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 만난 사람] 나무에 조각도를 들이대면 피어나는 일원화
상태바
[한울안이 만난 사람] 나무에 조각도를 들이대면 피어나는 일원화
  • 박순용 객원기자
  • 승인 2022.11.02 13:35
  • 호수 128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숭덕문화원 김정명 원장

한덕천 서울교구장과 교구사무국 직원들은 서울교구청에 전시할 일원상 법어와 소태산 대종사 10상 제작을 맡은 숭덕문화원 김정명(법명 원각) 원장을 찾아 진행사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원만한 작업 수행과 건강을 위한 기도식을 진행했다.

서당에 가지 않고 하늘을 보며 ‘저 하늘은 어떻게 생겼는지?’에 대한 의심을 하던 어린 소태산 대종사의 엉뚱한 표정이 생생하고 뱀을 쫓아냈던 일화와 전폭적인 지지와 사랑을 보내주던 아버지의 사랑도 곳곳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관천기의상을 비롯한 소태산 대종사 10상의 새로운 해석과 기법은 참으로 상상 그 이상이다.

밑그림만 그려낸 일원상 법어만 보아도 완성작에 대한 기대로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다.

소목조각장 김정명 숭덕문화원장은 서울교구에서 원불교소태산기념관 종교동에 설치할 일원상 법어와 소태산 대종사 10상의 대작을 준비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익산·영산·성주성지 등을 다니며 소태산 대종사의 자취를 찾아 그 뜻을 담으려 했다.

“다행히 스케치가 빨리 끝났습니다. 디자인이 어떻게 될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인데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를 정도로 연필이 저절로 돌아갔습니다”며 소회를 밝혔다. “오늘 교구장님 덕분에 저는 충전이 다 되었습니다. 항상 마음속에 뵙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품 진행 상황을 조금이라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힘이 납니다.”

공방을 가득 메운 10개의 프레임 속에는 10상 밑그림이 붙여져 있다. 관천기의상에 새겨진 양각의 꽃들은 채색 전인데도 나뭇결의 따스함에 눈길이 자꾸 간다.

김 원장은 장래희망이 목수였다. 타고난 손재주로 동네 소목공방에 17세에 입문했다. “어느날 스승님께서 장석을 가져오라 심부름을 시켜서 나선 길에 조각하는 포스터를 봤는데 내가 할 일이 저거다 싶었어요. 심부름을 다녀오자마자 조각하는 곳으로 보내달라고 말씀드리니 전화로 대뜸 ‘옛날에 내가 얘기 한 놈 데려다 써’라고 하시더군요. 그 길로 조각 공방에 갔습니다.” 그렇게 소목과 조각을 하게 됐다고 한다.

소목장 일을 40년 넘게 해오다가 후진 양성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오로지 소태산 대종사 10상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원불교도 보물이 나와야죠. 우리나라 보물의 95%는 불교의 것입니다. 문화는 다양함입니다.”

스승님께 한 곳으로 치우치지 않는 작품세계에 대해 배웠다는 김 원장은 한 끌 한 끌 조각을 할 때마다 나는 사각이는 소리를 좋아한다.

10상 작품을 맡으면서 10여년 동안 말린 느티나무로 10개의 프레임을 짜고 나니 한 동강이가 남아 신기하기도 하고 아주 신비한 꿈을 꾸었다면서 그림으로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손끝으로 하는 공예는 정성입니다. 정성은 곧 시간입니다. 시간을 들여서 마음을 주면 물건에도 사람의 기운이 깃듭니다.” 구하기도 힘든 나무에 한마음을 다해 정성으로 마음을 깃들이는 것과 새 시대의 구아주·구가주·구세주의 경륜을 녹여 담는 일은 녹록하지 않다. 하지만 즐거운 사명감으로 스스로 입교한 김 원장의 손끝에서 피어나는 일원의 노래는 영원할 것이 틀림없다.

11월 4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