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1] 원불교 공동체의 행복, 오래된 새길을 다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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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1] 원불교 공동체의 행복, 오래된 새길을 다시 묻다
  • 김선명 교무
  • 승인 2020.10.13 15:20
  • 호수 11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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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여성회 창립25주년 기념심포지엄 발표문
김선명 교무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김선명 교무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교당

종교는 혁신의 역사 반복

인류 역사에 가장 오래된 조직이 무엇일까? 아마도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조직 가운데 으뜸은 종교(宗敎)일 것이다. 이미 불교나 기독교는 2천 년에서 3천 년의 시간을 헤아리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다. 노대종교들이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소멸되지 아니하고 수천 년의 명맥을 이어온 생명력은 무엇일까. 아마도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위기의 순간마다 눈 밝은 이들이 이어 나와 끊임없이 새롭게 혁신했기 때문에 교조(敎祖)의 정신이 계승됐을 것이다. 종교의 역사는 부단한 혁신의 역사이기도 하다.

새 시대 주세불로 오신 소태산 여래는 수천 년 이어온 선천의 차별시대를 끝내고 일체만물을 부처로 모시고 더불어 살아가는 광대무량한 후천개벽의 주세회상을 열었다. 일제 치하의 엄혹한 시기임에도 주저하지 아니하고 만생령 구원의 제도사업을 펼쳐왔다. 이제 원불교는 창교 100년을 지내고 교단 4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윤이흠 전 서울대학교 종교학과 교수는 종교의 발달단계를 놓고 볼 때 원불교가 ‘창업기’를 지나 ‘제도 정착기’를 순조롭게 지내고 ‘문화창조기’에 접어들었다고 과분한 평가를 했다. 지난 1세기, 원불교는 소태산 여래의 개벽 소식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 온 것일까? 스스로에게 자문(自問)해 볼 일이다.

이 글은 탈종교화 시대를 맞아 수십 년간 지속된 교단의 교화침체 실태를 살펴보고, 원불교 공동체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인들을 해결할 소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탈종교화 시대의 종교

지난 6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만 20세~59세 전국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인 과세 관련 인식 조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이 조사에 의하면 우리 국민들이 종교에 대해 어떤 인식을 하고 있는지 그 일면을 알 수 있다. 가장 먼저 종교가 국민이 기대하는 역할을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그림1)에 ‘제 역할을 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6%에 지나지 않았다. 2016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2015년 종교인 조사 결과, 우리나라 무종교인은 전체의 56.1%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5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탈종교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돼 이대로 가다가는 종교의 존립마저 위태로워질 지경이다.
 

그림1)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만 20세~59세 전국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인 과세 관련 인식 조사’ 결과.

 

고(故) 류병덕 교무는 그의 저서 『탈종교시대의 종교』에서 탈종교 현상을 ‘기존 도덕이나 기성 질서로부터 벗어나려는 현상’이며 ‘종교 본래의 사명이 어디에 있는지를 찾지 못하고 성자의 정신만을 팔아 넘기려는 종교인들의 행각(行脚) 때문’이라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아래 그래프(그림2)를 보면 자정능력을 상실한 일부 종단과 종교인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이미 바닥임을 알 수 있다. 한국 종교계의 문제점에 대한 질문에 많은 (복수)응답자가 ‘종교계 자체 부정부패’(65%)와 ‘집단 이기주의’(55%) 그리고 ‘바람직하지 못한 종교인들의 생활’(35%)을 높게 꼽았다. 길희성 서강대 종교학과 명예교수는 “이제는 종교(宗敎)에서 영성(靈性)으로 넘어가야 한다. 제도 종교의 시대는 이미 저물었다”고 단언하며 “종교는 경직된 명사가 아니라 유연한 형용사라야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종교계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국민의 72%는 종교계의 역할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비대면 사회로 인해 앞으로 종교신자들이 성소(聖所)를 찾는 신앙 행위도 줄어들 것이다. 반면 일상의 삶을 빼앗긴 사람들이 또 다른 종교의 역할(그림3)을 주문하고 있다. 그들이 원하는 종교의 모습은 교조화(敎條化)된 제도와 조직에 매몰되거나 기복화된 종교가 아니라 진리적이고 사실적인 종교일 것이다. 마음공부하는 원불교가 그 답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림2)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만 20세~59세 전국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인 과세 관련 인식 조사’ 결과.
그림3)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만 20세~59세 전국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종교인 과세 관련 인식 조사’ 결과.

 

원불교 행복한 공동체를 위해

원불교는 19세기 이후 일어난 한반도의 신종교 가운데 교조의 친감(親鑑)아래 경전을 결집하고, 훈련을 실시했으며,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인재를 양성하는 등 교화·교육·자선의 3대 목표사업으로 꾸준히 교세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교단도 탈종교화의 시대 흐름을 거스르지는 못하고 있다. 아래 몇 가지의 통계(표1)는 교단의 심각한 실상을 경고하고 있다.

표1) 교단의 교도(재가출가), 교당, 기관 변화과정.

원기104년 전무출신 근무 현황(표2)을 보면, 총 2,080명의 교역자 중에 실제 집무자는 1,383명으로 66.5%이고, 퇴임원로는 519명으로 집무인원의 25%이다. 여기에 비집무 인원은 178명으로 8.5%이다. 퇴임원로와 비집무자의 합이 697명으로 현 근무자의 50.4%에 이른다. 심각한 불균형을 낳고 있으며, 교역자 4명 중 1명이 퇴임자로, 교단은 이미 UN이 정한 65세 이상 노령인구 20%의 초고령 사회를 한참 전에 지났다.

심각한 것은 전무출신 지원자들의 현저한 감소(표3)다. 지원자들의 역량과 품성은 예외로 한다 하여도 교단 산하 2개 학부의 입학전형에 해마다 심각한 미달이 상당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는 탈종교화 현상과 더불어 전무출신(성직)이라는 길이 남다른 결심(서원)과 헌신이 요구되고 시대변화에 따라 기존의 경직된 제도와 조직의 틀에서 의무만 많은 삶을 살아야 하는 데에 따른 부담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음호에 계속)
 

표2) 원기104년 전무출신 근무 현황
표3) 전무출신 지원자들의 현저한 감소

이 글은 원불교여성회 25주년 심포지엄 발표문을 요약했습니다. 총 세 차례에 걸쳐 연재합니다.

 

10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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