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흐르고 꽃 피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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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고 꽃 피는 날’
  • 한울안신문
  • 승인 2014.12.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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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기 29년 갑신 10월 어느 날, 정산종사 옛 글 한귀를 써주시며 “국운과 교운의 장래가 이러하리라”하시니 “稽山罷霧鬱嵯峨鏡水無風也自波莫言春度芳菲盡別有中流採荷”라, 번역하면 “계산에 안개 개면 울창하고 높을지요, 경수에 바람 자도 잔물결은 절로 있다. 봄철 지나 꽃다운 것 다 시든다 말을 마라, 따로이 저 중류에 연밥 따는 철이 있다”함이러라.


(정산종사법어 국운편 1장)



국가적으로 참 풍파(風波)가 많았던 일 년이었습니다. 위정자들의 권력 다툼이야 유사 이래 끊일 날을 찾기 어려우니 그렇다 해도 꽃다운 계절(4월 16일)에 미처 꽃피지 못하고 떠난 세월호의 어린 생명들을 생각하니 어찌 슬프지 않을까요? 칼바람 속에 푼돈을 벌기위해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굽은 허리를 넘어 또 이렇게 한 해가 갑니다.


20~30대에 제일 많은 죽음의 이유가 질병이 아닌 자살이며, 한 해 만 사천 명 이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가진 이 나라에서 과연 봄날은 언제 돌아올지 누구라도 붙잡고 묻고 싶은 요즘입니다.


정산종사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을 하십니다. ‘봄철 지난 꽃들이 다 시든다 하지 마라, 연밥을 따는 철은 따로 있다’ 그렇지요. 그런 날이 꼭 오겠지요.


올 한해의 마무리는 억울한 생명들이 원한을 풀고 제 스스로 물 흐르고 꽃 피는 날에 우리 곁에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합장 발원하며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박대성 편집장



작품명 : 수류화개(水流花開)


65×30, 정은광 교무 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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