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작은 희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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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작은 희망이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2.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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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린핀 태풍피해의 현장을 찾아 / 강명권 교무 , (사회복지법인 원봉공회)




오르목항을 통해서 타클로반으로 들어가기로 결정을 하고, 구호물품 세트 400개를 준비했으나, 들어가려고 하는 자원자가 없었다. 그래서 물품을 가지고 들어갈 방법들을 찾기 위해 사방 팔방으로 뛰었으나 구해지지 않았다. 함께 준비하던 천주교 포콜라레 수도회도 타클로반에 있는 포콜라레 쪽에서 ‘지금은 들어오기도 힘들지만 나오기는 더욱 힘든 상황이니 들어오지 말라.’고 했다면서 걱정이었다. 그러던 중 지역 FM방송국 담당자와 만남을 주선되어, 라디오방송을 통해서 봉사자들 20여 명 모아졌고 저녁에 두 시간 정도 회의를 해 결국 1명의 지원자만 오르목으로 가기로 결정되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차량을 대여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오르목에 가는 것을 아무렇지 않게 가던 차량들도 상황이 좋지 않고, 힘들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지 나서는 차량이 없었다. 한참이 걸려 차량을 구하여 새벽 5시에 출발한 김기남 팀장과 물품을 실은 차는 세부항에 7시에 도착하여 배편으로 10시경 오르목에 도착하였고 12시경에 타클로반 근처인 타나우안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살펴보니, 산에 나무들은 꺾여있거나 뿌리채 뽑혀 있는 것이 대부분이고, 집이 무너지거나 차가 대문 또는 벽에 있는 경우, 지붕이 날아간 경우가 대부분의 모습이었다. 물론 이곳을 가는 길에는 시신을 담아둔 가방들이 다수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태풍이 지나고 난 1주일 사이에는 시신 담는 가방이 부족할 정도로 많은 사상자들이 가방에 담겨져 거리에 있다가 수습하여 화장을 했다고 한다.


타나우안에 도착하여 주변 상황과 물자배분에 대한 상의를 하고,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경찰의 도움을 받아 쿠폰을 나눠주고 다음날에 배분을 했다. 임산부들도 있어서 빨리 배분을 했다. 부족하여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물품은 쌀 5kg, 캔, 소고기, 생선캔, 비스켓, 라면, 비누, 설탕, 식수, 아기 기저귀, 분유들을 한 세트로 만들어 400여 가구에게 전달하고, 타클로반 중심가로 이동을 했다.


타클로반 중심가에 오기 전부터 공항에는 도시를 떠나가려고 하는 사람들이 매일 매일 한 없이 비행기가 이, 착륙하는 모습만 바라보고 있고 대부분의 거리에는 부서지고, 뽑히고, 날아가고, 휘어지고, 꺾여있고, 찌그러진 모습들이었다. 거리에는 악취와 쓰레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집집마다 부서진 것과 쓰레기를 빨리 치우거나 수리를 해야 하는데 쉽지않아 보였다. 그런데 희망이 없을 것 같은 거리에서도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굶주려 있을 때의 욕심으로는 이웃도 안중에 없는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욕심 없는 마음으로 가족을 위해서 집을 고치는 사람, 자신의 집에 무엇이든지 팔 것이 되는 것들을 들고 나와서 파는 사람, 아이들도 집을 고치기 위해서 나무를 주어오기도 하고, 옆에서 필요한 양철도 주워 오기도 하고, 여자뿐만이 아니라 남자들도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같이 길 주변을 정리하고, 마을을 정리하여 빨리 예전에 사고 전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들 속에서 작은 희망이 보였다.


태풍은 그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주었고, 다시는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힘들게 하였지만, 그 태풍이 지나가고 나서 바다가 잠잠하듯이 사람들도 그 고통과 시련을 다 이겨내고 다시 일상의 생활로 돌아가기 위해서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시간을 잘 맞이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그들에게 하루 바삐 사은님의 밝은 광명이 가득 비추어져서 남아 있는 가족과 내 이웃들과 즐겁고 보람된 삶이 영위되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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