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독권독한(獨權獨恨), 배은의 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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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독권독한(獨權獨恨), 배은의 인과
  • 전종만
  • 승인 2022.09.23 15:17
  • 호수 127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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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매일 저녁 9시. 수원교당 교도들은 밴드 라이브 방송으로 저녁 수행정진 시간을 갖기 위해 핸드폰을 앞에 두고 자리에 앉는다. 이 프로그램은 교무님 주관으로 단전주 선(禪)과 영주 독경, 대종경 합독과 경강 그리고 마음공부 책자의 상시일기 점검으로 이루어진다. 일일 시시로 자기가 자기를 가르치라 했던 솔성요론의 말씀처럼 하루하루 진행되는 수행정진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 교도들은 스스로를 가르치며 크고 작은 깨달음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평소 챙기지 못했던 상시일기 점검의 기회는 특별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다. 하루를 마치면서 내 일거수일투족을 유무념과 계문의 렌즈로 바라보며 몸과 마음에 밴 습관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 새삼 느끼곤 한다. 특히, 교당 공동 유무념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회용품 사용 안하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묵직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일회용 종이컵은 내부가 물에 젖지 않도록 폴리에틸렌 코팅이 되어있어 재활용률이 낮고 대부분 소각하거나 매립하는데 이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파괴가 일어난다. 카페에서 아무 생각 없이 들고나오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또한 마찬가지다. 플라스틱은 편의성과 효율성 때문에 보편화 된지 고작 70년 만에 지구를 집어삼키고 있다. 재활용이 가능한 20~30%의 플라스틱 중에 50%만이 재활용될 뿐 연간 1,3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로 흘러간다.

이 플라스틱은 물고기의 몸으로 들어갔다가 물고기를 섭취하는 인간의 몸으로 다시 들어오니 호리도 틀림없는 인과의 이치를 보여준다. 지구는 인간만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다. 이 푸른 별 안에는 100만 여종의 동식물들이 모여 살고 있으며 그들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소중한 생명체다. 그럼에도 인간이 지구 사용의 독점적 권한을 가진 것처럼 마구잡이로 개발하고 써버리고 더럽힌 탓에 이제 그 전횡의 폐해가 돌고 돌아 씻을 수 없는 한(恨)을 남기고 있다.

최근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이상 기후와 자연재해는 천지의 은혜에 배은(背恩)한 인류에게 엄중한 경종을 울린다. 올해 파키스탄에서는 대기 온난화로 인한 폭우 때문에 전체 국토의 1/3이 물에 잠기며 1,200명 넘게 숨졌고 유럽은 500년 만에 극심한 폭염과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며 프랑스, 스페인 등 곳곳에 대형 산불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끔찍한 재앙은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의 관계를 망각하고 지구 사용의 모든 권리를 독점해 온 인간에게 독권독한(獨權獨恨)의 진리를 일깨운다. 독권(獨權)은 사은에 대한 배은이고 배은의 결과는 독한(獨恨)이다. 병원 개원을 하고 얼마 되지 않아 직원 중 한 명이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큰 잘못을 하여 면담 후 특별한 절차 없이 해고한 적이 있다. 용서하기 힘든 잘못이었고 그것이 인도 정의에 어긋남이 없다고 판단해 당연히 그래도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 직원은 병원의 문제점에 대해 보건소에 민원을 넣었고 상당 기간 힘든 조사를 받아야 했다. 병원의 한 구성원으로서 그 역시 자기의 위치에서 나름대로 일한 노력이 있었는데 상벌위원회 같은 민주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면담만으로 해고 결정을 내린 내 잘못에는 병원이 내 것이니 내 뜻대로 해도 상관없다는 독권의 마음이 있었다. 세상의 어떤 권리에도 당연한 것은 없다. 동포은에 대한 나의 배은은 결국 독한의 인과로 나타났다. 권리는 독점할 때 한(恨)처럼 차가워지고 나누어 쓸 때 원만하고 훈훈해짐을 잊지 말아야겠다.

9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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