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공부되는 그림'
상태바
'보기만 해도 공부되는 그림'
  • 한울안신문
  • 승인 2012.11.15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4 2012 KPAM 전시회 참여한 성선희 작가



원인가 싶다가도 달, 달인가 싶다가도 일원상, 또 가만보면 내 마음. 성선희(법명 정훈, 화명교당) 작가의 작품들에 둥그러니 뜬 큰 원. 무어냐 물으니 돌아오는 성 작가의 대답, ‘보려는 대로 보일테지요’. 가을 오후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그 큰 곳이 교당이요 선방인가 싶었다.


“마음을 그림 안에 담아내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했어요. 늘 현상보다는 그 안의 의미와 메시지를 표현하고 싶었거든요. 아, 저 둥근 달을 기준 잡아 마음을 찾아가봐야겠다, 하고는 선과 기도로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웠어요. 그런데 결국 돌고 돌았는데 말이에요, 바로 딱 둥근 달 그 모습이더군요.”


마음의 진짜 모습을 찾기 위한 여정의 마지막에 만난 시작, 성 작가는 완전히 품에 안은 이 달을 ‘마음달’이라 부르며 화폭에 옮겨담기 시작했다. 특히, 불단 벽에서 도드라진 일원상처럼, 마음달 역시 한지 등 종이를 겹쳐 붙이는 꼴라쥬 기법으로 실제로 보름달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끌어냈다.


“그림은 종이 한 장 안에 기호·선·색깔·공간 등이 다 들어가야하죠. 그러니 붓을 들기 전에 이미 대상과 의미를 충분히 생각해야 해요. 의심도 후회도 떨친 순수한 내 마음이 온통 담겨야 그림 한 장이 완성됩니다. 그러니 그 과정이 곧 선이지요.”


2012 KPAM 대한민국예술제에서 부스 전을 펼치고 있는 성 작가, 그는 마흔 넘어 붓을 다시 잡고, 꼭 오십이 되던 해 실기까지 쳐가며 미술대학에 들어가 평생 소원이던 ‘화가’의 꿈을 이뤘다. 서양학과 전공이지만 대학 4년동안 동양화며 조소며 크로키·판화 등 장르 불문,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공부했던 그녀였다.


“그렇게 화가가 되니 그림을 팔아야 다음 작업을 하잖아요. 솔직히 그럴려면 이른바 ‘꽃그림’같이 팔리기 위한 걸 그려야하는데, 아무리 마음을 봐도 속에 꽃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했지요. 내 그림은 마음을 담는 심상화다, 참선하는 사람이, 진리 공부하는 사람이 어찌 ‘꽃그림’을 그리나, 라고요.”


얼마 뒤, 한 선원에서 달 그림을 사가며 했던 말, ‘보기만 해도 공부되는 그림, 공부하는 사람 아니면 못 그리는 그림’이라는 말에 보람과 용기를 되찾았다. 입교 31년째, 화명교당 교도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녀, 특히 고향인 부산에서 촉망받는 작가로 원불교미술제에도 매년 참가해오고 있다.


“바라던 화가가 됐으니 이제 제 소명은 원불교 문화사업 중에 미술분야를 활성화시키는 거지요. 봄부터 온천 원광수양원에 일주일에 한번 미술교육봉사를 하고 있는데, 전국 어느 교당, 어느 기관이라도 제가 필요하다면 가서 재능 기부를 하고 싶어요. 종교가 법설과 공부만이 아니라 문화도 배우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특히 이 삭막한 삶 속에 오래 전 묻어뒀던 열정과 꿈을 꺼내는 것이 곧 스승님이 말씀하신 ‘풍류’ 아닐까요?”


민소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