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5주년 특별좌담5] 코로나19, 원불교 전환의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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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25주년 특별좌담5] 코로나19, 원불교 전환의 길을 묻다
  • 강법진 편집장
  • 승인 2020.06.23 22:52
  • 호수 11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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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신문&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공동기획
포스트 코로나 시대, 종교 그리고 원불교의 길을 묻다
한덕천 서울교구장, 김관진 봉도청소년수련원장, 김선명 원씨네교당

한울안신문 창간25주년 특별좌담 다섯 번째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원불교 개벽(전환)의 길’에 대해 질문했다. 코로나19 창궐로 교단은 종교의 생명이라 여겼던 ‘일요법회’를 중단하면서 이전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비대면 시대의 교화방법을 요구받게 됐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라는 개교표어가 일상으로 깊게 파고든 요즘, 종교 그리고 원불교 전환의 길을 묻고자 6월 10일 한강교당에서 세 명의 패널을 모시고 유튜브 생방송(동그리TV)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 교화를 책임 맡은 이산 한덕천 서울교구장, 제도종교의 혁신에 오랫동안 고민해온 봉도청소년수련원 건산 김관진 원장, 원불교 시민사회활동을 총괄하는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일산 김선명 교무이다.

사회·정리=강법진 기자 / 공동기획=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 협조=유튜브 동그리TV

1주_포스트 코로나, 종교의 전환을 묻다
2주_젊은교무, 코로나 이후의 교화를 고민하다
3주_재가출가 함께하는 활불공동체
4주_포스트 코로나, 원불교 개벽(전환)의 길

패널로 참석한 한덕천 서울교구장, 김관진 봉도청소년수련원장, 김선명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교무(왼쪽부터).


코로나19 사태를 교리적 관점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건산=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으로 인한 무자비한 환경파괴와 이기적 욕심이 불러온 인과의 결과이다. 하지만 이는 일원상 진리의 또 다른 모습이다. 우주만유가 하나의 생명이며 은혜임을 알지 못한 어리석음을 깨달아, 생태환경과 우리 삶에 대한 자각이 요구된다.

일산=어리석은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그 은혜의 연결고리를 훼손하고, 끊어버린 결과로 배은(背恩)이 됐다. 사람들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라고 이야기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일찍이 문명의 대전환기에 소태산 여래는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했고, 정산 여래는 ‘마음공부로 새 세상의 주인이 되라’고 했고, 대산 여래는 평생 ‘조불불사(造佛佛事)’를 강조했다. ‘코로나19’는 인간의 탐욕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때, 결국 해법은 우리들 마음에 있다. 마음공부의 종가인 원불교가 ‘문제는 마음이야’라고 선언하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코로나19로 원불교봉공회는 현재도 서울역 노숙인과 쪽방촌에 수요일마다 도시락을 나누고 있다. 한때는 소방공무원들에게 밥차를 제공하고, 면 마스크를 만들어 마스크 양보하기 운동에 동참했다. 각 기관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나?

이산=교구에서는 원불교 ‘코로나19’ 대책위의 결정에 합력하는 것이 원불교를 넘어 온 인류와 함께하는 일이라 생각해서 교단 결정에 따랐다. 그 가운데 실질적으로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서울교구는 4월 대각개교절을 앞두고 동행(위생) 키트를 제작해 교당마다 나눴고, 한울안신문은 온라인특별판을 만들어 직·간접적으로 사태를 인지시켰다. 또한 법회가 중단된 동안 경제적인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자 3월 한 달간 교구회비를 전액 감면했다. 시국이 어려울수록 서로 합력하여 돕는 것이 교화라 생각한다.

건산=봉도청소년수련원은 강북구가 지정한 ‘안심숙소’로 선정돼, 외국에서 들어온 입국자의 가족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이용할 수 있게 편의를 제공했다. 수련원 이용이 전무한 상황에서 자리이타가 됐다.

