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공부인과 비공부인의 부부싸움
상태바
[칼럼] 공부인과 비공부인의 부부싸움
  • 전종만 교도
  • 승인 2022.12.21 07:12
  • 호수 128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울안칼럼
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전종만&nbsp;수원교당 교도<br>하나병원 원장

“왜 이제 들어와, 전화도 없이!”(부인) “보면 몰라, 일하고 왔잖아”(남편) “왜 짜증이야! 당신만 힘들어?”(부인) “당신이 집에서 하는 일이 뭐가 있다고 힘들다고 난리야!”(남편) “그럼, 당신이 내일부터 살림하든가!”(부인) “어디서 말대꾸야! 그냥 확 이걸!”(남편) “어, 그래 한번 해보자는 거지, 때려봐, 때려봐!”(부인) “관두자, 관둬!”(남편) “관두긴 뭘 관둬. 내가 지금 관두게 생겼어!”(부인) “이게 뭘 잘했다고 큰 소리야!”(남편) “그러는 당신은 뭐가 그렇게 잘나고 당당한데!”(부인) “입 안 닥쳐! 그냥 확 이걸!”(남편) “어, 그래 한번 해보자는 거지, 때려봐, 때려봐!”(부인)….

끝도 없이 돌고 도는 다툼의 악순환. 부부 사이의 이런 다툼은 어느 한쪽이 크게 잘못해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수십 년을 함께 살면서 잘못된 의사소통 방식이 만들어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다툼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것이다. 부부관계가 회복되려면 어느 한쪽이 개과천선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밑도 끝도 없는 다툼의 악순환 고리가 끊어져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셀리 킬패트릭은 결혼한 지 6개월 된 신혼부부와 18~24개월 된 부부를 대상으로 공감 정확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결혼한 지 18~24개월 된 부부가 6개월 된 부부에 비해 서로에 대한 공감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는 그 이유에 대해 함께 산 세월이 길다는 사실만으로 서로를 잘 안다고 판단하여 배우자의 생각, 감정, 행동에 반사적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런 습관에 젖게 되면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대신 ‘저 사람은 원래 저러니까’라는 식으로 대하게 된다. 오래 함께 산 부부일수록 이런 성향이 강해서 오히려 다른 사람에 비해 배우자를 더 모르고 이해도 못 한다는 것이다. 다툼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공부인은 비공부인과 부부싸움을 대하는 태도가 어떻게 다를까. 비공부인도 싸우고 난 후에는 자기성찰도 하고 반성도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난번 속상했던 일들까지 끄집어내어 싸움을 키운다. 반면 공부인에게 부부싸움은 그저 경계일 뿐이다. 경계가 오면 ‘아! 요란하구나’ 깨닫고 일단 멈춘다. 그리고 요란함은 단전(丹田)에 묻고 질문을 던진다. 도대체 뭐지?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가만히 들여다본다. 아! 마음이 이랬구나. 부인의 잔소리는 함께 하고 싶다는 절규였구나. 남편의 침묵은 나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으려는 노력이었구나. 이렇게 뭔가가 보이기 시작하면 다정한 말, 위로의 말이 나올 수 있다. 맑고 밝고 훈훈해지는 것이다.

혜산 전음광 대봉도께서는 “비공부인도 어떤 경우에는 삼학을 이용하나 그 때 그 일만 지나가면 방심이기 때문에 평생 공부상 진보가 없지마는 우리 공부인은 삼학을 공부로 계속하는 까닭에 법대로 꾸준히만 계속한다면 반드시 큰 인격을 완성할 것”이라고 하였다. 부부치료를 하다 보면 일시적으로 효과를 본 부부가 다시 관계가 악화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만난다. 일이 있거나 없거나 방심하지 않는 공부심을 놓아버리기 때문에 다시 습관 혹은 업의 수레바퀴에 깔리는 것이다. 삼학공부는 일이 있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 녹아들어야 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내 몸과 마음에 삼학부터 챙기자. 숨을 쉬고 손과 발을 사용하듯이 삼학공부가 나와 하나가 될 때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는 큰 인격도 완성될 것이다.

12월 23일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