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유 노우? 포스트 코로나] 재앙인가 진화인가,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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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 노우? 포스트 코로나] 재앙인가 진화인가,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05.27 10:25
  • 호수 11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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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원불교환경연대 10주년 포럼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왼쪽)과 원익선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


[한울안신문=강법진] 원불교환경연대(이하 원환경연대)가 창립 10주년을 맞아 ‘코로나 이후 삶에 대한 10가지 질문’을 던지며 우리사회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포럼을 개최했다. 2명의 발제자와 세대를 아우른 10명의 질문자가 참여했고, 코로나19의 생활방역 강화로 포럼 현장은 유튜브로 생중계했다.

5월 21일 오후7시 영등포 하자센터 999홀에서 진행한 이번 포럼은 ‘두 유 노우? 포스트 코로나’라는 주제로 열렸다. 발제에는 홍기빈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소장과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가 나섰고, 사회는 윤대기 원불교환경연대 집행위원장이 맡았다.

포럼에 앞서 지난 10년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을 시청한 뒤, 김선명 원불교환경연대 공동대표는 “우리들의 지나온 10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우리가 가야 할 길을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됐다. 안타깝게도 우리 인류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쓰나미와 같은 위협 앞에 서게 됐다. 지난 10년 원불교환경연대는 탈핵과 자연의 강을 살리기 위한 대안으로 햇빛발전을 추진해 왔고, 전국 100개의 햇빛발전 설립으로 2015년 유엔 파리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서 ‘실천하는 종교의 모습’으로 초대받아 활동을 보고했다”면서 “지난 10년의 발걸음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2020년 코로나19의 위기를 맞았다. 이제 원불교환경연대는 작지만 담대한 걸음으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멈추고 침묵하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원익선 교무는 ‘침묵하고 성찰하라, 길은 늘 있어 왔다’는 제목으로 폭풍우 치듯 현실을 비판하고 지금까지의 삶을 완전히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교무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의 멸종을 앞당겼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인류는 이 지구에 존속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며 “인간이 고안한 자본주의는 그 마지막 방파제인 종교마저 삼켜버렸다”고 말한다. 때문에 멈추고 침묵하라고 한다. 침묵을 통해 인간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정견(正見)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그래도 인류가 살아남고 싶다면, 자신의 분수에 맞게 줄이는 것 외에는 없다.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멈추고 성찰해야 한다”며 그 답은 이미 수없이 죽어간 평범한 사람들이 유산으로 남기고 갔다며 생명에 대한 존엄성을 깊이 들여다보게 했다.


흑사병, 대공황 그리고 코로나

두 번째 발제는 코로나19로 각계각층에서 강의가 쇄도하고 있는 칼폴라니사회경제연구소 홍기빈 소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홍 소장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는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해 과거 흑사병과 대공황에 비추어 비교 분석했다.

홍 소장은 “1347년에 이탈리아 북부에서 시작돼 전 유럽을 강타했던 흑사병은 사실상 핵전쟁이나 마찬가지였다”며 무수한 생명을 앗아간 흑사병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으로 문명의 대전환을 가져왔고, 무엇보다 ‘죽음 앞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다는 새로운 의식이 나타나게 됐다며 이를 코로나 사태와의 공통점으로 짚었다. 이후 1970년대부터 40년간 이어온 자본주의는 도시화·지구화·금융화 등을 재촉했지만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앞에서 자산 및 금융 시장은 어떤 예측 모델도 데이터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전 세계 인류의 절반을 도시 인구로 만들었던 거대한 도시화의 추세 또한 퇴조하거나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결국은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무한한 생산으로 무한히 충족한다는 원리에 기반한 문명이 과연 지속 가능한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이어 홍 소장이 주목한 것은 1930년대의 대공황 사태다. 그는 1930년대의 대공황은 자본주의 산업문명의 위기가 어떤 양태로 벌어지는지에 대한 하나의 전범 역할을 했고, 이후 자본주의 시스템에 위기가 올 때마다 익숙한 대응 매뉴얼이 작동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는 완전히 다르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금융시장은 점차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지만, 미국을 위시한 주요 산업국가에서 노동시장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지고 있으며, 다양한 사회적 위기와 갈등이 터져 나오고 있어서 기존의 정형화된 매뉴얼로 맞설 수 있는 사태가 아니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공통점이 있다면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과 기능을 갖춘 국가가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며 ‘조세 국가’를 주장했다. 과거와 같은 ‘큰 국가’이긴 하나 세금을 걷어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목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스스로의 욕망에 질서를 부여하면서 이웃 그리고 자연과 공생(共生)·공락(共樂)하는 좋은 삶을 살게 하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가 현실화한다면 지금의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는 재앙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겪어야 할 ‘진화의 시련’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결국 미래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코로나 이후의 삶, 묻고 답하다

두 발제자의 발표가 끝나고, 10명의 질문자가 세 그룹으로 나뉘어 문답을 이어갔다.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 이송란 교도, 가락교당 김시현 교도, 원종성 청년, 청소년 영상질문(휘경여자중학교 3학년 임다인 학생, 화곡교당 박윤호 어린이), 전국원불교대학생연합회 박범진 회장, 한민족한삶운동본부 엄익호 청년, 은평전환마을 소란 퍼머컬처, 사직교당 박명은 교무, 기독교환경운동연대 활동가 임준형 전도사, 의왕교당 오광선 교무가 각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의 전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첫 번째 이송란 교도는 “코로나19로 우리 일상의 모습이 많이 바뀌었다. 특히 대면 접촉을 최소화하는 언택트 시대에 협동조합은 어떤 방식으로 결속과 유대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고민이다”고 질문했다.

