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Z세대의 마음공부] 원불교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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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의 마음공부] 원불교 비롯
  • 박시형
  • 승인 2022.10.26 13:21
  • 호수 1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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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Z세대의 마음공부10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박시형<br>강남교당 교도<br>서울대학교 연구교수

얼마 전, 여수에 있는 모 반도체 회사에 다녀왔다. 임원에게 특강을 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30여년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세척제를 공급하는 회사이다. 한국의 반도체가 발전하는데 드러나지 않게 이바지한 기업들이 많다는 것을 아는 기회가 되었다.

강의를 하기 전, 필자가 최근 시작한 ‘반도체 비롯’이라는 유튜브를 소개하자 어느 분이 왜 ‘비롯’을 붙였느냐고 물었다. 반도체 분야에서 종사하면서, 제자를 기르고 월급만 받은 것이 아니라, 반도체 제품을 만들고 파는 과정에서 다른 나라 사람들도 알게 되었고, 역사와 정치, 경제도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도체 연구를 위해서 양자역학, 열역학, 생명과학 공부도 하면서 우주의 신비나 마음을 느끼게 되었노라고 이야기하였다. 이것이 다 반도체에서 ‘비롯’된 인연 때문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회사 근무도 마찬가지다. ‘교수’가 따로 있냐, 회사에서 사원들과 일하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교수이지, ‘목사, 스님’이 따로 있냐, 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통해서 마음 쓰는 법도 같이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 성직자이고 마음 공부법이지”하였다. “물론 회사 일과 나의 생활이 분리될 때가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회사를 통해서 내가 성장하고 남을 돕고, 또 고객에게 좋은 서비스와 제품을 통해서 기쁨을 주고 경제적인 이익도 취하는 것이 바로 일류 인생이다. 회사가 바로 ‘플랫폼’이다. 회사는 누구 개인의 것이 아니다. 창업자는 사람들을 위한 플랫폼을 만든 것이고, 사람들은 이 플랫폼 위에서 자기 성취를 하고 세상 사람들과 은혜를 주고받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였다.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강의의 주제는 주로 한국 반도체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의 위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엉뚱한 대답을 하였다. 우리가 미국과 중국보다 앞서는 방법을 이야기하는 대신에 말이다. 미래는 우리가, 그리고 MZ세대가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것이 답이다. 미래를 잘 예측한 전문가는 드물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이 세상에 컴퓨터가 몇 대밖에는 필요 없을 것이다’라는 것이 컴퓨터 전문가의 대체적인 견해였다. 개인용 컴퓨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폰이 당시 기준으로 슈퍼컴퓨터보다 더 강력하게 진화할 것으로 예측한 전문가는 없다. 마찬가지로 AI가 이렇게 요즘 세상을 시끄럽게 할 것으로 예측한 사람은 불과 20년 전만 해도 없었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 원리가 있기는 할까? 이러한 질문에 필자는 ‘없겠지. 만약 있다면, 큰마음을 가지고 은혜를 주고받는 선한 마음이 항상 세상을 이끌어 가고 이기는 것이겠지’라고 답하였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이병철님과 소태산 대종사님을 대비시켜 보았다. 이병철님이 1983년 삼성이 DRAM을 시작한다고 선언한 후, 20년도 되지 않아서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를 달성하고 유지하고 있다. 이 사건은 단순히 반도체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한 국민의 정신을 바꾸고 과학 기술 수준을 통째로 바꾸었다. 1980년 초, 일본 회사들을 방문한 인텔이라는 반도체 회사가 DRAM를 포기할 정도로 일본이 압도하였다. 그리고 주도한 일본 회사는 100여년 전 청일 전쟁에서 청나라 해군을 궤멸시킨 주역 군함을 만들던 회사였다. 다른 나라를 짓밟는 대신, 반도체 기술로 일본 회사들이 DRAM 분야에서 자진 철수하도록 하고, 지금은 그들로부터 재료, 소재를 공급받아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일본 앞에서 쩔쩔매지 않고, 또한 민족의 열등의식에서 해방되도록 해 주었다. 역사상 유례없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소태산 대종사를 생각한다. 비참했던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마저도 적으로 두지 않고, 그들이 가진 생각을 고치고, 그들조차도 큰마음으로 끌어안고 끝내는 제자로 만들었던 ‘정신개벽’의 플랫폼이 이제 인류의 모든 곳에서의 ‘비롯’이 되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IT의 그림자, 자본주의의 그림자가 짙게 인류에게서 파고든다. 틱톡이라는 중국산 ‘동영상'이 10초에 생각을 전하라고 강요하고 있다. 느긋하게 이웃의 생각을 소화하고 배려하는 시간이 없다. 빠르게 만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스트레스로 잠도 못 이룬다. 이러한 그림자에 ’원불교 비롯‘이 빛을 줄 때가 온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10월 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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