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집 냉장고가 몇 리터 인지까지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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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집 냉장고가 몇 리터 인지까지 보라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4.23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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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찾아서 / 서울시 복지관들의 모범, 번동2단지종합사회복지관





화요일이면 번동 2단지가 시끌벅적 했더랬다. 주 1회 생필품이며 과일, 반찬, 각종 먹거리들로 활기차던 번동 2단지의 장터, 그런데 최근 들어 장터를 찾는 발길이 눈에 띄게 줄었다. 끝 모를 불황, 얄팍해진 지갑따라 마음마저 위축된 모양이다. 영구임대 아파트단지인 번동 2단지는 특히 한파가 심하다. 먼저 학원이 문을 닫고, 옷집이 문을 닫더니, 이제는 정상영업을 하는 음식점들도 많지 않다. 서울의 북쪽, 여전히 겨울인 그 곳. 그렇기에 번동2단지종합사회복지관이 나누어야 할 마음과 정성이 아직도 너무나 많단다.



# 조금 더 가까이, 조금 더 세심하게


“자력을 키우게 하는 것이 최고의 복지입니다. 교법에서 말하는 자력갱생의 길을 터주는 것이지요. 올해 특히 주력하는 사업이 사업체발굴과 취업알선을 엮은 취업패키지인데, 지역주민들과 어르신들께 반응이 좋아요.”


2008년 번동2단지종합사회복지관장으로 취임한 이현석(호적명 홍교) 교무, 일자리와 소득 창출을 위해 올 2월 완공된 ‘공동작업장’을 그 초석으로 삼고 있다. 일단은 쇼핑백을 접는 부업으로 적으나마 소득을 올리게 하고, 어르신들의 경우 참여하는 모두에게 일정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가정에서 많이 발생하는 소위 ‘복지병(정부나 시의 물질적 지원에 의존하면서 노동 의지를 잃어버리는 현상)’을 예방하며 자립심을 갖게 하는 데 효과가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라는 특성을 살려, 택배회사에서 작업장까지만 갖다주면 나머지를 어르신들이 배달하는 택배사업도 진행 중이다.


“주민들을 조직해서 효 잔치나 설날 만두빚기·가을 송편빚기 등 큰 행사를 지원하는 ‘희망 서포터즈’나 대학생들이 월 2회 방문해 말벗도 되고, 요리도 해드리는 ‘홀몸 어르신 결연사업’, 노부부를 위한 ‘건강하게 늙기(Well-ageing) 프로젝트’ 등 특화 사업으로 더욱더 활기차고 세심하게 다가가려 합니다.”


좀 더 가까운, 좀 더 섬세한 관심과 배려 이 교무는 작년에 복지관에 오자마자 1천 7백여가구의 전수 욕구조사를 개관 이래 최초로 실시했다. 보다 실제적이고 개별적인 ‘맞춤형 복지’를 위한 것으로, 위탁이 아니라 전직원에게 가가호호 방문하라며 “그 집 냉장고는 몇 리터이고, 아이들 공부방이 있는지 없는지 까지 직접 보라”고 덧붙였단다.




# 행복한 콩으로 보태는 손길


사업의 상당 부분을 자원봉사와 후원으로 진행하는 번동2단지종합사회복지관, 음식물을 기부받는 푸드뱅크나 CMS, 결연후원 등의 방법 외에도 이마트 영수증 마일리지 적립과 ‘해피빈’ 콩 기부를 통해 손길을 보탤 수 있다. 특히 복지관 홈페이지(www.saeun.com)의 해피빈 배너를 클릭하면 포털사이트에서 모은 콩을 기부할 수 있다. 콩 1개당 100원 정도라 무슨 힘이 될까 싶었는데, 작년 오토바이 교통사고가 난 소년가장 수혁이(가명)의 상황이 알려져 수술비 및 생활비 180만원이 모여졌다고. 현재, 정신질환을 가진 엄마와 가출한 오빠로 인해 소녀가장이 된 송희(가명)의 꿈을 지켜주는 기부가 진행 중이다.


복지관을 나서는 길, 현관 옆 커피 자판기가 눈에 띄었다. 삼동노인대학 일본어 강의를 마친 어르신들이 줄을 서서 커피를 뽑아 마신다. “다른 데서 뭐니, 어쩌니 해도 복지관 커피가 제일루 맛있어!”라며 여학생들처럼 깔깔대는 할머님들. 한잔 마셔보려 하니, ‘경제난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커피 요금을 인상하게 되었습니다’라며 이해를 부탁드린다는 메모가 붙어있다. 원래 100원에서 오른 가격은 200원이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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