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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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리는 모두 이어져 있다
  • 이원선
  • 승인 2022.08.02 20:40
  • 호수 12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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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화(법명 원선) 교도의학 박사·금빛한의원장
이정화(법명 원선) 교도의학 박사·금빛한의원장

한의학에서는 인간을 ‘정, 기, 신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정의한다.

정(精)이란 물질적 대사체로 그릇과 같은 물질 육체를 말하고, 기(氣)란 에너지 대사체로 유체를 말하며, 신(神)이란 정신작용으로 영체를 말한다.

그중 기(氣)는 정(精)과 신(神)의 매개자로 기가 없으면 어떤 생명현상도 일어날 수 없다. ‘기운이 있다. 없다. 기운이 막혔다. 기절했다. 분위기가 좋다. 기가 세다’ 등 기는 우리 삶에서 가장 바탕이 되는 근본적인 힘으로 기의 작용상태가 곧 생명이다. 이러한 기는 인체에서 진단과 치료의 중요한 근간이 되며, 기가 흐르는 통로를 경락이라고 한다. 경락은 대략 몸 안을 흐르는 12가닥의 정경(正經)과 몸 밖과 몸 안을 넘나들며 흐르는 8가닥의 기경(奇經)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생명의 근본 에너지 일부는 개별적인 육체 내부에서 돌지만, 일부는 몸 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물들에 닿아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은 후 다시 육체로 들어와 정경들과 교류하며 돌다가 다시금 외부로 이어지는 에너지의 흐름을 통해 여러 가지 생명현상들이 작동하여 생명이 유지된다.

다시 말하면 생명력인 기는 경락을 통해 에너지를 공급하여 나를 살아가게 한다.

경락을 밧줄에 비유하면 나를 구성하는 20가닥의 에너지로 된 밧줄 가운데 12가닥은 개별화된 나의 육체 안에서만 운행하지만, 나머지 8가닥은 수많은 외부의 사물들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맑은 숲속에 들어가면 정신이 맑아지고 두통이 사라지며, 술에 취한 사람 곁에 가면 직접적인 접촉이 없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그뿐인가! 가구 하나를 잘못 들여서 동티가 나는 경우도 있고, 집의 방향이나 지묘와도 상관관계가 있다.

흔히들 우리가 ‘육감’이나 ‘촉’이라는 것이 발동할 수 있는 이유이다. 심지어 텔레비전을 보면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연예인 가운데 누군가를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를 싫어하기도 한다.

우리는 어떻게 상대방의 상태를 느끼거나 반응할 수 있는가? 이어져 있어서 가능한 것이다. 이어져 있지 않다면 어떤 것도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다만, 우리의 감각이 인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남해의 섬들을 보자. 넘실대는 파도 사이에 제각각 무심하게 떨어져 있는 듯한 외로운 섬들이지만 바닷속으로 잠수하여 바닥의 길을 따라가면 모두가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된다. 바닷물이 가리고 있어 홀로 서 있는 섬 같지만 실은 우리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 지구 자체이다.

8월 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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