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생의 다큐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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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생의 다큐멘터리
  • 한울안신문
  • 승인 2009.03.19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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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뉴욕교당 전성후 교도 한미사진미술관 회고전




“사진기자 30여년을 포함한 40여년 찍은 작품 중에 선별했습니다. 이 기록들이 쓸모있는 자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한 것인데, 그러고 보면 회고전이라고도 볼 수 있지요.”


송파구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 올림픽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0층 갤러리 창가에서 눈을 지그시 감는 그. 그 시간들이 일순 가슴속을 훑고 지나서일까. 웃는 낯을 거둔 꼭 다문 입이 천천히 열린다.


“어떤 것이든 떠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지요. 이번 전시회는 사진과의 이별이라는 뜻도 담겨있습니다.”




카메라를 손에 쥔 한 평생, 삶의 기록이자 인간의 진실이 담긴 자신의 작품들과 이별하는 그, 재미사진작가 전성후(호적명 전용종, 뉴욕교당) 교도.


성균관대 재학 시절 학교 신문 사진기자로 발들이게 된 사진의 길은 일간지 사진기자와 미국 지점 총 편집장직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40여년, 그는 ‘70년대의 한국, 80년대의 미국에 대한 사진사, 역사에 대한 자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그가 택한 곳은 국내 최초 사진 전용 갤러리인 한미사진미술관. 3월 7일부터 4월 18일까지 그의 회고전이자, 기증기념전, 그리고 한국에서의 세 번째 개인전이 열린다.


“일간지 사진기자 시절의 사진들이 참 아쉬워요. 그때 미국으로 가면서 왜 챙겨갈 생각을 못했는지…. 아마 그 때는 사진기자만 생각했었지, 작가로 활동할 생각은 없어서였나봐요.”


서운한 기색을 애써 감추는 그, 이번에 기증한 139점을 정리해온 2년여의 시간동안 온갖 상념이 가득했을 터다. 늘 그의 이름 뒤에 따라다니는 ‘인간 삶의 다큐멘터리’라는 사실성과 기록성이라는 사진의 특징이 잘 드러나는 작가로 평가된다.


“그런데 얼마전부터 좀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는 도시나 마을, 사람들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제 자연을 보게 돼요. 미국 서부에 흔한 돌무덤을 예전에는 그냥 그러려니 지나쳤었는데, 이제 가만히 바라보고 찍게 돼요. 뭔가 거룩하고 은혜로운 마음이 든달까요.”




뉴욕에 함께 간 어머니가 교회도 절도 아닌 원불교 교당에 정을 붙이기 시작하며 인연이 된 원불교. 어머니 때문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돌아가시고 나서 49재 후에야 진정한 교도로 거듭났다. 세상을 보고, 그 풍경을 뷰파인더로 담는 시선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그다.


“다시 태어난대도 사진을 하고 싶어요. 물론 더 좋은 사진을 찍어야겠지요. 이 생, 원불교를 늦게 만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그 밖에 사진이 나를 부르고, 나는 사진을 쫓았던 평생이 그리 감사할 수가 없네요.”


무거운 카메라를 내려놓고 이제는 작고 가볍게 ‘결정적 순간’을 찍고 싶다는 그,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날개’ 옆에 선 전성후 작가는 찍히는 게 어색해 자꾸만 너털웃음을 지었다.


민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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