일산=성주 소성리에서 ‘평화’ 운동을 하면서 교류하게 된 일본의 젠코(ZENKO=평화와민주주의를위한전국시민연대)에 마스크가 없다는 소식을 듣고 성금을 모아 마스크를 보냈더니 고맙다는 영상을 보내왔다. 또, 정부 재난지원금을 지역사회 소외계층이나 어려운 이웃에 필요한 물품을 사서 기부하고 실천하는 운동도 교단에 제안했다. 물론 이런 현상적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천착해 들어가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가 촉발된 위기의 바탕에는 자본주의의 극단적 결과로 와진 ‘기후위기’와 ‘사회 양극화’라고 본다.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앞으로 더 크고 가혹한 위기가 닥칠 것이다.
 

이산 한덕천 서울교구장.

탈종교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교법 체계는

원불교가 가지고 있다. 일원상의 진리를 중심으로 삼동윤리 등

모든 종교를 아우를 수 있는 종교는 많지 않다.

수행에도 정기·상시훈련법을 밝혀 물 샐 틈 없이 공부하게 했다.

이러한 장점이 생활 속에서 잘 살아난다면

경쟁력 있는 종교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는 종교에 대한 심판이란 말이 있다. 원불교의 미래를 어떻게 내다보는가.

이산=변하지 않고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왔다. 코로나19는 종교계나 우리사회에 변해야 한다는 큰 가르침과 기회를 줬다. 특히 종교계는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교화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대중에게 외면당한다. 앞으로는 대면 방식이나 법회 석상에서 일방적으로 전해지는 가르침은 환영받지 못한다. 자신의 삶 속에서 스스로 훈련하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상시훈련이 중요한 시대다. 또 하나는 교당이라는 집단, 교화단이라는 집단에서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교화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 앞으로 교단은 중앙집권체제에서 교구중심체제로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변화하는 사회에 기여할 수 없다. 그리고 미래 종교는 다양한 콘텐츠를 얼마나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대중의 관심도가 달라진다.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은 재가출가가 합력해야 가능하다. 코로나19 이전 같은 시스템으로는 교화가 녹록하지 않을 것이다.

일산=1980년대 원불교학과 수학시절에 당시 류병덕(법명 기현) 교수님이 <탈종교시대의 종교>라는 책을 냈다. 굉장한 혜안이었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물음을 하게 된다. 제도종교, 아날로그식 종교, 성직자 중심의 피라미드식 종교가 과연 옳은가. 돌아보면 원불교는 100년 전에 혁신을 내세우며 개교했지만, 농경시대의 교화 패턴을 아직도 유지하고 있다. 유연성 있게 변화해 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소태산 여래의 시대화 생활화 대중화의 가르침이 무색하다. 그럼 어떻게 변화해 갈 것인가. 지난 4월에 기후위기를 당해 원불교환경연대가 ‘불을 끄고 마음을 켜다’라는 천지보은 15분 기도를 진행했다. 대면하지 않아도 마음과 마음이 연결돼 온라인 상에서 함께 기도올렸다. 이처럼 세상을 위한 기도를 하면 비대면 시대에도 각자 처한 장소에서 만날 수 있다. 기존의 틀을 벗고 재가출가가 지자본위의 정신으로 교화해야 한다.

건산=큰 흐름에서 보면 코로나 사태가 아니어도 우리는 이미 교화의 한계상황에 부딪혀왔다. 우리가 능동적 자정 능력이 약하여 외부의 영향으로 변화를 해야 한다면 많은 고난이 따라 올 것이다. 코로나는 교화의 새로운 판을 바꾸는 기회이다. 비대면 시대가 되면서 교도들이 가정에서 법회를 보는 이점을 알게 됐다. 기존의 법회출석 중심의 교화에서 다양한 콘텐츠 교화로, 일방적 설교에서 문답형식의 온라인 법회로 문호를 열어야 한다. 또한 장엄이나 찬양 위주의 종교활동에서 개개인의 요구에 맞는 교화, 일상에서 마음공부가 가능한 교화방법이 더 확산돼야 한다. 이제는 판을 바꿔야 한다. 과거의 방식으로는 대중을 교화할 수 없다.

