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Z세대의 마음공부] 젠더리스
상태바
[WMZ세대의 마음공부] 젠더리스
  • 박시형 교도
  • 승인 2022.09.28 18:43
  • 호수 12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MZ세대의 마음공부 9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최근 뉴스에 새로운 트랜드 중의 하나인 젠더리스를 소개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로 특화된 산업이 경계가 모호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 골자이다. 남자 화장이나 성형이 이미 보편화 된듯하고 심지어 남자 네일(손톱, 발톱) 화장점이 늘고 있다는 보도이다. 이처럼 남자 여자가 잘 구분이 되지 않는 산업군이 늘고 있다. 사람들은 남자가 여자같이 되어가고 여자가 남자같이 되어간다고 느낀다. 여성을 위한 권투 도장은 이미 낡은 이야기이고, 여성용 패션 회사들이 남성용 패션 매장을 점유하기 시작했다. 중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언젠더(ungender)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서 W(전쟁)세대는 혀를 차고 있다. “험한 세상 보기 전에 죽어야지”라며 농담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에 비해서 MZ세대는 남녀 선 긋기를 잘못된 관행으로 느낀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 더욱 심화할 것이고, 이러한 변화를 자본주의라는 시장 논리가 더욱 부채질할 것임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시대에 ‘생활에서 마음공부’를 기치로 삼는 원불교는 어떤 방향을 제시할까?

1980년 미국 유학 시절 이야기이다. 주말이면 또래 한국 유학생끼리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우곤 하였는데, 서로 얼굴을 붉히며 토론한 주제가 생각난다. 지금은 한국 매스컴을 많이 탄 분과 벌인 젠더 논쟁이다. 젠더는 미국에서도 낯선 사회문제이기도 했다. 남성이 남성을 좋아하는 것, 남성이 여성같이 되는 것 또한 개인의 문제이지 도덕으로 판단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 그분의 논점이었다. 반대 논리를 펴는 필자에게 매우 분개하면서, ‘어떻게 지성인이 새로운 트랜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과거에만 매달리는가’하고 힐책하였다. 필자의 반대 논거는 개인의 성향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할 수 없으나, 사회에서는 되도록 보수적으로 가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중간 정도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사회의 교육으로 (소위) 정상으로 되돌아오게 하는 것이 사회 지도자의 할 일이라는 논점이다. 이후 미국에서만 있을 법하던 일들이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심지어 주도하는 나라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지난 40년은 반도체만큼이나 분자 생물학이 발전하였다. 인간의 모습이나 행동 양식을 DNA와 같은 분자와 연관시키고 또한 분자 수준에서 치료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젠더 문제 또한 분자 레벨에서 해답을 찾고자 하는 것은 당연하다. 젠더리스를 추구하는 인간의 특성은 DNA 속에 담겨 있는 것일까? 또한, 다음 세대로 형질이 유전되는 것일까? 2015년 네이처 학술지 뉴스에 나온 기사에 따르면, 이러한 형질이 DNA에 숨겨져 있고, 후생 유전(epigenetics)에 의해서 유전될 것 같다는 것이다. 특히 태어나서 얻은 경험이나 환경들이 DNA 자체를 바꾸지는 않으나, DNA의 발현을 결정하는 분자들을 활성화한다는 것이고 이러한 활성 분자가 유전된다는 것이 후생유전학의 요점이다. 40년 전, 우연히도 필자가 주장했던 논점의 과학적 근거이기도 하다.

현재 아무리 막으려 해도 젠더리스 경향을 막을 힘은 존재하는 것 같지 않다. 점점 남자는 여자와 같이 되고, 여자는 남자와 같이 될 것이다. 이러한 트랜드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존재한다. 첫째는 인류의 오래된 역사에서 여성은 수많은 차별을 받고 살아왔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남성보다 힘이 약해서 그런 것 같다. 남성은 사냥뿐만 아니라 재산을 독차지하고, 여성을 노예같이 부리기도 했다. 부모의 유산을 딸이 법적으로 받은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지금 관점으로는 불합리하기 짝이 없는 역사에 대한 반대급부로 어떠한 남녀 차별도 용서하지 않게 된 것이다. 심지어 ‘여자답다, 남자답다’는 평범한 말조차도 함부로 써서는 안 되는 분위기가 되었다. 둘째는 극단적으로 힘을 발휘하는 자본주의 논리 때문이다. 돈을 벌 수 있으면 이러한 트랜드를 ‘있는 수단을 모두 동원해서’ 이용하는 속성 말이다. 달이 차면 기운다고 했던가? 극단으로 치닫는 두 가지 힘이 언젠가는 기울 것이다. 100년 전 변할 것 같지 않은 제국주의와 일본의 힘이 ‘도덕’에 기대지 않으면 곧 기울 것을 예견한 원불교, 그리고 인간에게 정신개벽의 필요성을 강조했던 원불교 정신이 ‘젠더리스’ 트랜드에 빛을 비추게 하는 것은 WMZ세대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9월 30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