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천지보은하는 기후정의
상태바
[칼럼] 천지보은하는 기후정의
  • 정형은 교도
  • 승인 2022.09.28 19:38
  • 호수 127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정형은 여의도교당 교도(사)평화마을짓자 이사장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생하고 아프다 죽어갔던가. 지구촌 곳곳에서 벌어진 대형 산불과 가뭄, 한파, 폭우와 폭염이 순식간에 우리의 일상을 파괴하는 일이 다반사가 되는 현실은 또 어떤가. 전혀 다른 현상 같지만, 사실은 한 뿌리에서 나온 여러 갈래 가지일 뿐이다. 인간의 탐욕과 돈에 대한 욕망이 빚은 천지배은, 동포배은의 결과다. 그것도 강자가 약자를 위험에 몰아넣고 원인을 제공하지만, 그 피해는 오롯이 약자들이 지게 하는 사회체제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해결할 수 있다는 ‘기후정의’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지난 1만년 동안 4도가량 오른 지구의 평균기온이 최근 백년 동안 1도 상승했다고 한다. 제이슨 히켈은 그의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저소득 국가는 연간 1인당 약 2톤의 물자를 소비하는데 고소득 국가 국민은 평균 28톤을 소비한다. 인도인이 1인당 1.9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미국인은 16톤을 배출한다. 국가별 공정부담량을 넘어선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92%가 유럽과 미국 등 북반구 국가의 몫이고, 남반구 국가에는 8% 책임만 있다. 반면에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비용은 남반부가 82%를 부담했으며, 사망자의 98%가 남반구에서 발생했다”고 한다. 80억명이 먹고도 남을 세계 식량 생산량인데 8억명이 기아에 허덕이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기후정의는 누구의 책임인가를 묻는다.

2019년, 처음 기후위기를 외쳤던 ‘기후행동’ 이후 3년 만인 9월 24일 ‘기후재난, 이대로는 살 수 없다’는 기후정의 행진의 날 행사가 3만5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들과 나이든 어르신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실감하며 이제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11살 어린이가 이제 막 인생을 시작하고 있는데, 끝장나버릴 미래에 대해 어른들에게 항변하는 손피켓도 보이고, 파주·일산 지역 주민들이 사랑하며 산책길을 걷는 공릉천을 훼손하고 천연기념물이 살 수 없게 하는 횡포를 멈추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런데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생태전환교육이 빠져버리고, 정부는 전력 민영화를 추진하는가 하면 대기업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소비하여 온실가스 배출을 증폭시키고 있다.

기후위기로 생겨나는 식량 위기를 보니, 얼마 전 쌀값 폭락과 그에 대한 대책을 생각하게 한다. 2020년 장마와 태풍으로 흉년이 돼 쌀값이 크게 오르자 2021년 초과 생산한 쌀 27만톤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두고 여야 공방이 벌어졌다. 45만톤을 수매하겠다는 여당과 양곡관리법 개정을 통해 초과분은 언제든 정부가 수매하도록 해야 한다는 야당의 대책이 엇갈리고 있다. 남아도는 쌀을 그저 쌓아두는 게 아니라 동포은을 발휘하여 북한에 지원하는 것은 어떨까. 얼마 전 북한이 인도에 식량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남북관계가 악화하고 핵무기 사용까지 험한 말이 오가다 보면, 어느 날 예기치 않게 평화가 깨지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 따뜻한 봄바람이 꽃 피고 새 우는 봄을 불러오듯이, 힘들 때 나누고 도와야 평화통일은 가만히 온다. 또 2018년 이후 해마다 5만톤선에 머물러 있는 아프리카 나라들에 대한 국제 식량 원조를 확대하는 것도 좋겠다. 밥이 평화이고, 기후정의 아닐까.

9월 30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