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일기] 무기로 평화를 구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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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일기] 무기로 평화를 구하지 말라
  • 황수영(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팀장)
  • 승인 2022.08.30 19: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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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 평화일기 19
출처=참여연대
출처=황수영 팀장

처음 진밭평화교당 천막을 세우던 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난다. 박근혜 정부가 성주 초전면 소성리에 사드를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지 얼마 뒤, 아직 찬 바람이 가시지 않은 봄날이었다. 교무님들은 진밭교 앞을 지키며 그날 밤을 꼬박 지새웠다. 그때만 해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 후로 대통령이 3번이나 바뀔 동안 진밭평화기도가 계속될 줄은. 그렇게 지켜온 진밭평화교당이 곧 2천일을 맞는다.

주한미군 사드 배치는 주민과 국회 동의 없는 배치 결정, 부지 쪼개기 공여와 같은 편법 절차,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은 ‘임시 배치’ 상태에서의 운영과 기지 공사 등 그동안의 모든 과정이 비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정부는 사드 배치에 대해 계속 말을 바꿨고, 주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배치를 강행했다.

출처=소성리 종합상황실
출처=소성리 종합상황실

사드 배치에 맞서 평화를 지키는 기나긴 싸움의 과정에 언제나 원불교가 있었다. 한밤중 갑자기 사드가 들어오던 날에도, 추가로 발사대가 반입되던 날에도, 미군 장비나 공사 장비가 들어가던 날에도, 극우 단체들이 몰려왔던 날에도, 항상 길목 맨 앞에는 교무님들이 서 계셨다. 사드 발전기, 군용 차량, 유류 차량, 어떤 차량 앞에서도 교무님들의 독경 소리는 한결같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렇게 진밭평화교당은 우리 모두가 지난 2천일을 단단하게 버텨올 수 있었던 힘이었다.

정부가 ‘사드 기지 정상화’에 속도를 내겠다고 한다. 마을회관 앞 도로로 상시로 통행을 하고, 부지 공여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무리하여 사드 정식 배치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 어떤 절차를 거친다고 해도, 사드 배치의 본질적인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사드가 불러오는 것은 평화와 안전이 아니라 군비 경쟁과 군사적 긴장일 뿐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사드 배치를 못 박기 위한 어떤 시도에도 반대할 수밖에 없다. “무기로 평화를 구하지 말라” 진밭교 앞을 지키고 있는 이 말이 지난 시간 그랬듯이 앞으로도 지치고 흔들릴 때마다 우리를 단단하게 이끌어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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