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탐방] 사람대접 받는 곳, 어르신도 춤추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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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탐방] 사람대접 받는 곳, 어르신도 춤추게 한다
  • 한울안신문
  • 승인 2019.05.16 02:39
  • 호수 1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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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
어버이날을 맞아 요양원 원내에서 펼쳐진 보은잔치.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 전경사진.

[한울안신문=강법진] 사회복지법인 원불교 창필재단 소속 수원시립노인전문요양원(이하 수원시립요양원)을 방문한 날은 어버이날 행사가 한창이었다. 어르신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고 음악에 맞춰 박수도 치고, 노래도 따라 부르더니 급기야 흥에 못 이겨 무대에 나와 춤을 춘다. 인생의 낙은 나이나 생로병사에 있지 않다고, 오직 마음이 시키는 대로, 더도 덜도 아닌 그 순간만이 있을 뿐이라는 듯 어르신들은 맘껏 즐겼다.

어르신들의 행복한 미소를 지켜보던 김명증 원장이 어디론가 향한다. 중증 와상 어르신들이 생활하는 2층 평화마을이다. 김 원장이 방에 들어서자 한 어르신이 고개를 돌려 반갑게 인사를 한다.

“원장님~.”

“저 알아보시겠어요? 다 잊어버려도 저는 안 잊어버리시네.”

“그럼, 원장님은 안 잊어버리제. 부르기도 얼마나 쉬워.”

자식들 이름은 잊어버려도 매일 보는 원장의 얼굴은 볼 때마다 반갑다는 어르신, 잠깐이나마 눈 마주쳐 주고 손잡아 주는 그 정이 어르신에게는 삶의 활력이다. 이곳 수원시립요양원에 들어온 지 벌써 15년째, 이쯤 되면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는 직원들이 어르신에게는 가족인 셈이다.

장기요양기관 평가, 매번 최우수 등급 받아

수원시립요양원은 수원시뿐 아니라 전국에서 알아주는 모범요양시설이다. 2004년 12월에 개원한 이곳은 이듬해 정부가 도입한 장기요양보험 첫 시범사업기관으로 선정된 것도 기초가 탄탄한 모범 시설로 자리매김하게 된 좋은 계기가 됐다. 덕분에 최근까지도 꾸준히 타 요양시설에서 벤치마킹하러 온다고.

초기에는 모범 시설이란 소문을 듣고 연간 만 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찾아와 직원 업무의 주종이 바뀔 정도로 바빴다. 이후 대책을 세워 연간 6,700명을 넘지 않게 했다. 이 또한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효행을 실천하고자 온 학생들까지 막아설 수는 없었다. 이유 있는 신념과 꾸준한 신뢰에 바탕해 운영해온 수원시립요양원은 올해 2018년 장기요양기관 평가에서도 최우수등급을 받았다. 2009년부터 5회 연속 꾸준히 최상위등급을 유지해 올 수 있었던 비결, 그것은 개원 당시부터 내걸었던 원장의 경영마인드가 주효했다.

누구나 사람대접 받는 곳

개원 당시부터 ‘사람대접 받는 시설’이란 슬로건으로 수원시립요양원을 운영해온 김 원장은 어르신, 직원, 자원봉사자 할 것 없이 모두를 존재 자체로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처처불상(處處佛像)’ 이념을 실현해 왔다. 이러한 경영마인드가 시설의 신뢰도와 만족도를 높여 자타공인 모범시설로 인정받게 된 것. 취재 차 잠깐 머문 동안에도 느낄 수 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간 수원시립요양원은 실내화를 따로 주지 않는다. 원장은 물론 내빈이 오더라도 맨발로 다녀야 한다. 이유를 묻자, 어르신들이 신지 못하는 실내화라면 직원들은 물론 자원봉사자, 내빈들도 기꺼이 어르신들과 동일하게 맨발로 다녀야 한다는 게 이곳의 원칙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대신 바닥의 적정 온도와 청결 유지에 있어서는 민원이 들어오지 않게 철저히 관리한다. 그러고 보니 145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입소해 있어도 원내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

냄새 없는 시설, 그것은 24시간 어르신들을 수시로 살펴드리고 일이 발생할 때 빠른 대처를 통해 늘 청결함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대부분 중증 어르신들이라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어려운 일들을 고집스럽게 해가는 데는 사람을 귀히 여기고, 평등하게 대하고자 하는 김 원장의 전무출신 정신이 한몫하고 있다. 사회복지, 요양원 운영에 경험도 없던 그가 지난 15년간 2년, 3년씩 재위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위탁 기간은 5년이라고 하니 더이상 설명이 필요 없었다.

그는 “우리 시설에서 가장 존귀하게 사람 대접을 받아야 할 분들은 어르신이다. 145명의 어르신을 90명의 직원이 보살핀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수시로 살피고, 몇 번을 물어도 처음인 것처럼 응대하는 것, 그 마음에서부터 시설 운영이 시작된다고 보았다”면서 “사실 치매와 같은 노인성질환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은 사회적 약자다. 이들을 대하다 보면 돌발상황도 많이 발생하지만, 그때마다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고 문제해결에 적극 대처하는 직원들을 보면 고마울 뿐이다”며 직원 자랑도 아끼지 않는다.

김명증 원장.
즐거워 하는 어르신.

직원이 행복해야 어르신이 행복해

직원들의 이러한 근태 성향에는 다 이유가 있다. 매월 첫째주 수요일에 열리는 마음공부를 통한 직원교육과 한 달에 2명씩 주어지는 열흘 특별휴가제도, 그리고 연초면 전 직원이 고가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것도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최상의 직원 복지다. 이러다 보니 장기근속자도 많고 퇴사했다가 다시 돌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그 안에는 업무를 넘어 교화에 대한 마인드도 담겨 있다. “앞으로는 찾아가는 교화가 아니라 밀려오는 교화를 해야 한다”는 그는 수원시립요양원을 위탁받게 된 것도 오래전 그가 꿈꾸었던 교당의 모습, 교화와 복지가 함께 어우러진 복합생활공간을 만들겠다는 염원이 씨앗이 됐다. 그래서 그는 어르신과 직원들, 자원봉사자, 후원자들에게 때로는 친구이고, 상담자이고 일원 가족 같은 존재다.

경험도 없이 덜컥 위탁을 받아 15년간 운영을 해왔지만, 오히려 몰랐던 것이 약이 됐다며 배움에 대한 열정, 함께 공유하고 배려하는 마음속에 지금의 수원시립요양원이 탄탄하게 자리 잡았다는 그, 교화와 복지가 둘 아닌 자리를 알기에 가능했다.

한편 수원시립요양원은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맞춤형 복지를 위해 수원시립노인주간보호센터, 한누리노인요양공동생활가정, 수원시립방문요양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정된 직원으로 4개 기관을 운영하려면 하루 24시간도 모자라지만 노령화되는 한국사회에 어르신들이 살아있는 동안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다면 이들의 도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5월 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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