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양성, 막 떨군 씨앗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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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양성, 막 떨군 씨앗 하나'
  • 한울안신문
  • 승인 2011.09.27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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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9월 18일 봉불하는 안암교당 마음공부학사



방 세칸이 단촐한 낡은 한옥에 내 집도 아닌 1억 4천 전셋집. 첫 입주자는 청년 다섯명. 허나 이 작지만 거대한 시작은 언젠가 큰 변화의 시작점으로 회고될 것이다. 도덕적이며 창의적인 인재를 정신적으로 무장해 세상에 소금으로 내보내는 안암교당 마음공부 학사. 원불교가 세상과 만나는 가장 큰 보람이자 의미 중 하나인 ‘사람농사’의 첫 싹이 미약하나마 세상에 고개를 내민다.


9월 18일 봉불하는 안암교당 마음공부 학사. 그동안 교도들이 한마음한뜻으로 열어온 바자회며 성가 CD, 그리고 여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없어도 만들어내는 희사금’으로 쌓인 금액은 9월 4일 회보 기준 2억이 갓 넘었다. 원불교 재가출가 인재양성을 목표로 서원을 세웠을 때는 30여명 규모를 꿈꾸며 매일 박차를 가했지만, 수십, 수백억을 모으기 전에 작게나마 알차게 연 문이 바로 이 학사다.


“서울시내 80%의 대학이 이 동북권에 모여있어요. 어찌보면 이미 늦었죠. 경제적·정신적 후원만 있다면 빛을 볼 원불교 인재들, 나아가 이 사회의 인재들 또한 가까이 있다는 거죠.”


‘인재를 가져다 쓸 생각만 하지, 기를 생각을 못하고 있는’ 현상이 안타까운 김제원 교무, 그는 처음 학사를 기획하며 일본 정재계 리더의 산실 ‘마쓰시다정경숙’을 떠올렸다. ‘인간을 만들고, 이들이 뜻을 세우도록 도와주는’ 교육목표의 정경숙은 모든 숙식과 수업에 연구자금까지 지급하며 인재를 길러낸 결과 설립 20년만에 총리까지 배출했다.


“사람농사는 나무와도 같아요. 20~30년은 바라보고 시작해야하죠. 꾸준히 투자하며 보듬어야 해요. 언젠가 마음공부학사 출신이 하나의 이력이 되는 날도 올 겁니다.”


이를 위한 학사의 원칙은 확고하다. 안암교당에서 법회를 보는 청년이어야 하며, 어디 누구의 소개가 아닌, 실제 교당을 다니며 확실히 검증된 인재라야 한다는 것. 생활비와 공과금만 나눠 내는 기회에 지속적인 가치관 및 정신·생활지도까지 후원하는 학사인만큼 교무와 교도, 기존 학사생들 역시 가능성을 인정하고 키워갈 사람을 뽑는다. 한편 아침수양시간 출석률이나 공동생활 규칙 등은 학사생들이 공동으로 내린 결정을 따르며, 방학 봉사활동, 독서토론, 해외연수 등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늘려갈 계획이다.


“이제 교당은 지역사회와 연대하고 도움을 주지 않으면 안됩니다. 안암교당은 그 방법으로 학사 운영을 하려는 거에요. 이 학사는 교도들만을 위한 경제적 수단이 아닙니다. 학교나 학점, 국적, 나아가 종교의 울도 넘을 수 있어요.”


기름진 토양을 일군 농부는 좋은 씨앗을 기다린다. 마음과 정성들여 키우고 기르면 세상을 이롭게 하는 동시에 다음에 자랄 씨앗의 거름이 된다. 이와 같이 거룩한 인재양성의 순환, 9월 18일 시작되는 낡은 한옥 전셋집은 언젠가 원불교라는 이름과 나란히 설 ‘안암교당 마음공부학사’의 이제 막 떨군 씨앗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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