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의 외로움, 연극으로 달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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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향살이의 외로움, 연극으로 달래요
  • 한울안신문
  • 승인 2008.10.22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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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외국인센터 . 양천교당, 결혼이주여성한국어연극발표회



“너무 신신애(심심해)~ 토끼야 토끼야, 나랑 같이 놀아조래?(놀아줄래?)”


“나무야, 네 여매(열매) 맛따(맛있다). 하지만 나 아빠가 집으로 와. 나 가해(가야해).”


심심한 나무가 토끼, 원숭이와 놀다가 결국에는 제 몸에 둥지를 튼 다람쥐 친구를 만나 행복해지는 연극 ‘외로운 나무’. 발음은 다소 부정확하지만, 직접 만든 의상과 반년동안의 연습 덕인지 아이들부터가 눈을 동그랗게 모은다. 이어지는 연극 ‘강아지똥’은 모두들 피하는 강아지똥이 흙과 만나 예쁜 민들레꽃을 피워낸다는 내용. 심심하고 외로웠던 나무와 강아지똥이 행복해지는 모습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의 커져가는 희망이 생생히 전해져왔다.


10월 18일 양천교당에서 열린 ‘마음의 시간 여행 연극 발표회’는 결혼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 (사)한국연극치료협회가 주관, 원불교 서울외국인센터와 양천교당이 협력한 결혼이주여성 대상 프로그램이다. 고국을 떠나 한 가정의 주인이 되었음에도, 주위의 냉랭한 시선과 낮은 한국어 실력 때문에 더욱더 위축되는 이주여성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 ‘외로운 나무’와 ‘강아지똥’ 내용 자체가 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다.


오후 2시에 시작하는 발표회를 위해 양천교당은 아침부터 북적였다. 지난 4월부터 그림, 공작, 연극관람, 가족야외소풍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친밀함과 자신감을 다져왔지만, 발표회에 앞선 긴장감은 어쩔 수 없는지 최종 리허설마저도 서너번을 했을 정도. 하지만 떨리는 엄마와는 달리 교당을 위아래로 뛰어다니며 또래와의 놀이에 여념이 없는 아이들은 준비된 닭강정, 김밥, 유부초밥, 치즈케익, 치킨 등을 먹으며 잔칫날 분위기를 흠뻑 즐겼다. 엄마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아이들과 갓난쟁이들 덕분에 연극 중에 연기자가 당황하는 해프닝이 종종 일어나기도. 하지만 축하공연으로 펼쳐진 손원덕 교무의 오카리나 연주 ‘아리랑’을 따라 부를 때는 엄마도, 아이도, 연극 선생님들과 최도상(양천교당), 최서연(외국인센터) 교무님도 모두 한 목소리였다.


마지막 연극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연인의 모습을 표현한 ‘봄/여름/가을/겨울’로, 남녀 간의 만남, 사랑, 갈등, 화해를 담아내 많은 호응을 받았다. 대사도 많고, 전체 공연 시간부터가 이전 연극의 두배 이상으로, 5명의 이주여성이 번갈아 연인, 나무, 바다, 나비, 군고구마장수 등을 연기했다. 특히, 이 연극에서 뛰어난 한국어 실력을 보여준 편차라 씨는 어린 아이들과 남편이 응원 와 주위의 부러움을 샀다. 남편 정해식 씨는 “아내가 한국에 온지 5년이 되었는데, 외국인 센터에서 배운 한글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아이들이 어려서 연극연습하기에 바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워낙 즐거워하면서 열심이다보니 이해하고 응원하게 되더라”고 멋쩍게 웃었다.


한편, ‘외로운 나무’에서 직접 만든 나무 옷을 입었던 김 선(한국이름)씨는 베트남에서 온 결혼 6년차 주부로, 아들 서진이가 응원을 왔다. “옷 만들기와 연극 연습은 재미있었는데, 한글 발음은 아직도 너무 어렵다”는 그녀는 “아이들도 어린데 한국말 잘하는 엄마들 보면 기쁘면서도 부럽다”며 한국어 공부의 의지를 보였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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