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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원정
  • 승인 2005.06.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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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과 아픔 담은 조각보 전시하는 문혜경 강남교당 교도
“전시회를 열어 남에게 자랑하기 보다는 아픈 세월을 잘 이겨낸 나 자신을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돌아가신 엄마의 한복을 조각내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며 울기도 많이 울었다는 문혜경 교도. 처음엔 부모를 잃은 슬픔에 눈이 퉁퉁 붓게 울면서 바느질 하다, 99년 본인이 유방암 진단을 받은 후엔 아픔을 잊기 위해 조각보를 만들었다. 문혜경 교도는 그리움과 회한과 아픔과 기쁨을 담아 탄생시킨 조각보들을 6월 22일부터 28일까지 인사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전시한다.


조각보를 만들면서 사은을 느껴 …

“내가 칭찬을 받는다면 그것은 엄마 몫”이라는 문 교도는 “자식이 이름을 떨치면 그것이 孝가 아니겠냐”며 즐거워했다. 여성적이고 마냥 소녀 같았다는 그녀의 어머니(김현정 교도, 포항교당)는 96년 췌장암 선고를 받고 6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그때 문 교도는 고3인 외아들을 혼자 두고 포항에 가서 엄마를 돌봤다. 아들은 입시에 실패하면 재수를 할 수도 있지만, 엄마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기 때문.
“평소에 즐겨 입던 엄마의 한복들이 너무 고와 차마 버릴 수 없었다”는 그녀는 “그전엔 내가 바늘을 잡게 될 줄 꿈에도 몰랐다”면서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해서 그런지 조각보를 하면 할수록 천으로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었다”고 말하기도.
문 교도는 “쓸모 없던 천 조각도 보자기로 만들어지면 주위에 있는 천조각과 조화를 이뤄 더욱 돋보이는 존재가 되더라”면서 “보잘 것 없는 존재지만 나 역시 마찬가지”라며 조각보를 만들면서 사은의 은혜에 감사하는 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토로했다.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를받으며 누워있을 때도 이렇게 하면 더 예쁘겠다고 조각보에 대해 이것저것 구상을 하다보면 별로 아픈 줄도 몰랐다”는 그녀의 행복한 표정엔 조각보에 대한 애정이 물씬 배어나왔다.


내가 아픈 것이 다행이라고 감사 …

매사를 반듯하게 처리하는 손위 시누인 김혜전 삼삼회장의 연원으로 입교했다는 그녀는 “교회나 성당도 가봤지만 별로 끌리지가 않더라”면서 “원불교는 요란하지 않고 은근한 것이 바로 내 체질”이라고 미소 짓는다. 그녀의 남동생 둘과 올케도 그녀를 따라 입교했고, 남편(김덕중 교도)과 아들(김창문 교도, LG전자연구소) 역시 단 한번도 강요한 적이 없지만 스스로 입교해 교당에 다니고 있다.
암 선고를 받았을 때도 “식구 중 다른 사람이 아프지 않고 내가 아파서 다행”이라고 감사했다는 그녀는 “투병생활로 인해 아무래도 어디 나다니질 못하고 교당 다니고 집에서 바느질하는 단순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면서 “교무님의 기도와 교당에 의지하고 살다보니 병도 낫더라”고 말하기도. “믿고 행하기를 쉬지 않으면 마침내 증득하리라”란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는 문 교도는 수행생활을 중시해 새벽좌선을 생활화하고 있다.
그녀는 “보잘 것 없는 솜씨를 늘 아름답다고 칭찬해 준 남편에게 고맙다”면서 “특히 시어머니(이귀전 교도. 신촌교당)는 아픈 며느리 나으라고 매년 홍삼을 달여 주셨다”며 주위의 인연들에 감사해했다.
서원정 기자 swon@won.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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