4요소 가운데 風은 생명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생명의 원동력이 되고, 地水火는 생명의 재료가 되어 신체를 구성한다고 한다. 五蘊은 色受想行識으로 다섯가지 인연의 화합으로 受想行識은 일종의 정신적 작용을 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요소로 여겨지는 것이 識이며 風의 요소인데, 이 요소가 地水火와 色에 결합하는 것은 여전히 미스테리한 영역으로 남게 된다. 우리들은 여기에서 이 識(풍, 알리야식)을 흔히 영혼과 동일시하기도 하고 생명을 유지시키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주의할 점이 있다.

영혼과 윤회의 주체

지수화풍이나 색수상행식이나 이들 요소는 본래 실체가 없으며 임시로 화합하여 있는 것이라는 점이다. 지수화풍과 색수상행식 오온은 서로의 관계성속에서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개체로서의 자성은 없다.
우리는 대체로 인간의 속성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영혼을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사람을 혼(魂)과 백(魄)으로 나누어 보는 한국인의 전통적인 생각이 그렇고, 원불교에서도 여성이 임신하고 있을 때는 ‘태아의 영식이 어리는 때이니’라는 언급, 정산종사의 영기질론, 천도품의 영혼천도에 관한 내용이 모두가 영혼에 대한 일반의 생각과 원불교인의 생각이 그리 다르지 않다.
불교의 대장경에서도 수정 순간 영혼과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간다바(gandhaba)가 유입된다고 하는 설이 있다. 가톨릭에서도 수정 순간에 영혼이 들어온다는 전통적인 견해가 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배아 발생 이후 약 14일까지는 일란성 쌍둥이로 분할 될 수 있다. 만약 수정 순간부터 인간의 영혼이 존재한다고 하면 하나의 영혼이 나뉘는 것이거나 다른 하나의 영혼이 추가로 들어오는 것이거나 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어느 종교의 원리에서나 영혼을 중심으로 생명을 설명하다보면 누구도 피하지 못할 딜레마라고 할 것이다.

은적 유기체로서의 생명 그리고 인간윤리

생명이 지수화풍 사대의 인연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것, 오온의 임시적 화합에 의하여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연기론적 사고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원불교의 일원상 진리와 사은을 ‘은적 유기체로서의 생명관계’ 혹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관계’라고 한다. 삼동윤리에서 동기연계를 말하기도 한다. 생명은 다른 것과의 관계 그 자체이다. 생명은 서로가 배타적인 존재일 수 없으며 다수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결합된 관계망 이것이 사은(四恩)이다.
이 생명의 원리를 구체적인 삶의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은적 유기체로서의 인간임을 철저히 자각하고 그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합의에 바탕한 인간 윤리, 나아가 생명윤리가 중요하다. 우리사회에는 생명문제와 관련한 다양한 난제들이 있다. 사형제도 존폐문제, 안락사문제, 뇌사인정문제, 장기이식문제, 유전자조작문제, 낙태문제 등등, 아주 많은 문제들이 생명윤리와 관련하여 등장하고 있다. 이 각각의 사안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마음의 중심을 잡아야 할 때

동양의 정신문화와 복제 기술은 원리적으로는 별다른 마찰을 보이지 않지만 인간이 복제되어 태어나는 것은 막아야 한다. 만약 인간이 복제되어 태어난다면, 그도 온전한 인간으로서 대접해야 할 것이다.
줄기세포로 난치병을 치료한다는 성과 속에서 우리들이 은근히 기대하는 것은 불사의 꿈이 아닐지? 아무리 새로운 신형 장기로 자신의 장기를 바꾼다 해도 결국 죽음은 피하지 못할 것이다.
과학기술 의료기술이 생명의 연장과 장애의 최소화를 위해서 노력한다면 종교에서는 반대로 생애를 마감하는 죽음과 장애의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종교적 교육, 욕망을 절제하고 주변과의 관계 개선에 노력할 수 있도록 하는 종교교육에 노력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삶의 가치, 활동의 가치가 중요하듯이 죽음과 장애의 가치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나이 사십이 되면 죽어갈 보따리를 챙기라는 말씀, 임종을 앞두고 보름 이상씩 곡기를 끊고 열반을 스스로 맞이하는 존엄한 죽음의 모습을 보여주신 선진들의 모습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존엄한 죽음의 문화를 만들기 위한 죽음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학을 대하는 원불교의 기본 정신은 과학문명과 정신문명의 조화이다. 그리고 정신문명이 주체가 된 과학문명의 선용이 원불교의 가장 기본 입장이다.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소중성이 하찮게 여겨지고 있는 세상, 존재하는 모든 만물에 대한 사랑의 마음이 없는 한, 인간의 욕망은 항상 우리를 곤란한 지경으로 끌고 들어갈 것이다. 천지만물 허공법계를 부처로 여기는 처처불상 사사불공이 사회의 질서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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