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여행을 즐기는 마음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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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여행을 즐기는 마음 프로세스
  • 이삼성 교도
  • 승인 2022.08.18 17:41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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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삼성<br>안암교당 교도·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이삼성<br>안암교당 교도·서울시교육청 장학사

우리는 일상으로부터 잠시 벗어나서 새로운 공간으로의 여행을 떠난다. 특히 7, 8월은 무더위에서 벗어나 시원한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독자분들은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다녀왔는가? 새로운 장소에서의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풍경, 편안한 숙소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여행을 시작하지만, 여행에서 만난 새로움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한 적은 없는가? 필자는 그런 경험이 종종 있었다. 스승님들의 가르침을 여행에 대조해보며, 여행을 즐기는 마음 프로세스에 대해 생각해본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일 때, 여행이 즐거웠는가?

허심虛心

떠나기 전, 우리는 일상에서 처리하던 일과 다양한 관계들이 만든 수많은 장면 속에 머물러 있게 된다. 새로운 일을 준비하는 이들 역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생각들이 마음 곳곳에 남아 있다. 마음공부의 고수들은 빈 마음으로 여행을 시작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여행 중에도 떠나기 전의 일상에 사로 잡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여행자에게 가장 우선되어야 할 마음은 허심이다. 허심으로 시작하지 않은 여행은 떠나도 떠나지 못한 여행이다. 작가 알랭드 보통의 책, <여행의 기술>에서는 여행자가 ‘수용성’을 지녀야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수용성’은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는 허심으로부터 출발할 것이다. 그래서 여행자들은 떠나기 전의 마음을 비우거나 혹은 떠나기 전의 일상은 두고 가야 한다.

전심專心, 全心

허심을 통해 여행 전의 집착에서 벗어났다면 여행의 현재에 집중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서 전환할 ‘전’이자 집중할 ‘전’ 혹은 온전할 ‘전’이다. 여행지의 날씨, 장소, 사람들, 분위기, 언어, 냄새 등을 느끼고 관찰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여행자는 떠나온 곳, 지금 발 딛고 있는 그곳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으로 전환하고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여행은 우리를 이미 지나 가버린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로부터 끌어내 현재로 데려다 놓는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만약, 자신의 평소 일상과 차이가 큰 여행지라면 전심이 조금 수월하기도 하다. 그곳에서는 기존의 일상과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고, 낯선 곳에서의 생존이 더 시급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경우에도 전심이 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할 것이다.

관심觀心

다시 지금의 마음을 바라본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의 마음은 어디 갔는지 바라본다. 여행 중 가만히 여행자 자신의 마음을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본다. 이때의 ‘관심’이야말로 여행의 백미이다. 몸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는 여행의 맛이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때, 두고두고 꺼내먹는 맛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러한 마음을 맛보기 위해 여행을 하는지도 모른다.

마음공부 고수들은 여행을 즐기는 마음 프로세스 또한 잘 작동할 것이다. 여행 전에 여행이 시작되었을 수도 있고, 여행과 일상의 마음이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허심-전심-관심-허심-전심-관심…. 만약, 여행을 계획하는 독자가 있다면 마음 준비물을 잘 챙겨보면 어떨까?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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