홍 소장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더라도 마음을 가깝게 하려면 만남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마음과 마음을 포용한다는 의미의 새로운 형태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조합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조합이 가진 공동의 미션에 대해 조합원들에게 확신을 주고 지속적인 성취감을 안겨 줘야 한다”고 답했다.

두 번째 그룹에서 엄익호 청년은 “코로나로 유래없는 기본소득 정책이 실현됐다. 코로나 이후의 사회는 노동과 소득을 어떻게 바라보게 되며, 앞으로 청년들이 맞닥뜨리게 될 경제사회의 모습은 과연 어떻게 전망하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 홍 소장은 청년세대들이 주체가 돼 노동시장을 바꿔 달라며 ‘취업자 소득보험제도’를 적극 추천했다.

원 교무는 “코로나19 상태가 1년 이상 지속되면 대공황의 몇 배에 해당하는 지구 경제가 붕괴한다”며 “한 나라의 대처만이 아니라 전 지구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 외 박명은 교무의 종교의 역할과 소란의 생태전환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삶의 방식에 대해 원 교무는 “종교는 인간의 질주본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소극적으로 국가의 방역체계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근본 원인에 대한 지혜를 종교적 처방으로 내놓아야 한다. 종교가 권력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이미 경전에 인류의 미래에 대한 처방이 나와 있다”고 견해를 전했다.

지구온난화를 걱정하는 청소년 질문자들과 함께 마지막 질문을 던진 오광선 교무는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법에 대해 물었다. 오 교무는 “원불교환경연대가 10년간 탈핵운동을 해왔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지구온난화를 늦추는 방법에 대해 궁금하다”고 하자, 홍 소장은 “원자력이 탄소배출을 줄이는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하나는 기술공학적인 해법이 기후위기를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에너지를 덜 쓰는 삶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 교무는 “마음을 변화시키는 일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룬 지구가 코로나 이후 지향해야 할 사회이며 지구의 모습이다”고 갈무리했다.

포럼의 마무리는 원환경연대 조은혜 사무처장이 지속가능한 지구살림을 위한 ‘원 에코 기후학교(6월 5일~7월 3일, 매주 금요일 오후2시, 서울교구청 한강교당 청소년멀티룸)’를 홍보하며 마쳤다.

이날 포럼은 유튜브 채널 ‘원불교환경연대’를 검색하면 다시 볼 수 있다.

링크 클릭 (https://www.youtube.com/watch?v=Yuq2UcvR3rQ&t=5929s)

첫번째 발제자로 나선 원익선 교무의 발표가 유튜브 생중계로 송출되고 있는 화면이다. 이날 최다 접속수는 70명대를 넘어섰고, 방송 종료 때까지 평균 50명이 온라인으로 포럼에 참여했다. 

 

희망을 버리고 절망하자

원익선 교무
원광대학교 원불교학과 교수

단언컨대 불행하게도 인류의 희망은 없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인류의 멸종을 앞당겼다. 안타깝게도 이 모든 것은 인간이 초래한 것이다. 더 이상 희망은 없다. 기댈 언덕도 없다. 희망을 버리는 것이 낫다. 인류는 모든 가능성을 버려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인류는 이 지구에 존속할 수 있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 나는 절망한다.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인간이 고안한 자본주의는 그 마지막 방파제인 종교마저 삼켜버렸다. 종교는 그 자본의 파도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모든 가능성을 접어라. 불타는 지구의 마지막 모습을 불꽃놀이처럼 즐기다가 사라지자. 인간의 문명은 실패한 문명이다. 포기하고 다른 생명체에게 길을 양보하자.

멈추고 침묵하자

침묵해야 한다. 원불교환경연대 10주년의 의미는 전 세계에 침묵을 선포해야 한다. 침묵 외에 길은 없다. 침묵을 통해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자. 인간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그저 바라보아야 한다. 침묵으로 모든 현실을 정견(正見) 해야 한다. 아우성치는 인간의 고통을 그대로 보아야 한다. 모두 다 침묵하고 코로나19를 보라. 소리도 없이, 형체도 없이 진격하지 않는가. 그들은 인간에게 침묵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오직 인간 자신만을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놓으라고 한다. 무한대의 생산과 무한대의 소비와 무한대의 부에 대한 환상이 거품처럼 꺼져가는 모습을 비통하게 쳐다보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은 있는가

그래도 인류가 살아남고 싶다면, 자신의 분수에 맞게 줄이는 것 외에는 없다. 삶의 활동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인간에 대한 살상을 줄이고, 생태계 파괴를 줄이고, 온실가스를 줄이고, 경제의 규모를 줄이고, 정치 언쟁을 줄이고, 탐욕을 줄이고, 쓰레기를 줄이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생각을 줄이자. 비행기를 덜 타고, 배를 덜 타고, 길을 덜 내고, 덜 입고, 덜 치장하고, 덜 쓰고, 덜 말하고, 덜 부수고, 덜 공격하자. 그런 뒤에 지속 가능한 문명이 되고 싶다면 나누자. 사랑과 인정도 나누고 돈과 물질과 에너지도 나누고, 웃음과 행복, 외로움과 슬픔도 나누자. 수많은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책 중에 인간 자신의 한계에 대한 성찰은 비교적 적었다. 인간의 욕망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 종교에만 그러한 가르침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부질없는 소유욕에 대한 성찰, 소유의 무상(無常)함을 수없이 죽어간 보통의 사람들이 유산으로 남기고 갔다. 언제나 그렇듯 길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평범한 민중들의 역사 속에도 늘 있어 왔다.

-원익선 교무의 발제문 요약

 

5월 2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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