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버린시간, 후쿠시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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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버린시간, 후쿠시마
  • 한울안신문
  • 승인 2015.08.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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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방 70주년, 원폭 70주년, 후쿠시마와 히로시마를 가다 ① 이태은(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삐이삐, 삐이삐, 삑삑삑…”,“ 아, 3 마이크로시버트(μ㏜)가 넘었어요. 아
이고, 숫자가 7까지 올라가네요.”


방사능계측기 소리가 더욱 요란해지자 여기저기서 걱정어린 탄식이 터져나옵니다.


저 멀리 굴뚝과 크레인이 각각 하나씩 서 있는 곳이 후쿠시마 제1발전소라고 설명을 마친 후쿠시마 원수금(원수폭금지국민회의 이하 원수금)활동가는 우리를 태운 버스를 빠른 속도로 달리게 합니다.


원폭 70주년을 맞는 후쿠시마는 70년이 지나도록 떨쳐내지 못한 핵에 대한 미련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망쳐버리는지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원수폭(원자폭탄, 수소폭탄)금지 세계대회는 매년 8월 초에 히로시마에서 시작해 10일경에 나가사키에서 마칩니다. 70년 전 8월 6일과 9일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떨어진 날입니다. 동일본 대지진과 츠나미로 인한 후쿠시마핵발전소 1, 2, 3, 4호기 폭발이후 원수폭 금지 세계대회일정에는 후쿠시마가 추가 되었습니다.


“지구상의 그 어떤 핵도 반대한다”는 생각으로 지난 50년 동안 반핵무기, 반핵발전소 운동을 벌이고 있는 원수금은 매년 세계 곳곳에서 핵에 반대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해외게스트들을 초대해 왔습니다. 올해 그 자리에 한국 대표로 참가했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로부터 50km 떨어진 후쿠시마현 이와타시에서 출발한 2대의 필드투어버스에는 외국인참가자들과 일본 전국에서 참여한 원수금 회원들로 채워졌습니다. 엄마와 함께 참여한 초등 4~5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를 보며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가까워졌음을 알게 하는 것은 도로주변과 논가에 세워진 까만 비닐봉투 더미였습니다. 제염작업의 결과물입니다. 5cm깊이로 땅을 파내어 4~5년 수명의 특수비닐부대에 담고 모아진 핵폐기물 부대는 중간저장소로 옮겨갑니다. 중간저장소라고 해봤자 그저 특정지역 하늘아래 한곳에 모아둘 뿐입니다.


4년이 지난 까만 비닐부대는 이미 삭은채로그대로노출되어있습니다.“ 이렇게 모아둔 폐기물 부대를 어떻게 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런데 일본정부는 귀환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이재민이 11만 명인데 희망자가 거의 없습니다. 제가 알기로는 희망자가 28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됩니다.” 후쿠시마활동가의 말입니다. 일본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2017 귀향계획’에 따르면 2017년 3월까지 약 11조 7,000 억원을 투입, 이재민 3분의 2를 귀향시킨다고 합니다. 이 귀향정책은 강제적입니다.


지금까지 성인 한 사람당 월 94만원을 지급하던 보조금과 임시주택제공을2018년 3월까지로 제한하겠다는 것이 전제되었기 때문입니다.


보조금 지급중단은 이재민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방사능으로 오염된 고향땅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말합니다.


후쿠시마 제1발전소를 빠져나오는 동안 간간이 마스크 하나에만 의지한 채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도대체 방호복을 입은 사람을 찾아볼 수 가 없었습니다. 여전히 방사능계측기 수치가 3밀리시버트가 넘는 지역인데도 말이지요. 방사능은 피폭량 만큼 몸에 쌓인다고 생각해 온 저로서는 매우 놀라운 광경이었습니다.


방사선량이 비교적 약하게 나온 마을에 내려 곳곳을 돌아보았습니다. 2011년 3월 11일 거꾸로 매달린 시계는 그날 이후로 멈추었습니다. 트럭은 안방에 처박힌 채였고, 부서진 집에서는 이부자리와 살림도구들이 나뒹굴고 있었습니다. 핵폐기물을 담은 까만 비닐부대 더미는 위령비 너머로 지평선이 되었습니다. 바로 옆에는 핵폐기물을 압축하는 시설이 세워졌습니다.


핵발전을 받아들인 도미오카역 앞에는“원자력은 미래의 밝은 에너지”라는 현수막이 아직도 걸려있습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26년 전 이 표어를 만든 사람이 방호복을 입고 통한의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원자력, 미래의 파멸에너지”라는 현수막으로 고쳐들고 말이지요.


후쿠시마는 아직 2011년 3월 11일 그대로입니다. 핵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않는 한 바로 우리의 미래이기도 합니다.


(다음 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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