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좌담/ 교정원 서울 이전을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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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좌담/ 교정원 서울 이전을 생각한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3.0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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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교정원 서울이전 신속하면서도 전면적으로 추진돼야



하이원빌리지 대책위원회가 하이원빌리지 일부시설을 교정원이 사용함으로써 서울이전의 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건의를 하면서 한동안 잠잠해 있던 교정원 서울이전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교정원 서울이전은 해방 전후부터 교단의 변화가 요청될 때마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어왔던 문제 중 하나. 특히 후학양성에 심혈을 기울였던 주산 송도성 종사와 묵산 박창기 대봉도는 중앙총부의 서울 이전과 유일학림 서울 설립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선진이었다.


이러한 주장은 주산 종사와 묵산 대봉도의 뜻하지 않은 열반으로 실현되지 못하다가 우리사회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넘어가는 시점인 반백주년기념대회를 기점으로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러나 교단을 심각한 경제위기로 몰아넣었던 일명 남한강 사건은 교정원 서울이전에 대한 꿈도 더불어 앗아가고 말았다.


그러다 원기 86년 마침내 교정원이 단계적 서울이전을 결정하면서 교정원 문화사회부와 원불교청년회가 먼저 서울로 올라와 서울시대를 열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교정원 서울 이전은 이후 더 이상 추진이 되지 않았다. 원기 90년에는 이와는 별도로 원음방송이 익산에서 서울로 키스테이션을 옮겼고, 원기 93년에는 원불교스카우트와 월간원광사가 서울 이전을 단행했다.


그리고 지난 해 말 하이원빌리지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교단 내부에서는 교정원 서울이전 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기 시작했고, 2월14일 하이원빌리지 대책위가 교정원 측에 정식으로 서울이전을 건의하면서 활발한 논의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 교정원 서울이전에 대한 찬반 논의가 최근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 하십니까?


최호준 : 한반도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는 수도권에는 우리나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그리고 우수한 인재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2005년 인구센서스를 바탕으로 보면 남한인구의 48%인 2,277만명이 수도권에 살고 있는데 반해, 원불교 교도 중 31%만이 서울에 있고 출가교역자의 10%만이 서울에 주재하며 교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3.7%가 있는 전북지역에 원불교 교도의 32%가 있고, 출가교역자의 상당수가 집중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이는 중앙총부가 익산에 있음으로 해서 빚어진 부조화 현상이 아닌가 싶습니다.


얼마 전 한국 가톨릭을 이끌어 온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을 하셨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삶을 우리나라 민주화에 대단한 역할을 하신 분이라고 평가를 했습니다. 그런데 김수환 추기경이 계셨던 명동성당이 익산 중앙동에 있었다면 과연 어땠을까요? 그래서 저는 교정원이 서울로 올라와야 되는 까닭은 정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고, 이런 논쟁을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말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김도훈 : 그동안 우리 교단이 내부적으로 실력을 갖추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외부적 네트워킹을 하는 데에도 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봅니다. 단순히 종교간 네트워킹에 있어서도 이웃종교 지도자들이 다 서울에 있는데, 우리만 익산에 있음으로 해서 어쩔 수 없이 감수할 수밖에 없는 불이익이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원불교가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도 역시 행정의 중심은 서울에 있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네트워킹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사실 우리나라는 묘하게 모든 것이 서울을 중심으로 발전했습니다. 때문에 다른 모든 이유들을 차치하고 교정원이 행정조직이라면 원불교 교도들의 결속을 강화시킨다는 목적 하나만을 가지고도 네트워킹의 중심지인 서울로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에서는 정신적 중심지로서 중앙총부의 역할과 기능을 강조하시는 분들이 있으신데, 교단 최고 지도자이신 종법사님이 익산에 주재하시는 한 정신적 성지로서의 익산성지의 역할과 기능은 계속 유지가 되는 겁니다.




