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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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이야기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06.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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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봉공회 강명권 교무의 '진도 비망록' 3

5월 13일에는 종교부스들이 모여 있는 팽목항에서 풍등(風燈)(사진 윗쪽)을 띄우는 행사가 있었다. 실의에 빠져있는 가족들을 달래고 마음속에 묵혀 있는 한과 미움, 원망과 분노 그리고 자녀를 생각하는 안타까운 마음들을 잠시라도 쉴 수 있도록 마련한 행사였다.


풍등에는 아직도 차가운 물속에 있는 자녀들과 가족들에게 하고픈 말을 적어 띄우도록 했는데, 한 글자 한 글자 적는 그 마음에 슬픔과 아픔 그리고 눈물이 배어 나왔다. 하늘로 띄우면서 그리운 가족들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는 함께하지 못하는 한스러움의 절규로 바뀌어 하늘 높이 풍등과 함께 떠올랐다.


4월 17일에 진도를 향할 때는 그래도 ‘설마 그 많은 사람들 중에 몇 사람이라도 구조가 되겠지’하는 마음으로 그들을 위해서 어떻게 부스를 운영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내려갔었다. 그러나 아무도 살려내지 못했다.


가족들은 자신의 모든 것들을 다 동원하여 살리는 방법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촌각을 다투면서 당신들의 생명을 던져서라도 구조의 손길을 만들려고 했다. 통계적으로는 찬 바닷물에서 한 시간 이상을 살기가 어렵고 세 시간이 한계라고 했지만 분명 살아 있다는 희망으로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가족들은 간절한 몸부림을 다 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살아 있을 확률보다 함께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눈물만 계속 흘리고 있었다.


처음 며칠은 시신이 인양 되었다는 말만 들어도 설마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헬기가 뜨고 내리는 소리를 싫어했는데, 실종자의 숫자가 줄어 갈수록 이젠 시신이라도 빨리 인양되기를 바라며 헬기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절망 속에서도 실종자 숫자가 30여 명으로 줄면서 남은 이들의 불안감과 초초감은 심해져 바다를 바라보며 하염없이 부르는 소리와 자신의 신앙처를 찾아가 기도하는 횟수가 늘어갔다.


이번 재해는 지난 10여 년 간 내가 누볐던 국내외 어느 재해재난에서도 볼 수 없었던 참사였고, 가장 희망적인 현장이 가장 절망적인 현장으로 전락할 만큼, 엄청난 인재(人災)였고, 관재(官災)였다. 무책임한 인간들로 인하여 더 많은 아픔이 만들어졌으며, 희망의 돛대를 부러뜨린 사고현장이었다.


많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상황과 처지에 있었으면서도 자신들만 살려고 아무런 조치와 역할을 하지 않고 먼저 도망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자신들의 한 마디 말과 한 가지 행동이 수많은 생명들을 살릴 수도 있었는데 내팽개치고 도망쳐 온 선원들과 현장의 해경들이 조금 더 노력 했다면 많은 생명들이 살아날 수가 있었는데도 그러지 못한 것이 가족들을 더 아프게 하고, 더 분노하게 만들었고, 모든 국민들을 실의와 고통으로 내몰았다. 이는 책임자가 그 역할을 잊어버리거나 도외시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현장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느끼게 된 이웃종교의 모습에서 특히 불교의 경우 유가족들의 위로의 방법과 행동들을 대내외적으로 다양하게 갖추고 있는 것을 보게 됐다.


우리도 ‘대각개교절’이 있었고 불교의 ‘부처님 오신 날’이 있었지만, 불교는 그 즈음에 맞추어 가족들에 대한 지원 방안과 대처 방법을 다양하게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 홍보를 효과적으로 한 것 같은데, 우리는 그런 부분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교단적으로 백년성업과 대각개교절, 대산종사님 탄생 백주년 기념행사 등이 계획되어 있었다 치더라도 세월호 사건에 대한 교학적 입장과 실질적인 도움에 대한 연구가 적었던 것 같다. 또한 자원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았지만, 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해주는 부분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쉬웠다.


재난구호 담당자로서 이번 참사를 통해서 앞으로 보다 종합적인 재해 현장 대처 방안에 대해 연마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것은 종교가 재해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를 늘 고민하고 시시때때로 변하는 재난 현장에서 종교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방안들을 쉼없이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안고 왔다.


특히 가족과 관계자들의 2~3차 벌어질 문제에 대한 예방과 국민들의 정신적 고통의 치유 등에 대하여 교단적으로 연구하고 준비하고 지원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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