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본연의 따뜻함을 만나는 곳
상태바
사람 본연의 따뜻함을 만나는 곳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6.20 2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 현장을 찾아서 / 6월 12일 은혜나눔 양 , 한방 무료진료 펼치는 부천교당

사람도 가게도 많은 소비도시 부천. 역에서 이어지는 혼잡한 길엔 휘황찬란한 네온싸인, 늦저녁 떨이 과일, 혼몽한 젊음과 방황들이 늘어서있다. 그 길 끝에 선 단촐하고 침착한 건물 하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달라지는 대기의 냄새와 온도, 갑자기 고요하고 두렷해지는 마음. 원불교 부천교당은 그렇게 서 있다, 화려한 겉치레 속 숨겨놓은 진실한 마음처럼.



꽃한송이면 화분이며 작품


어디나 꽃이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잠시에도, 신발을 신고 벗는 잠깐의 공간에도 늘 꽃이 놓여진 부천교당. 교무들이 늘 가까이 두다보니 보이는 곳 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도 늘 꽃 색이 흐르고 꽃 향이 흐른다. 원불교 문화를 넘어 한국 차(茶)문화에 관해서는 이름 석자를 빼놓을 수 없는 전명진 교무와 온갖 자격증 뿐 아니라 타고난 솜씨가 살뜰한 김수덕 교무, 그리고 뭐든 빼는 법 없이 활기차고 맵시있게 해내는 교도들이 만나니, 부천교당의 행사는 뭐든 특별하다.


“캡슐커피를 내리고 나면 빈 캡슐을 버리게 되거든요. 뒤집어 꽃 한송이를 꽃으면 금세 화분이 되지요. 여기에 전복껍질이나 구슬 등을 배치하면 그 자체로 작품이 되지 않겠어요?”


2월 여성회에서 연 일일찻집에는 4층까지 전층을 카페로 꾸며 5백여명이 다녀갔다. 원래부터 미술관이며 박물관 소리를 들었던 교당 문을 열어 그림이며 보자기, 수공예품 들을 꺼내놓았으니 하루가 아쉽다는 소리 나올만치 평이 좋았던 행사가 됐다. 꽃이란 진 자리 또 새 봉오리가 오르는 법, 4월 대종사사진과 문혜경 작가 보자기, 유미강 작가 자수, 거기에 전 교도들이 합심한 사경 작품까지 전시한 미니갤러리 또한 교도 친구들과 지역 주민들에게 신선하고 기품있는 행사로 호응이 높았다.



해외교화 문화지원군


“전시가 끝나고 대종사님 사진 60점을 오사카에 보냈어요. 매년 재일동포 한국문화체험 열 때 교화의 밀알로 쓰이겠지요. 원불교가 민족 종교인 이상, 해외 교화에 있어선 종교 자체보다는 문화로 다가가야 합니다.”


2002년 월드컵 때 일본 10개 도시를 돌며 펼친 다도시연, 그 마지막 도시가 바로 오사카였다. 이후 해마다 전통혼례, 한복, 조각보, 음식 등을 더해 한국문화체험을 여는 오사카교당, 그 책임자가 바로 전명진 교무다. 이 밖에도 독일 퀼른 등 해외교화에의 문화지원군을 자처하는 전 교무, 2008년부터 이어온 ‘해외한민족돕기’는 중국과 북한의 경계 단동의 조선학교 아이들을 돕는 운동이다. 비극의 역사를 살면서도 조선말과 우리 문화를 배우는 학생들, 교도들과 백두산에 갔다가 양세정 교무와 함께 한 인연을 소중히 이어가고 있다.



진실한 제자를 키워내는 마음


소비와 향락의 거리, 원불교 부천교당은 무상의 마음으로 이웃을 보듬어왔다. 특히 30~40대가 모인 부부정진단이 날개를 펼치며 더욱 활발해진 이웃 사랑. 3년째 은혜나눔 양·한방 무료진료는 대중교통 운전자들에게 떡도시락과 물을 나누고, 천원 한 장으로도 부자가 되는 바자회로 어려운 이웃도 돕는다. 이제는 의견 조율 없이도 딱딱 맞춰가는 교도들의 모습에서 자비와 인정 넘치는 대종사 시절의 현장교화가 겹친다.


규모를 불리는 것보다 진실한 제자를 키워내는 마음. 수요법회, 대종경통독회, 노트 사경까지도 전 교도가 함께 하며 서로 다독이는 원불교 부천교당. 이런 잘 갖춘 틀 안이라 일요 예회마다 여러 행사며 캠페인이 다 마음자리 찾는 공부꺼리요 진급의 현장이다.


낯설고 혼잡한 도시 부천, 허나 교당문을 여는 그 순간부터가 기대되는 이 곳에선 차갑고 딱딱해진 내 모습 속 마음과 마주할 수 있다. 온갖 경계며 세파에 지쳐가는 우리네 삶에서도 변치않는, 부천교당에선 누구나 사람 본연의 따뜻함을 만난다.


민소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