- 서울로 이전을 반대하시는 분들도 나름대로 자기 주장들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김성철 : 교정원 서울 이전을 반대하시는 분들이 가장 많이 강조하시는 이야기 중 하나가 소태산 대종사님이 익산에 총부를 건설한 이유입니다. 그런데 소태산 대종사님의 행적을 살펴보면 방언공사 하나를 보더라도 매우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익산이 교통이 편리하고 무산대중이 살기가 편리하다는 이유를 들어 총부기지를 익산에 내정하셨지만 지금 우리 상황은 그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져 있습니다.


30만이 상주하는 익산의 패러다임과 2천만이 넘는 인구가 상주하는 수도권의 패러다임을 우리가 어떻게 비교를 할 수 있겠습니까?




최호준 : 맞습니다. 과거 소태산 대종사께서 중앙총부 기지를 익산에 정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교정원 서울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교단 상황을 유추해 볼 때 영산에서 변산으로, 변산에서 익산으로 중심을 옮겼다고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굉장히 큰 발걸음이었다고 봅니다. 언젠가 제가 영산에서는 개법(開法), 변산에서는 제법(製法), 신용에서는 전법(傳法), 서울에서는 성법(盛法) 혹은 융법(隆法)시대를 열어야 된다는 글을 쓴 일이 있는데, 나중에 찾아보니까 서울에 있는 25개 자치구 중 뒤에 산이 붙어있는 자치구는 용산이 유일했습니다. 다소 황당한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자꾸 익산을 고집하는 분들에게는 우리가 영산 → 변산 → 익산 → 용산시대로 흘러가고 있다는 논리만으로도 충분한 대응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교정원 서울이전에 앞서 중앙총부 조직개편에 대한 이야기도 일부 있습니다.


강해윤 : 원칙적으로는 교정원 서울이전 문제에 대해서 찬성을 하지만 그렇다고 서울이 있는 친척집에 방이 한칸 나왔으니까 일단 서울로 가고 보자는 식의 무작정 상경에 대해서는 저는 절대 반대합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교단이 한번 크게 변화를 하는 단초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지금 모습 그대로 서울로 자리만 옮긴다고 한다면 교정원이 굳이 경제적인 손실을 감수하면서 까지 서울로 이전할 필요가 있을까요? 제가 조사를 해보니까 교정원 조직이 처음 만들어진 것이 원기 12년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그때 만들어진 이 시스템을 80년이 지난 지금도 가장 좋은 시스템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에게 교정원이란 거대 조직이 꼭 있어야만 할까요? 저는 지금처럼 교정원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보다는 서울교구를 대교구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김도훈 : 대교구제와 교구자치제로의 전환에 대한 강 교무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런데 아직 사회적으로 우리의 힘이 미약하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무언가 힘을 결집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보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교정원이 서울로 이전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오래전 영광에 핵폐기장을 세운다고 했을 때 이를 막기 위해 2천여 명의 교무님들이 서울로 올라와 밤샘 기도를 했습니다. 중앙총부가 있는 익산에서 기도를 하는 것이 옳은 일인데 굳이 서울까지 올라와서 기도를 하셨던 이유를 생각해 본다면 답은 확실해 집니다.




최호준 : 이번 하이원빌리지 사건으로 교정원 서울이전이 논의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하이원 빌리지의 경우 교령과 교정이 함께 가다보니까 결국 누가 최고 지도자에게 가는 것 아닙니까?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보전한다는 차원에 있어서도 교령과 교정을 구분할 필요성이 있고 교정원의 서울이전은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 봅니다.


- 하지만 교정원 서울이전 시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김도훈 : 제가 알기로는 지금 서울회관에서 1년 동안 얻어진 수익이 1억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우선 당장 손에 쥐어지는 경제적 이익을 잊어버리고 생각을 해본다면, 교정원의 서울이전으로 교화의 불을 지펴 5천명 또는 1만명의 교도들이 늘어난다고 가정해 보면 계산은 어떻게 될까요? 법 장사를 통해 교도들을 불리고 교도들을 통해 헌금을 2억, 3억 늘리는 것이 훨씬 수지가 맞는 장사일 겁니다.




