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의불가독식, 강자와 약자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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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불가독식, 강자와 약자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 전종만
  • 승인 2022.08.26 16:48
  • 호수 127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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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수학자 존 내쉬는 ‘내쉬균형’이라는 개념을 정립해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이 개념은 개인이나 기업이 어떤 행위를 했을 때 게임에서처럼 그 결과가 자신뿐 아니라 다른 참가자의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는 게임이론에서 출발했다. 기존의 게임이론은 한쪽의 이득과 다른 쪽의 손실을 더하면 제로가 된다는 비협조적 제로섬(zero sum) 게임을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한 개인의 삶에서도 나타나는데 어떤 이득이 생기면 다음에 이에 상응하는 손실이 생기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하여 결국에는 이득이 될 것도, 손실이 될 것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제로섬 게임은 경쟁과 협력이 혼재하는 인간 세상의 복잡한 측면을 설명하는데 한계가 있다. 존 내쉬는 여러 사람 이 참여하는 비 제로섬(non- zero sum) 게임에서도 항상 균형을 이루는 해법이 있다는 사실을 수학적으로 증명해냈다.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 대부분은 제로섬보다는 비 제로섬에 더 가깝다. 이는 양자 관계에서 대립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협력이라는 요소가 더해지기 때문이다. 서로 어떻게 대립하고 협력하느냐에 따라 모두 승자가 되는 포지티브 섬(positive sum)이 될 수도 있고 모두 패자가 되는 네거티브 섬(negative sum)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이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원가 100만원짜리 컴퓨터를 중고나라에서 40만원에 팔았다고 하자. 판매자는 원가보다 싸게 팔았지만 중고를 처리해서 좋고, 구매자는 싼 가격에 컴퓨터를 사서 이득을 보았으니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윈윈(winwin)’인 셈이다. 이렇게 비 제로섬 게임에서는 한쪽의 이득이 무조건 다른 사람의 손실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경제학의 원리처럼 원불교에서는 자리이타(自利 利他)의 심법(心法)을 강조한다. 자신도 이롭게 하면서 남도 이롭게 하자는 것이다. 동양학자 조용헌은 수백년 동안 명문으로 회자 된 집안들은 주변 사람들의 인심을 얻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흉년에는 땅을 사지 마라, 사방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는 경주 최 부자 집의 가훈에는 이익이 생기면 독식하지 않는다는 이불가독식(利不可獨食)의 지혜가 담겨 있다.

대산종사께서는 홀로 차지하지 않고 함께 나누는 것이 진정한 의로움이라고 하였고 소태산 대종사께서도 ‘십분(十分)이 다 뜻에 맞을지라도 그 만족한 일을 혼자 차지하지 아니하고 세상과 같이 나누어 즐기라’고 하였다. 이로움을 나누는 것은 강자와 약자의 갈등을 풀어가는 해법이 될 수 있다. 강자는 돈과 권력을 독차지하려 혈안이 되고 약자는 그런 강자에게 원망과 적대감을 갖고 맞서다 보니 함께 나누는 미덕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는 이미 100여 년 전 이런 사회문제를 간파하여 ‘강자 약자 진화상 요법’의 법문을 밝혀 주었다. 1928년 2월 서울에서 제자들에게 약자인 갑동리와 강자인 을동리의 갈등을 예화로 들며 약자가 점차 강자로 진화하고 강자가 영원한 강(强)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리이타법이 반드시 필요한데 약육강식을 하고 약자는 강자를 미워만 하다가 원수가 되면 서로 세세 생생 끊임없는 죄를 지어 고통만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였다.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와 COVID-19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승자독식의 세상으로 변모해 가는 요즘. 돌고 도는 이치를 깨닫고 의불가독식(義不可獨食)의 가르침을 되새기며 우리 모두 영원한 강자로 진화하는 지혜를 발휘해야겠다.

8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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