일산=대종사 당대의 경전이었던 <수양연구요론>에 보면 인생의 목적은 수양에 있고, 수양의 목적은 연구에 있고, 연구의 목적은 혜복을 구하는 데 있다고 했다. 종교는 개인의 혜복을 넘어서 일체중생의 혜복(공공의 선)을 위해 나서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지역공동체와 사회 정의를 위해 과연 어떤 역할을 해왔는가. 교화침체기는 원기70년대부터 있어왔다. 그때부터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종사께서는 민중의 고통과 함께하기 위해 조합을 만들고, 바다를 막아 민중의 경제문제를 해결한 뒤에 제자들과 기도를 시작했다. 영육쌍전(靈肉雙全)의 모범을 보여주신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제대로 구현하고 있는지 성찰해 봐야 한다.
 

창간25주 한울안신문 창간15주년 모신 패널들.
건산 김관진 봉도청소년수련원 원장.

정기훈련은 적어도 2박3일이나 보름 동·하선으로 진행해야 한다.

훈련원에 오면 뭔가 한 가지씩은 해결하고 가야지,

지금의 형태로는 안 된다. 우리 교법의 강점인

생활 속 불법활용, 마음공부 문답감정, 일기기재 등

실지공부에 더 주력하자.


교화침체기라고 하지만, 미래시대의 원불교의 강점이 있다면?

이산=교화돌파구를 찾고자 했지만, 지금까지는 과거의 교화방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대종사의 삶을 통해 과거지향적이 아니라 미래지향적이고 좀 더 혁신적인 길을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시대는 대면과 비대면이 공존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서로의 장점을 살려내기 위한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 법회 식순도 교무가 아니라 법회에 참석한 교도들의 입장에서 그 법회가 은혜롭게 해야 한다. 특히 온라인법회의 경우, 현재의 법회 식순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온라인에 맞는 법회 식순과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탈종교시대에 가장 경쟁력 있는 교법 체계는 원불교가 가지고 있다. 일원상의 진리를 중심으로 삼동윤리 등 모든 종교를 아우를 수 있는 종교는 많지 않다. 교단 운영에 있어서도 중앙과 교구·교당이 서로 연결돼 있어 합리적 의사결정구조를 가지고 있고, 수행에도 정기·상시훈련법을 밝혀 물 샐 틈 없이 공부하게 했다. 이러한 장점이 생활 속에서 잘 살아난다면 경쟁력 있는 종교가 될 것이다.

건산=교법을 자신의 생활 속에서 체화시켜 가고 있는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개인에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현재 교도정기훈련을 1박2일로 정해 이수하도록 했는데, 이는 너무 판에 박힌 형식이다. 정기훈련이란 상시훈련을 점검하는 시간인데, 현재는 교당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문답감정(상시훈련)을 훈련원에 요구하고 있다. 정기훈련은 적어도 2박3일이나 보름 동·하선으로 진행해야 한다. 훈련원에 오면 뭔가 한 가지씩은 해결하고 가야지, 지금의 형태로는 안 된다. 우리 교법의 강점인 생활 속 불법활용, 마음공부 문답감정, 일기기재 등 실지공부에 더 주력하자. 1박2일 정기훈련을 바꿀 수 없다면 일부 특강은 온라인으로 미리 시청하고 훈련원에 와서는 문답감정하게 하자.

이산=1박2일 훈련을 통해 사람의 생각이 바뀌고 기질이 변한다는 것은 최상근기가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훈련원에서는 최소한 일주일 정도 머물면서 자신의 생각이나 행동이 바뀌도록 정진해야 한다. 수반되는 문제들도 있겠지만 이제는 결단해야 할 때다.
 

1인 1교당 체제로는 교화가 어렵다.