- 경제적 부담이 크기 때문인지 이전을 하더라도 단계적으로 이전 하자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은데요?


김성철 : 소모적인 논쟁을 자꾸 만들어내기 보다는 이번 기회에 전면적인 이전을 단행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하이원빌리지 문제로 소집된 지난번 임시교의회에서 대책위원회 측에 건물용도 결정을 위임할 때 암묵적으로 인정한 것 아닙니까? 그런데 자꾸 이런 저런 이유를 꼬집어내는 것은 익산을 떠나고 싶지 않다는 궁여지책의 변명이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최호준 :일단 교정원은 익산에 남아있고 일부 부서만 서울로 옮기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보다는 익산에 불가피하게 남아 있어야 하는 최소한의 조직만을 남겨두고 전부 서울로 이전을 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강해윤 : 최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이전을 하려면 최소한의 기능만 남기고 다 올라온다는 원칙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공익부는 후생복지 시스템만 남겨놓고 올라오면 되고 재무부는 원창사업부만 남겨놓고 올라오면 됩니다. 경제문제를 바라보는데 있어서도 서울이 훨씬 더 낫지 익산이 낫겠어요? 하지만 아무 생각도 없이 지금과 같이 똑같은 업무, 똑같은 조직을 가지고 올라올 생각이라면 그냥 익산에 있는 것이 낳습니다.




김성철 : 우리가 흔히 쓰는 표현 중에 아직 100년 밖에 안된 신생 교단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말이 참 잘못된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농경시대 5천년이면 산업화시대는 500년, 정보화시대는 50년입니다. 그러나 백번 양보를 해서 동일한 시간적인 관념을 가지고 보더라도 지금 순복음교회나 능인선원 같은 곳은 그 역사가 100년도 안됐잖아요? 소태산 대종사님과 같이 적극적인 사고로 우리가 시대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처를 하고 살아왔다면 지금 우리가 이 정도 밖에 발전을 하지 못했을까요? 지금 우리가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한 이유는 익산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판단을 하고 실천을 해 왔기 때문일 겁니다.




김도훈 : 지금 교무님들의 신심 공심을 누구도 의심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하지만 환경을 바꾸어 놓으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교정원 서울이전이 원불교 100년 성업을 준비하는 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원불교 100년 성업을 이루는 것도 이제는 전국적인 시각을 가지고 서울을 중심으로 준비를 하는 게 옳습니다. 원불교 100년 성업회에서도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정원이 서울로 옮기더라도 하이원빌리지로 가느냐 서울회관으로 가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이견이 많습니다




김도훈 : 교정원이 서울로 이전을 한다면 원칙론적으로는 상징성이 있는 서울회관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하지만 서울회관 재건축 문제를 앞세워 교정원 서울이전 시기를 늦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하이원빌리지에 충분한 공간과 숙소가 준비돼 있다고 한다면 교정원이 하이원빌리지로 들어가 서울회관 재건축을 준비하면 됩니다. 서울회관이 재건축 된 이후 교정원이 하이원빌리지에서 서울회관으로 옮긴다고 해서 특별히 달라질 것이 없습니다. 현 교정팀이 상반기 안에 이를 추진하지 못하고 새 교정팀으로 넘긴다면 또다시 1년이란 시간이 더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쩌면 논의 자체를 묻어버릴 수도 있겠지요.




- 교정원 서울이전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최호준 : 아무래도 최고 지도자의 결단도 필요할 듯 싶고, 또 재가 출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장도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거기에 걸리는시간은 최소화 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김도훈 : 물론 공청회나 설문조사도 필요하겠지만 자칫 잘못하다 가는 명분만 제공할 수 있습니다. 원불교 100년 기념성업을 위해서라도 오히려 최고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 오랜 시간 좌담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 오정행 본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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