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생 위한 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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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생 위한 큰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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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3.06.29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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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 조정제 " 원남교당


수산 조정제 " 원남교당


원불교와 첫 기연을 맺은 곳이 인사동의 옛 종로교당이었기 때문에 감회가 깊습니다. 대학로의 문리과대학에 다닐 때 당시 유명한 박종홍 철학박사님이 원불교 종로지부에서 특강이 있다길래 그 옛 건물로 찾아왔었습니다.
40년 전의 일입니다. 박종홍 박사님은 ‘한국의 종교철학과 원불교’라는 강의에 원불교를 생활불교로서 한국종교계를 주도할 민족종교라고 주창하시었습니다. 그 당시 명동성당에 다녀보니까 그 웅장한 성당 속에 제가 자꾸 작아지고 왜소해지는 것 같아서 포기했고 그 다음 불교공부를 해보니 너무 염세적이어서 주저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게송을 보고 전 놀랐습니다. 구공역시 구족이란 부문에서 강한 긍정의 세계를 찾은 것입니다.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 이사병행, 영육쌍전 등 긍정의 종교관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그것이 저의 입교의 기연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저와 불연 깊은 종로교당의 이 행사에 전 기쁜 마음으로 달려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법호는 탐이 나도 아무나 받는 게 아닙니다. 법호는 원기 3년(1919년 7월26일) 소태산 대종사님이 9인 제자에게 법명과 법호를 내린 것이 우리 교단사에 최초이고, 여러분이 이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법호를 지금 받는 것입니다. 어찌 영광이 아니겠습니까? 법호를 받으려면, 법마상전급 이상, 사업성적 정3등급이상, 법랍 20년 이상 되는 교도에게 주어지는 것이 원칙이고 종법사님이 직접 내리시는 것입니다. 이 어렵고 귀한 보물을 오늘 여러분은 법계로부터 선물 받은 것입니다. 법마상전급도 어려운 경지입니다. 30계문을 대체로 준수하고, “천만경계에 사심을 제거하는데 재미를 붙이고 무관사에 동하지 않는 경지”입니다.
‘무관사에 동하지 말라’는 말에 의두가 걸린 적이 있습니다. 어떤 경지가 무관사이고 어디부터 유관사인가? 공중사는 무관사인가 유관사인가? 동하는 상대는 어떤 것인가? 이 ‘무관사에 동하지 않기"도 참 어려운 경지 같습니다. 언젠가 제가 집사람과 함께 외출을 하는 길이였는데 예쁜 여인이 지나가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아! 참 예쁘게 생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난 또 무관사에 동하는구나 하고 얼굴을 붉혔지요. 근데 집사람이 “저 젊은이 참 건강하고 예쁘네”하는 것이였습니다. “당신 눈에도 예뻐 보이는구나” “그래 여인도 예쁘고 꽃도 예쁘고 산도 아름다운거야. 거기서 멈추면 그만인거야. 호수에 예쁜 구름이 지나간 것처럼 맘에 잔상이 없으면 되는 거 아닌가?”
텅 빈자리에는 남녀의 구분도 없고, 미추의 분별도 없고, 미움도 고움도 없는 것인데 여기에 멈춰서야 되겠습니까. 이 경지도 맛보고 여유자적하기를 기대합니다.
사람은 여러 생을 통해 각기 다른 과거를 갖고 그 나름의 업보를 쌓아왔고, 그 속에 자기 나름의 좋지 못한 기질과 습관이 굳어져있습니다. 그러니 이생에서 법호 받고 또 법사에 오른 것을 계기로 지금부터 한가지라도 똑부러지게 기질을 확 바꾸고 습관을 고치기만해도 내생을 위한 우리 일생의 큰 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법호받은 분들은 기독교 장로에 해당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장로들과 사귀어보고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성경을 거의 외우다시피하는 것은 물론, 공심과 선교활동을 보면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도 떳떳이 장로에 맞설 수 있는 공부심과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의 공부가 날로 익어가고 아울러 종로교당도 크게 발전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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