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자립마을의 롤 모델, 부안 등용마을 , 전기자급률 70%, 생산 이전에 절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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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자립마을의 롤 모델, 부안 등용마을 , 전기자급률 70%, 생산 이전에 절약해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06.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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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현장을 찾아서 / 자연에너지, 생태마을 투어 2편





부안 등용마을의 5월 오후는 온통 완연한 초록이다. 낮은 돌담들과 작은 성당, 울창한 나무, 얕은 개울 등 누구나의 고향인 것 같은 등용마을, 평화롭고 고즈넉해보이는 이 조그만 마을은 허나, 세 가지 역사적인 사실로 온 나라에 이름을 떨친 ‘대단한’ 마을이다.



# 핵폐기장 반대 투쟁의 성지


1918년 김대건 신부의 참수 이후 그 일족이 숨어들어 부안 최초의 성당을 세운 것이 이 곳이요, 1984년 소값 파동이 일어났을 때 전북의 농민들이 송아지를 앞세운 ‘소몰이 투쟁’을 시작한 것이 바로 이 등용이었다. 또한 2005년 핵폐기장반대투쟁의 힘들이 결집된 곳이 바로 이 마을로, 핵폐기장반대투쟁의 ‘성지’로 불리고 있다. 그리고 이제 등용마을은 핵폐기장반대를 넘어 에너지자립마을로 자연에너지·생태마을들의 롤모델로 손에 꼽힌다.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행복한 마을을 만드는 거죠. 한 때 저탄소녹색마을사업 등 각종 정책과 자금들로 인해 갈등이니 주민투표니, 심지어 얼마전에는 한 이장님이 자살하기도 했죠. 우리는 원칙을 먼저 세웠습니다. 천천히 하자, 그리고 우리가 준비될 때까지는 하지 말자. 그래서 지원금들도 포기하고 그랬지만, 2005년 태양광 얹는 일부터 시작해 하나하나 행복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 고효율 전구와 멀티탭


이현민 부안시민발전소장은 30가구 50여명의 주민들과 함께 2005년부터 2015년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30% 이상 줄이고, 총 사용에너지의 50%를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등으로 만들어내자는 계획을 세웠다. 구체적으로는 매년 마을 에너지 10% 절감을 목표로, 집집마다 백열등을 고효율 전구로 교체한다거나, 멀티탭을 나눠주는 등 절전운동을 시작했다. 게다가 일체의 비료와 농약을 주지 않고 우렁이를 방사해 짓는 우렁이농법을 시도하기도.


현재 전기 자급률은 70% 정도, 전지판 7기 설치로 44w 규모의 발전을 해, 남는 전기는 한국전력공사에 판매하고 있다. 1kw 규모의 풍력발전기와 지하에 박은 파이프 10개를 통해 지열을 뽑아 올려 난방으로 이용하고 있다. 목재폐기물을 사료형태로 가공해 효율을 높인 ‘펠릿’을 태우는 보일러도 설치했다. 이러한 노력들로 2009년에는 기후변화포럼이 선정한 ‘대한민국 녹색기후상’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재생가능 이전에 절약에 대한 고민과 실천이 있어야 해요. 발전 이전에 한 일이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이었어요. 새는 에너지를 찾고 막아보자는 거죠. 우리 주민들이 그러하듯, 에너지자립이든 친환경이든 그것이 바로 나 자신의 얘기, 일이어야 한다는 거죠.”



# 더 이상 피지 않는 유채꽃


‘주민이 주인’이라는 이 소장은, 이 마을에 체험을 하러 온 학생들과 주민들의 손 하나하나가 모여 만들어진 자전거 발전기를 가장 소중하다고 꼽는다. 돈 많이 들인 태양광보다도, ‘에너지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자연스레 알게 된’ 기계이자 계기라는 것.


“2007년부터 바이오디젤용 유채꽃을 심어 축제도 하고, 수확해 바이오디젤로 만들어 농기계 연료로 사용해왔습니다. 그런데 3년만에 정부에서 가짜석유라며 지원을 중단했어요. 바이오디젤 생산도, 유채꽃 축제도 어쩔 수 없이 막을 내렸죠. 우리 스스로 친환경 대체 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데 오히려 정부가 찬물을 끼얹은 셈입니다.”


석유와 원자력에 얽힌 이권다툼과 통제, 그 어리석은 편리함을 좇아 계속 파국으로 치달을지, 아니면 정책 변화로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 것인지, 선택의 시간은 이미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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