이산=서울교구는 지구별 거점 교당을 만들었으면 한다. 거점 교당을 통해 토탈교화도 할 수 있고, 소규모 특성화 교화도 가능해진다. 현재와 같이 영세한 교화로는 특히 서울에서 적응하기 어렵다. 또 하나는 교무 중심의 교화는 이제 한계점에 도달했다. 재가교도들이 교화의 주역으로 참여할 수 있게 교구 운영 세칙을 만들어, 교도회장단 모임과 재가 상임위원회 모임을 격월로 진행하고 있다. 원무 발굴과 역할 확대에도 공들이는 중이다. 돌아보면 기성세대들은 행복한 교화를 했다. 지금 부교무들을 보면 청소년 한두 명에게 쏟는 에너지가 너무 많고, 그만큼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힘들어한다. 청소년교화도 지구단위로 했으면 좋겠다.

건산=오래전부터 고민해 온 문제다. 이제는 지구중심으로 교화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수도권만 하더라도 지역 안배가 잘 되어 있지 않다. 강북갑에는 봉도청소년훈련원 하나 있다. 반면에 같은 강북에 방학·돈암·상계·도봉·송천교당이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다. 그리고 단독교당 대부분이 지역사회의 외딴섬처럼 고립돼 있다. 모든 문제를 혼자 타개해야 한다. 이를 해결하려면 임기를 12년으로 보장하고, 한 지구에 거점교당을 만들어 10여 명이 공동체생활을 해야 한다. 그래야 공부도 하고 사업·훈련·교육 등 지역에 맞는 콘텐츠 개발도 할 수 있다. 또한 지구별 거점교당이 그 지역의 센터 역할을 하면 동별로 시민선방과 마음공부방을 열어 원무 양성에도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교화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전산종법사께서 강조하신 상시훈련이 요즘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이산=상시응용주의사항 6조가 공염불이 되지 않게 현실 속에서 시스템(일과)으로 구축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칫 원불교가 일하는 집단으로 흘러갈 수 있다. 세상을 위해 보은하려면 나를 바로 세우고 일과로 득력해야 한다. 그런 다음 제중의 삶을 살고 있는가 돌아봐야 한다. 그것이 생활종교로서의 정체성이다.

건산=일상이 수행이다. 상시에는 응용·연습·대조가 주가 되고, 교당 내왕 시에는 문답·감정·해오가 주가 돼야 한다. 이것이 이뤄지려면 훈련원 시스템부터 구조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일산=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는 5년 전에 서울교구 소속으로 단체등록했다. 이후 3번의 도전 끝에 교당 인가를 받았다. 교당 없는 교당이라는 새로운 교화형태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현장에서 만나지는 사람들과 법회를 열 수 있는 노마드교당을 생각했다. 현재 성주성지에서 그렇게 살고 있다. 어쨌든 원불교 교무가 현장에서 지역주민과 함께하며 그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이 교화라 생각한다. 현장에서 매일 기도하고 의식을 진행하면서 원불교를 간접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교법의 사회화가 궁극적으로는 ‘일체생령을 광대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자’는 것이며 그 방책은 진리적 종교의 신앙과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다. 거기에 상시훈련이 있고, 교법을 통해 체화한 메시지가 있다. 교당이라는 공간에 테두리를 두지 말고 원불교의 외연을 확장하고 사회 정의에 동참해야 한다. 원불교도 울타리 없는 교화, 현장과 함께하는 미래교화를 했으면 한다. 가보지 않은 길이라 염려도 되겠지만,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
 

일산 김선명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담장 안의 원불교를 내려놓고 담장 밖으로 나가서

일반 대중들과 만나야 한다. 또한 젊은교무들을 지지하고

때로는 보좌하면서 문답하는 사이라야 한다. 

3년 단위로 바뀌는 교정 시스템으로는 누구도 책임있게

일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지금까지 노정된 문제들은

4대를 앞두고 우리가 매듭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불교는 미래가 없다.

시대가 어려울 때일수록 난세를 극복할 방향을 제시해 주면 좋겠다.

건산=창립정신에서 볼 수 있듯이 지도력과 단결력은 응용하기 전 미리 응용의 형세를 보아 준비해야 하며, 지자본위의 능동적 대처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횡적·권위적 의사소통법으로는 대중을 이끌 수 없다.

