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 다섯번의 여름, 입양청년과 여성회원들의 동고동락
상태바
열 다섯번의 여름, 입양청년과 여성회원들의 동고동락
  • 한울안신문
  • 승인 2013.06.13 13: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유럽 입양청년모국방문행사 15주년 기념 2




그날이 되면, 마음껏 기뻐할 수도 힘껏 축하해 줄 수도 없는 분위기가 되곤 했다. 친부모를 찾은 입양인은 그렇지 못한 친구를 보며 착잡해 했고, 못 찾은 입양인은 찾은 친구의 기쁨에 방해가 될까 슬퍼할 수 없었다. 자원봉사들 또한 미안하고 또 미안해 섣부른 위로도 건네지 못했다. 15년 동안의 여름, 프랑스 입양청년들과 여성회원들의 동고동락은 기쁨과 슬픔, 설렘과 안타까움이 공존했다.



나는 누구인가요?


벌써 15회를 맞은 ‘해외입양청년방문행사’. 시작은 15년 전 파리의 작은 다락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파리교당 초창기, 유럽의 다른 나라에 비해 프랑스에 유독 많았던 한인 입양인들. ‘내가 왜 입양되었는지, 이 먼 프랑스까지 오게 되었는지’ 깊은 한을 간직할 수밖에 없는 그들을 보며 김신원 교무(파리교당)는 며칠만이라도 이들을 고국에서 따뜻하게 품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 조그마한 다락방에서 김치를 담기 시작했고 바자회를 열어 7명의 입양청년 항공료를 마련했다. 다행히 뜻을 같이한 사)한울안운동이 한국에서의 9박 10일의 모든 숙식과 일정을 맡기로 했다. 2007년, 그렇게 7명의 입양청년이 한국에 처음 도착했다.


하지만 첫해, 모든 것이 무지개 빛은 아니었다. 한국에 도착한 입양청년들이 받는 첫 느낌은 박탈감이었다. 한국 곳곳을 돌아 본 그들은 ‘이렇게 잘 사는 나라에서 왜 아이들을 입양시키느냐?’며 물어오곤 했다. 가난과 전쟁 때문이었다, 답하기엔 미약했다.


오해도 있었다. 손님이란 생각에 최고의 대접을 해줬던 자원봉사자들을 보며 입양청년들은 ‘다른 속셈이 있는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했고, 자원봉사자들은 사진 찍는 걸 거부하는 몇몇의 입양청년들을 까칠하다 여기기도 했다. 물론 그들은 차츰 원불교의 무아봉공의 정신을 이해했고, 여성회원들은 지금까지 아무런 조건 없이 키워준 자신들의 양부모에 대한 미안함에 사진 찍히길 거부하는 입양청년들의 속마음을 알게 됐다. 중요한 건 배려였다.


이도진 교도는 그때의 느낌을 “측은한 동정의 눈빛으로 입양인들을 대했던 것이 문제였다. 우리와 동등한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해야 했다. 먼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형제를 맞이하듯 또는 한국을 사랑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우리의 정서를 알린다는 자세로 진행해야 함을 새삼 실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왜 우린 이 아이들을 품지 못했을까


입양인 중에서도 ‘맡겨진’ 아이와 ‘버려진’ 아이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맡겨진 아이는 입양번호가 남아 역추적 할 수 있지만, 버려진 아이는 단서가 없었다. “그걸 전해주고 절망하는 걸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서원금 교도는 경찰서와 입양기관에서 작은 실마리라도 찾으려 했던 입양청년을 잊지 못했다. 방송에 출연해 부모를 찾았지만 끝내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했던 ‘또마와’도 생생히 기억했다.


물론, 부모를 찾은 청년도 있었다. 찾고 보니 사별한 며느리를 재가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입양 보낸 사연도 있었고, 입양 보내고 나서 장손이라며 아이를 찾기 위해 애썼던 사연도 있었다. 대부분의 입양청년들은,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고 지금 부모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편안한 얼굴이 되곤 했다. 원망이 아니라 이해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여성회원들은 죄책감과 무겁고 착잡한 복잡한 감정과 마주해야 했다. 누군가는 “만일 이들이 국내에서 자랐다면 큰 차별과 냉대를 받으며 더 불행한 삶을 살게 되었을 것”이라 말했지만, 양부모에게 파양된 경우도 있었고, 또 나쁜 양부모를 만나 노동력 착취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 무엇보다 정체성의 혼란과 소속감의 부재에서 오는 방황으로 대부분 힘든 삶을 살고 있었다. 단순히 미안하다는 말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왜 우리는 이 아이들을 품지 못했을까요. 과연 이것이 개인의 책임인지 매년 이 아이들을 보며 고민합니다.”


내년 행사때면 친부모를 찾기위해 모국을 방문할 새로운 입양청년들. 과연 우리는 이들이 마음의 응어리를 풀 수 있도록 무엇을 해 줄수 있을까?


김아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