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소우주,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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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는 소우주, 눈
  • 이원선
  • 승인 2022.11.23 09:42
  • 호수 12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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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 칼럼
이정화(법명 원선) 교도의학 박사·금빛한의원장
이정화(법명 원선) 교도의학 박사·금빛한의원장

한의학에서는 인체를 우주 자연계의 형상과 작용력을 그대로 축소해 놓았다 하여 소우주라 한다. 따라서 인체를 연구하고 이해하면 역으로 대우주의 원리와 작용력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머리는 하늘의 모습을 닮아 둥글고, 발은 땅의 모습을 닮아 각이 져서 넓적하다. 이것을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 한다.

비교적 간단한 손톱과 발톱을 관리하는 방법도 각각 다르다. 손톱은 하늘의 모습을 닮아 둥글게 다듬는 것이 순리하는 것이고, 발톱은 땅의 모습을 닮아 일직선으로 다듬는 것이 이치에 합당한 것이다. 손톱을 일직선으로 다듬으면 손톱의 모양이 넓게 퍼져 부채꼴이 되어 보기에 아름답지 못하고, 발톱을 둥글게 다듬으면 발톱의 양 끝이 살을 파고들어 쉽게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두 눈은 태양과 달을 상징하여 각각 양과 음을 대표한다. 필자는 어린 시절 뒤에서 날아온 공을 맞은 후 눈 하나가 뒤통수에 있으면 앞뒤를 동시에 볼 수 있어서 안전할 터라며 몹시 아쉬워했었다. 그러면서 두 눈이 모두 머리 앞쪽에 있는 것의 이유가 궁금했다. 최고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우주에서 최상의 이치로 짜인 것이 지금의 모습인데 무엇을 가르치고자 하는 걸까? 그런 가운데 눈에는 시세포가 없는 맹점이라는 부위가 있어서 한 개의 눈만 있다면 어느 순간 모든 것이 사라지는 상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로 다른 방향의 둘이 보완하고 협동할 때 비로소 끊김 없이 볼 수 있고 더 넓고 입체적으로 볼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선천적으로 맹점이라는 결함을 가지고 태어나기에 자기 생각이나 판단에 대한 맹신은 위험하기 그지없다. 세상이 이미 이질적인 음양으로 구성되었듯이 서로 정반대의 측면에서 종합해 보아야 온전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만이 옳다고 주장하여 억울해하고 투쟁하는 것은 이러한 이치를 모르는 무지의 결과이다.

또,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두 눈이 앞쪽에만 있는 것은 내 눈길이 바라보는 방향이 나의 세상이 된다는 의미이다. 내가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는 세상은 내게는 없는 세상이나 마찬가지이고 내가 바라볼 때 비로소 그 세상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진리도 내가 외면하면 나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기에 진리가 없는 어둠의 세상을 살게 된다. 우리는 각자의 독자적인 우주의 창조자로서 자기만의 맞춤형 세상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물리학의 ‘관찰자 효과’에 따르면 이 세상은 똑같은 조건에서도 누군가에게는 천국이 될 수도 누군가에는 지옥이 될 수도 있는 변화무쌍한 가능성의 바다라고 한다. 실제로 우리는 ‘제 눈이 안경이다’란 표현도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오늘 내가 겪고 있는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방향성의 드러남이다. 원망이 가득한 세상이라면 내가 그렇게 보고 있는 것이다. 감사함이 사라지고 서로 조화롭지 못하다면 맹점에 가려진 것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나는 어떤 세상을 펼쳐보았던가 돌아본다. 마음의 방향이 감사였는지 원망이었는지 검토하며 일상 속에서 0% 투정과 100% 감사를 실행하고자 다짐해본다.

11월 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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