이산=대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교법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교단이어야 한다는 뜻인데, 이는 수위단사무처를 중심으로 조직을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이슈에 따라 총부에서 제시하는 경우도 있고, 현장에서 바로 답해야 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교법을 내면화해서 대답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논리와 사회적 경험으로 답하는 경우가 있어 아쉽다. 이것은 원불교적 응답은 아니라고 본다. 교무들도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누가 질문을 하더라도 바로 답할 수 있게 자기만의 교리해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산=5년 전에 가톨릭 성 프란치스코 교종이 『찬미받으소서』라는 회칙을 냈다. 그 핵심은 당면한 지구공동체의 ‘기후위기’에 대한 가톨릭 교리에 바탕한 해법과 실천에 대한 법문이다. 한국 가톨릭에서도 이에 발맞춰 지난 1월에 ‘가톨릭기후행동’을 출범시켰다. 원불교환경연대도 기후위기에 대응해 둥근햇빛발전협동조합을 만들어 햇빛발전으로 에너지전환운동을 하고 있다. 이미 국제 무대에서도 여러 차례 사례발표를 했다. 교단에 제안하고 싶은 것은 원불교기후행동 발족을 서둘러 줬으면 한다. 원불교환경연대가 지난 10년간 실천해온 노력들이 적지 않다. 나름 이슈를 선점하기도 했고, 기성종교보다 좋은 사례도 많이 가지고 있어 얼마든지 증명할 수 있다. 원불교는 이제 교법의 시대화에 더 깊이 고민해야 한다.
 

(시청자 질문) 일요법회만을 위해 존재하는 교당 공간, 과연 옳은가.

건산=지구중심 교화체제로 전환하면 현재의 교당을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법회보는 교당, 훈련하는 교당, 공동체생활하는 교당 등등, 오히려 교당을 풀가동시킬 수 있다. 효율은 높이되 장점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야 한다.

이산=앞으로 시대의 교화는 단일 품종으로 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품종이 그것도 계절에 맞는 상품으로 개발돼야 소비자들에게 만족을 얻는다. 앞으로는 대면보다 비대면으로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질지도 모른다. 이제는 개인과 개인의 연결고리를 만드는 사회가 되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교화콘텐츠를 개발해 24시간 언제든지 법회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 미래학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영성의 시대, 명상의 시대가 올 거라고 한다. 서울교구는 선 지도자 양성을 위한 선방을 운영 중이고, 지구단위의 다양한 법회가 이뤄지도록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원불교 교당 중에 가장 접근성이 좋은 곳이 바로 이곳 서울교구청(원불교소태산기념관)이다. 이 장소가 가진 이점을 어떻게 살려내느냐에 따라 원불교의 가치가 드러난다. 종교동의 역할이 크다. 교구교의회에서는 이 건물의 공간활용을 높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각 지구에 교화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창간25주 한울안신문&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협의된 특별좌담.
창간25주 한울안신문&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협의된 특별좌담.

원씨네가 생각하는 원불교의 희망은.

일산=원씨네가 굳이 출범한 이유는 첫째, 담장 안의 원불교를 내려놓고 담장 밖으로 나가서 일반 대중들과 만나 직접적인 교화의 틀을 만들어가자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굉장히 어려움이 많았으나, 5년째 되니까 재가단체들이 협업의 뜻을 보내주기 시작했다. 결국은 우리 개인의 혜복을 넘어서 우리 사회의 공공선을 위해 원불교가 역할해야 백년 전 소태산 여래가 오신 뜻이 살아난다. 둘째, 젊은교무들을 지지하고 때로는 보좌하면서 문답하는 사이라야 한다. 원불교는 아직도 상하관계가 유연하지 못한 구조 속에 살고 있다. 셋째, 3년 단위로 바뀌는 교정 시스템으로는 누구도 책임있게 일하기 어려운 구조이다. 지금까지 노정된 문제들은 4대를 앞두고 우리가 매듭지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원불교는 미래가 없다. 교단적으로 그동안 누적된 과제를 종법사나 수위단회만이 아닌 대중의 과업으로 만들어 차근차근 풀어나가자. 그런 집단지성으로 교단의 문제를 해결하고 교화하는 원불교가 되기를 바란다.
 

6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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