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 노숙자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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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직 노숙자들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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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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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산 이경봉교무 " 구의교당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지하철의 노숙자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문득 떠오른다. 자의든 타의든 잘 곳이 없어 버려진 음식을 먹고 밤이면 신문지를 덮어 한기를 가리는 그들의 삶은 얼마나 힘겹고 절망스러울까.
종교란 이들에게 무엇이 되어야 하나 생각하면서도 실상 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2월28일 우리 교당에 한 교도님께서 큰 마음을 내셨다.(이름을 극구 밝히지 말라고 하셔서 밝히지 않음) 평소 지하철을 지날 때마다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워서 언젠가 밥 한끼라도 공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여건이 되어서 교당에 쌀 60킬로그램과 돈 1백만원을 가져 오셨다.
“교무님 이것으로 밥한끼라도 대접하고 싶은데요”
김화문 봉공회장은 그 쌀과 돈을 받아들고, 설기떡을 만들고 귤16박스를 샀다. 원봉공회 박숭인 교무님에게 노숙자들이 머무는 곳이나 많은 곳이 어디냐고 물으니, 영등포 문래동에 7~8백명이 머무는 「서울 자유의 집」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 분들 전체 한끼를 공양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전화를 하니 무척 반가워하면서 얼마후 차가 한대 왔다. 그 분들도 모두 노숙자들인데, 1백여명은 숲 가꾸는 일을 하고 나머지 7백여명은 박스 줍는 일부터 수입이 되는 작은 소일거리를 하면서 노숙을 벗으려 힘겨운 나날을 보낸다고 한다. 나는 조심스럽게 “각 가정으로 돌아가야 되지 않겠냐. 희망을 가지고 살아라. 언제까지 이렇게 어렵지는 않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자 그분들은 기쁘게 화답했다.
우리 교당 교도님들은 대단하다. 김화문 봉공회장은 내외분이 슈퍼를 하고 계시는데 일요일이면 아예 문을 닫고 법회에 나오시는가 하면, 복지관이나 노인 목욕봉사에 정성이시다. 또 교당에 와서도 항상 교당 곳곳을 둘러보며, 필요한 것은 없는지, 빠진 것은 없는지 챙기신다. 실직 노숙자들에게 전해진 떡은 이런 우리 교당 교도님들의 알뜰한 정성이 만들어낸 것이다. 교도님들의 봉공하는 마음이 노숙자들의 삶의 이유와 희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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