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천에서 생명의 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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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천에서 생명의 봄을 만나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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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원불교 천지보은회 홍현두 교무 순례일정 합류



한반도 대운하 계획의 재검토를 촉구하며 차가운 겨울바람을 뚫고 김포 애기봉을 출발해 100일 간의 대장정에 나섰던 순례자들은 지금쯤 어디 있는 것일까? 여러 번의 전화 통화 끝에 이른 아침부터 길을 걷는 이들을 찾아낸 곳은 충북 괴산군 감물면을 가로지르는 달천 한 기슭에서였다.


오늘로 순례 길에 오른 지 꼭 20일째를 맞는다는 이들은 날이 거듭되면서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 이제 50명을 부쩍 넘어섰다. 순례 길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도 어린아이에서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데다가, 멀리는 경상도나 전라도에서부터 작정을 하고 시간을 내 올라온 사람들도 많이 눈에 띤다.


이날 일정부터는 원불교 천지보은회 홍현두 교무(동원교당)가 순례단에 참석해 순례가 끝나는 80여일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렇게 우리가 길을 떠남으로 해서 온누리 생명이 되살아나는 기도가 되길 바란다”는 홍 교무의 기도로 시작된 이날 순례는 보은군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천을 따라 조문리와 하문리를 거쳐 하유창에 이르는 약 13Km를 걷는 일정.


얼마나 그 물이 깨끗하고 달았으면 이름을 달천(甘川)이라 했을까? 막히면 돌아서고 트이면 가로질러 흘러가는 이 넉넉한 풍경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은 아니까? 하는 생각에 발걸음이 갑자기 무거워진다. 경부운하 계획에 따르면 이곳 달천은 대규모 댐이 계획돼 있어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이 된다면 수몰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순례객들의 발걸음에 놀란 듯 멀찌감치 청둥오리 한 떼가 물을 박차고 후두둑 날아오른다. 길가 수양버들은 물이 오르는지 연두빛을 띠기 시작하고, 들녘은 부지런한 농부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앞서 걷는 도법 스님과 수경 스님은 한적한 시골길을 차량들이 지나쳐 갈 때마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넨다.


순례객들이 잠시 강변에서 휴식을 취하는 틈을 타 대중 앞에 나선 염우 청주환경연합 처장이 “경부운하는 강의 훼손을 떠나 백두대간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는 무모한 사업”이라며 “물은 산을 넘지 않는 것이 자연의 순리인데 이 물을 거꾸로 끌어올려 저 산을 넘도록 한다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 며칠 후면 순례단은 조령에 도착한다. 새도 넘기 힘들다고 해서 조령이라고 했던가? 그런데 이제 이곳 조령을 물이 넘고 배가 지난다고 하니 산전백해도 이보다 더 큰 산전벽해가 없다. 원불교천지보은회는 오는 3월 27일 김해시 한림면 명례나루터에서 대규모 기도회를 열고 한반도 대운하를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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