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다시 날기'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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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다시 날기'를 위하여
  • 한울안신문
  • 승인 2010.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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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을 찾아서 / 2010년 개교 앞둔 소년원 퇴원생 .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은혜학교





두 사람이 발을 뻗고 누우면, 꼼짝없이 꽉 들어차는 낮고 습한 방 한 칸이 있었다. 1990년, ‘세상구경’을 떠난 두 예비교무들이 찾아든 신림동 산동네, 뒷통수를 맞은 듯 그 날로 짐을 싸 들어앉은 곳, 원불교 빈민교화가 시작됐으며 은혜학교의 첫 싹이 났던 곳이었다. ‘한달에 오만원인가 칠만원인가’였던 그 방은 ‘컴퓨터교실’과 ‘새숲터공부방’을 꾸미느라 더 넓되, 더 높이 달 근처 꼭대기까지 올라가게 됐지만, 그리 궁색해져도 마냥 좋았다. 다음해, 소년원 퇴원생들을 위한 쉼터에선 아이들과 밥솥 하나에 밥을 비벼 나란히 숟가락을 놀렸다. 오갈데 없는 아이들은 늘어나 6년 뒤 용인으로 갈 때는 제법 큰 가족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쉼터만으로는 퇴원생 모두의 마음을 살뜰히 살피기에 부족했다. 더러는 집을 나가고 더러는 도둑이 되고 더 많이는 소년원에 재수감됐다. 그 때마다 상처를 받았지만 그보다 더 큰 사랑과 희망이 있었기에 행복했던 그 시절, 故 길광호 교무가 ‘은혜의집’을 삐뚤빼뚤 써낸 나무판을 강해윤 교무가 받아 문앞에 탕탕 박았더랬다. 그렇게 보낸 20년, ‘은혜학교’에 대해 강 교무는 “헌산님(故 길 교무)이 원하셨을 거니까, 헌산님이 그토록 좋아하고 아꼈던 아이들의 학교니까, 그러니까 결국 하게 되네요”라고 운을 뗐다.




누군가, 어딘가 받아주기만 해도


소년원 퇴원생들과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은혜학교는 6월 30일 교단 승인에 이어 7월 5일 경기교육청의 시설적합판정을 받고 내년 3월 개교 준비에 한창이다. 둥지골수련원 일부와 은혜의집을 증축할 건물로 수업 건물 뿐 아니라 100퍼센트 무료 기숙학교를 완공해가는 것이 남은 과제.


“그동안 아이들을 보면서 첫째가 교육, 둘째가 직업활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 퇴원해도 돌아갈 집이나 가정이 없어서 재수감되곤 하거든요. 이럴 때 누군가 함께 해주기만 해도, 방황하지 않도록 어딘가 받아주기만 해도 미래를 준비할 도움닫기를 할 수 있는 거죠.”


그의 머릿 속에 그려진 학교상에는 20년동안의 소년원과 구치소 교정교화의 경험과 가르침이 잘 담겨있다. 학력인정·학교시설 등과 관련해 정부의 지원을 받긴 하지만, 교육의 자율성과의 경계는 명확할 것이다. 각종 관료적인 절차와의 조율 또한 계속 고민할 문제라는 그는 ‘학교가 있어서 교육이 있고 아이들이 있는 게 아니라, 선생님이 학생들을 교육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그것이 학교가 되는 것’이라는 신념을 다독인다. 이를 위해 각양각색의 사람들의 소액기부를 받고 있는 은혜학교는 광고 한번 없이 350명의 설립위원이 이 열린 교육공동체에 마음을 보탰다. 다들 알음알음 기부를 했던 사람이 직접 다른 기부자를 찾아 권선하는 은혜학교 설립위원 되기,는 1천명을 목표로 진행중이다.


“퇴원생들 대부분이 사회에서 냉대받고 나이 먹어 더 큰 범죄를 저질러요. 소년원 출신들이 교도소에 가게 되는 거죠. 하지만 이 시기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은혜와 기회가 있는지 알려준다면 그 아이들도 분명 볼 수 있습니다. ”




알음알음 모인 설립위원


십여년 전 말도 없이 떠난 아이가 결혼까지 해서 부산서 전자 대리점을 한다고 물어물어 찾아왔댔다며, 강 교무는 신이 나 목소리가 커진다. 은혜의집에서 은혜학교로 품을 넓혀가는 그와 강성운 교무는 그 보람과 감동을 위해, 그 기약없는 가능성을 위해 오늘 하루를 은혜 속에 살아간다. 한번 날개 꺾였다고 영영 못 나는 것은 아니란 걸, 우리가 품어 다시 날게 한다면 얼마나 좋을 것인가. 지금 우리는 그리도 귀하고 큰 복주머니 앞에 서 있는 것이다.


은혜학교 전화 031-339-7301 팩스 031-339-7302 cafe.daum.net/eh-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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