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덕에서 온 편지]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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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에서 온 편지]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 유성신 원장
  • 승인 2022.08.31 21:41
  • 호수 1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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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에서 온 편지 17
유성신<br>서울교구 오덕훈련원 원장<br>
유성신<br>서울교구 오덕훈련원 원장<br>

조석으로 풀벌레의 울음소리가 사뭇 다르다. 짙푸르게 고조된 산새가 이제는 한풀 꺾인 빛으로 변화해 가며 극한 더위가 그 힘을 잃고 찬바람이 분다. 그래서인지 가을로 접어드는 문턱은 왠지 숙연해지며 안으로 고요하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계절인듯하다.

훈련원에 자주 드나드는 목줄 없는 은동이라는 개 한 마리가 있다. 사람을 보면 두려워하여 가족처럼 품어주었더니 친근해졌다. 하루는 어디에선가 닭을 잡아 와 텃밭 한 모퉁이에서 반쯤 먹다가 내 눈을 마주쳤다. 심하게 호통을 쳤는데도 그 후로도 날렵한 몸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날짐승을 잡곤 하였다. 이로 인해 사람을 두려워하는 원인을 짐작하게 되었고,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도 냉담을 하게 되었다.

한동안 보이지 않았던 은동이가 어느날 혼자 걷는 축령산 산책로를 앞질러 가고 있다. 나와 보조를 맞추며 호흡을 함께하고 있다. 잠시 멈추어 은동이를 부르니 가까이 와서 몸을 의탁한다. “사냥해서 먹는 것은 안 좋은 습관이야. 집에서 밥을 먹자”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나 알아듣지 못하는 짐승이라 불선업의 굳은 습관을 깨우치거나 고칠 리가 만무하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최령한 사람 역시 무지와 무명을 깨닫지 못하면, 그것에게서 벗어날 기약이 없다. 유럽은 지금 500년만의 가뭄과 폭염으로 강바닥이 드러나고 산불과 식수난의 어려움을 겪고 있고, 우리나라도 집중호우와 폭우로 인하여 큰 재해와 인명 피해가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기후 위기와 들불처럼 번진 전염병은 입을 차단하고 문밖출입의 자유를 잃어버리게 하였다.

우리는 그동안 편리한 물질문명의 감각에 중독되어 급행열차를 타고 또 다른 무엇인가를 지속해서 원하며 마음을 습관적으로 경영하고 있다.

플라스틱과 고철을 선호하고, 시멘트와 아스팔트 공간에 갇혀 살면서 자연의 맑은 공기와 흙, 나무의 자연 원료를 멀리하여 왔다. 그리고 식탁 위에는 육식 위주의 생활 방식으로 소, 돼지, 닭, 오리 등의 대량 생산은 전염병의 온상이 되어 헤아릴 수 없는 짐승들을 집단 폐사하여 땅에 묻었던 과오가 있었다. 인간이 욕망으로 향락한 무의식적 가치는 다른 수많은 생명체에게 있어서 인욕의 대상이며 희생양이 되었다.

내가 풍요롭게 넘치는 행복을 추구하는 사이에 북극의 빙하는 급속도로 녹아내리고 생태계는 파괴되어 인류는 지금 돌이킬 수 없는 문명의 위기를 향해 가고 있다.

이것 없이는 살아갈 수 없고, 불편함 속에서는 참을 수가 없고, 좀 더 크고, 쉽고, 빠르게 자극적인 맛을 추구하며 서로 공존해야 할 자연과 사람 유정과 무정의 세계가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구라는 생명공동체는 모든 인류와 동·식물 일체 생령이 더불어 공존해야 할 터전이다. 숲에서 쏟아지는 청량한 공기, 맨발로 흙길을 걷는 촉감, 스치는 바람의 느낌, 풀 끝에 매달려 아침 햇살에 쨍그랑 부서지는 찬란한 이슬 한방울에서 고귀한 생명 혼이 깃들어 있음을 보라. 산책길에 마주하는 바람과 햇살, 나무와 풀 한포기 그리고 자유롭게 하늘을 노니는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도 나의 친구가 된다.

제철에 익은 천혜의 탐스런 과일과 담담하고 풍성한 곡류 채소 등의 먹거리는 우주 천지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이다.

낙엽이 한잎 떨어져 흐르는 물에 맴돌고 있는 말간 개울물 위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을 고요하게 하면, 산천초목이 상생의 기운으로 함께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가?

추구하는 대상과 식습관 하나에서 인류의 미래가 달려 있고 죄와 복이 오고 간다. 다른 생명을 이롭게 하는 선업의 공덕이 있어야 호리도 틀림없는 진리계의 그물망이 우리를 보호하고 음조와 음덕을 입게 된다.

9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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