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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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에 대한 기대
  • 전종만
  • 승인 2023.01.12 09:57
  • 호수 128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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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꿈은 걸그룹 멤버였다. 시도 때도 없이 유명 엔터테인먼트 회사 사옥에서 걸그룹 시켜달라고 난리를 피우다가 끌려 나오기도 했다. 밤새도록 회사의 경비원들과 티격태격하다가 경찰이 출동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결국 그녀는 오디션장이 아니라 정신과 입원병동으로 오게 됐다. 자기가 걸그룹이 되지 못한 것은 춤과 노래 실력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떼를 덜 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그녀는 병동을 탈출할 기회를 호시탐탐 살피며 다시 회사를 찾아갈 궁리만 했다.  
조증 상태에서 금방이라도 걸그룹의 멤버가 될 것처럼 들떠 있던 그녀는 현실을 자각하며 끝도 모를 무기력에 빠져들었다. 조울병의 두 얼굴은 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며 그녀를 혼란에 빠뜨렸다. 열등감의 반작용으로 시작된 그녀의 욕망은 과대망상을 만들어 냈고 수년간의 치료를 통해 증상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그녀에게 걸그룹은 미망으로 남아 회사 앞에서 난동 피우던 그때를 그리워하게 했다.
어김없이 새해가 찾아왔다. 소원은 아니더라도 바람 하나쯤 갖는 시기다. 올해는 어떤 목표를 갖고 살 것인가 생각하다가 문득 그녀가 떠올랐다. 어쩌면 나의 바람도 사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그녀의 걸그룹같은 욕망은 아닐까. 하고 싶은 것. 누군가는 그것을 욕심이라고 한다. 성취는 또 다른 욕심을 낳으니 목적 지향적인 삶은 경계하라고 한다. 하지만 대종사께서는 일본으로 유학을 가서 문학박사 되겠다는 구타원 이공주 종사께 “생각을 넓혀 도덕박사가 되어 세계 전체여성, 더 나아가 일체생령을 제도할 생각은 없는가”라며 욕심은 없앨 것이 아니라 도리어 키울 것이고 작은 욕심을 큰 서원으로 돌리면 작은 욕심은 사라진다고 밝혀 주었다. 
정산종사께서는 “서원과 욕심은 비슷하나 천양의 차가 있나니, 서원은 나를 떠나 공(公)을 위하여 구하는 마음이요, 욕심은 나를 중심으로 사(私)를 위하여 구하는 마음이다”고 하였다. 개인적인 작은 욕심에 익숙한 우리에게 큰 서원은 너무 버거울지도 모른다. 서원은 삼독오욕을 버리고 불보살이 되려고 맹세하고 소원하는 것이라는데 아, 그 정도까지는 좀… 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계묘년 새해에는 그런 서원을 가슴에 품고 나도 불보살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보면 어떨까. 
1968년 하버드 대학 교수인 로버트 로젠탈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한 초등학교에서 전교생을 대상으로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한 반에서 무작위로 20%정도를 선발하여 선생님들에게 ‘지적능력이나 학업성취 향상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는 정보를 주었고 선생님들은 이 아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8개월 후 재실시한 지능검사에서 명단에 속한 학생들은 평균 점수가 더 높게 나왔고 성적향상도도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타인의 기대나 관심으로 능률이 오르거나 결과가 좋아지는 현상을 로젠탈 효과라고 한다. 올해는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로젠탈 효과를 누려보자. 계·정·혜 삼학공부를 지성으로 하면 학식이나 총명, 남녀노소 관계없이 견성도 성불도 가능하다는데 교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견성성불 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충만한 한 해를 만들어 보자. 우리 모두는 능히 그럴만한 충분한 자질을 갖고 있지 않은가.

 

 

1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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