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어디 떴나 오덕훈련원에 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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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 어디어디 떴나 오덕훈련원에 떴지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3.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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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을 찾아서 / 오덕훈련원 정월대보름 달맞이 기도 축제





2월 28일 오덕훈련원은 계절을 재촉하는 봄비로 젖어있었다. 가장 큰 달이 뜬다는 음력 1월 15일, 한해 서원 빌어보내기에 축령산 기운 오롯한 오덕만큼 좋은 곳이 또 있을까. 마침 첫 달맞이 기도 축제를 한다기에 한 걸음에 달려간 참이었다.




# 누구나 꼭 다시 들르게 되는 곳


“어서오세요, 저녁부터 드셔야죠~”


정인신 원장을 따라 식당에 들어서니, 오곡밥에 갖가지 나물로 축제는 벌써부터 시작이다. 겨우내 말려두었던 곡식과 나물을 함께 먹으며 한 해 농사를 준비했다는 대보름, 조상들의 1년은 이 대보름에 시작했으리라. 산에서 나고 자란 재료에 손맛 더하니, 나물이라면 일단 고개를 젓던 아이들도 이 나물들은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다.


“새해가 꼭 두 달 지난 지금, 새롭게 가진 소망은 무엇인지 적어 달님께 빌어봅시다.”


식사 후 명상과 영주로 마음을 가다듬은 기도문 작성 시간. 참가자들이 백지 앞에 서원들을 고백한다. 아무쪼록 가족들 건강이 최고라는 어르신부터 경계 가득한 마음 가다듬고 싶다는 청년,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아이 등등. 처음으로 열리는 이 축제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 오덕훈련원에 왔다가 말 그대로 ‘한 눈에 반한’ 사람들이다. 누구나 꼭 다시 들르게 된다는 신기하고 신비로운 오덕훈련원. 교당훈련을 났던 교도, 회사 워크샵을 왔던 직장인, 친구 따라 왔다가 가족과 찾은 주부, 본관 신축에 희사했던 어른 등등… 종교도 직업도 다른 이들이 어느새 보름달처럼 둘러 앉아 미소 띈 이야기를 나눈다.


“달님 대신 빗님이 오시지만, 우리가 둥글게 선보하며 달님을 부릅시다. 우리가 달이고, 또 우리 마음이 다 밝게 빛나는 달이지요.”


기도문을 곱게 접어 동쪽 하늘을 향해 태워 보낸다. 허나 숙연한 어른들과는 달리, 아까부터 아이들은 호두며 땅콩 챙기기에 정신이 팔려있다. 오도독 오도독 한해 잡귀를 물리친다는 부럼을 깨물며 시작된 문화마당. 누구나 반가이 맞아주는 문턱낮은 오덕훈련원은 동네에서도 소문난 자랑거리라, 인근 식당이며 펜션 주인들이 시낭송과 가야금병창으로 이 축제를 축하했다. 이어지는 분당교당 정종문·김법혜 가족과 이응천 합창단장의 노래 ‘당신을 생각할 때마다’에 한없이 깊어가는 대보름 밤의 서정.




# 돌고돌아 모두가 이긴 윷놀이


“자, 이제 한바탕 놀아볼 준비 됐나요?


피아노와 장구 반주에 떠나갈듯 흥겨운 달타령과 액맥이타령, 이어지는 윷놀이는 구름 뒤 달님에까지 닿도록 들썩들썩 신난다.


“그 집 애덜들은 애기쩍부터 윷만 던졌는개벼~” 눙치는 핀잔에, “제가 던지면 도개니까 얘들이 잘해주네요, 호호”하는 내공 높은 엄마. 말미에 등판해서는 거짓말같이 판을 쓸어놓고는 ‘저 사실 몇 번 안해봤는데…’ 겸손떠는 학생. 뭐니뭐니해도 말을 잘 써야한다며 못내 비장한(?) 말잡이들. 교무고 교도고 같은 편 한 마음으로 윷 놀면 그게 내 식구인 윷놀이 한 판. 우리 재밌는 거, 숨어있던 달님도 살짝 보고 가셨을래나?


그치지 않는 비에의 서운함은 잠깐, 깊은 밤 돌아가는 발길들이 아쉽다. 1등팀이 받은 오덕훈련원 1박 숙박권은 ‘나보다 가족한테 좋겠지’ 생각한 사람이 예쁜 자매가 있는 집으로, ‘우리보다 어르신 부부께 드려야지’ 생각한 아빠는 노부부에게, 노부부는 “교무님, 저 애기엄마 처음 왔다던데 대신 좀 주세요”라며 돌고돌아 모두가 승리한 따뜻한 이별. 축령산 위 휘영청 밝은 달이 아니면 어떠랴. 오덕훈련원 축제에서 맺은 모든 인연들이 다 일원상 닮은 보름달 하나씩을 마음에 품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결국 숙박권을 받은 다섯 살 아이의 답이 맞지 않은가.


“여러분~ 구름 너머 달 보셨나요?”


(불단을 가리키며) “공무님(교무님) ~ 잉기(여기), 글땍 달림(금색 달님) 잉기있는데~”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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