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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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5.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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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봉공회 강명권 교무의 '진도 비망록' 2





# 전국 각 교구에 함께할 봉사자 참가 신청을 받고 우선 광주, 전남교구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하고 18일부터 부스 운영을 시작했다. 분위기는 더욱 무거워지고 있었다. 봉사자들은 늘어나기 시작했고, 시간이 갈수록 자원봉사 부스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부스를 설치할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불교는 17일 부스를 설치, 우리 원불교가 18일, 그리고 천주교는 19일에 설치를 했고, 개신교는 16일 당일에 들어와서 체육관 안, 밖에 설치를 했다. 그리고 구세군에서도 2.5톤 밥차를 설치하여 운행 하고 있었다.



# 나도 내려오기 전에 밥차를 출발 할 수 있도록 동수원 교도께 부탁을 해두었는데, 이곳에 내려와 보니 다른 밥차도 많이 있고 5톤 차량이 들어오기에는 어려워 포기를 했다.


재해현장에서는 먼저 와서 자리를 잡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 재해가 발생해도 함께하려고 하기보다는 교당과 기관에 이상이 없으면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실제로 내가 10년 동안 재해 현장을 다니면서 매년 교역자 광장에 교당과 기관도 중요하지만 지역 사회가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파악해서 알려주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요청해달라고 글을 올려도 대부분 현장을 가보지 않거나 그냥 대충 알려주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재해가 있으면 직접 현장에 가서 봐야 상황 파악을 할 수 있었다.



# 재작년에는 서울 우면산 지역에 산사태로 많은 사상자가 생겼지만 지역과 함께해야 한다는 의지가 없어서 인지 현장방문과 봉사활동에 대해 종용하지 않았다. 봉공회가 자체적으로 사람을 모으니 봉사자가 30여 명도 채 되지 않아서 교구 사무국에 요청도 해보고, 심지어 수해복구 법회를 보자며 현장에 참여를 요청하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회 문제에 참여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하는 교도들은 많지만 막상 재해가 일어나면 현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보다는 내 교당, 내 기관에 별탈이 없으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접근하지 않으려는 것이 우리 교단의 현실이다.



# 시간이 갈수록 가족들의 불안감과 초초감은 더욱 커지고, 민첩하게 대처하지 않는 정부에 대한 비판은 깊어갔으며, 전해지는 소식에 오보가 늘어나면서 가족들은 방송을 다 중단하라고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결국에 와이티엔(YTN) 외에 다른 방송들은 다 나가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가족들의 요구와 현장 상황을 바르게 전달되지 않는 방송들 때문에 분통이 터진 사람들은 외국 방송을 찾기도 했다.



# 실제로 이곳에는 많은 외국인 취재기자들과 방송들이 들어와서 취재를 하고 있었다. 교단이 빠르게 대처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에 내려오면서 해외의 경우처럼 위령제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 것 같고, 대 사회적인 메시지를 띄워주기를 바란다는 글을 교역자 광장에 남겨 두었지만, 대각개교절에 가려서 그런지 그 사이에 해외 방송에서부터 이웃 종교의 위로 메시지가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아울러 조계종에서는 종정 스님이 시자들을 대동하지 않고 현장을 방문하여 현장에서 애쓰는 자원봉사팀을 독려하고 가기도 했다.



# 구조 확률이 높은 시간인 72시간이 다가오지만 구조 작업이 더디어지자 가족들의 분노는 더욱 깊어지고 급기야는 새벽 1시부터 가족들이 청와대로 올라가자고 모이게 되었다. 그에 따라 경찰들은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바리케이트를 치기 시작했다.


1시부터 청와대로 향하려던 일행은 2시간이 지나도 겨우 500미터를 넘지 못하고 계속 경찰들과 대치를 했는데 10시간이 지난 후 가족들은 겨우 진도대교를 넘지 못하고 다들 팽목항으로 발길을 돌려 잠수부들과 해경들에게 빨리 아이들을 건져 달라고 요구하며 아픔의 통곡을 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구조 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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