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산책] 마음조각을 잃어버린 자리에 틔운 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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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마음조각을 잃어버린 자리에 틔운 싹
  • 김도연 교무
  • 승인 2022.12.21 07:19
  • 호수 128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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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8
마음여행-잃어버린 나의 마음을 찾아서 / 글.그림 김유강 / 오올

 

이른 아침, 무표정하게 자기 갈 길을 가는 사람들과 만원버스가 보인다. 이 와중에 주인공은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하늘 높이 노란색 풍선이 날아간다. 그때 주인공의 가슴팍에서 동그란 조각 하나가 뚝 떨어져 굴러가 버린다. 급히 뒤따라가지만 놓치고 만다. ‘마음을 잃어버렸어.’ 그 날 이후 주인공은 갖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없어져 버린 채 무기력해진다. 주인공은 결국 이대로는 안 되겠다며 마음을 찾아 나선다.

그렇게 시작된 주인공의 마음여행은 몹시 고단하고 힘들다. ‘그중 나를 제일 힘들게 했던 것은 외로움, 끝없는 외로움’. 이 부분에서 나는 잠시 멈칫한다. 올해 일반교도가 없는 삼척교당에 발령받아 가장 힘들었던 건 교당 교화를 위해 의논할 교도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었다.

다 포기하고 싶어질 때, 주인공은 주인을 잃은 마음조각들이 수십만 개가 모여 언덕을 이룬 곳에 다다른다. 그곳에서 찾은 주인공의 마음조각은 쪼그라들어서 구멍에 맞출 수가 없다. 주인공이 울기 시작하자 마음요정이 나타나서 말한다. “그렇게 슬퍼하지 않아도 돼. 마음이 작아진 게 아니니까. 네 마음자리가 커진 거야. 두려움을 지날 때, 조금씩. 고단함을 지날 때, 조금씩 말이야. 지금쯤 네 가슴에 씨앗 하나가 자리를 잡았을 거야.” 주인공의 구멍엔 어느덧 새로운 마음싹이 자라고 있다. 이 싹을 잘 가꾸면 여전히 마음여행이 어려울지라도 구멍에 딱 맞게 잘 자랄 것이다.

4월부터 강원대학교 삼척캠퍼스에서 객원 상담사로서 대학생들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학기 중엔 학점이 낮은 학생들 위주로 학습 상담을 진행했고, 방학엔 학사경고자 상담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상담하러 올 때마다 나는 바로 이 자리가 학생들의 잃어버린 마음이 쌓인 언덕과도 같은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마음조각을 다시 찾아갈 수 있다면, 그들의 빈 마음자리에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성심을 다했다. 그렇게 학생들의 내면을 보듬으며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웠다. 그러면서 내 마음자리도 자랐고 새로운 교화계획의 싹도 보이기 시작했다.

여러분의 마음자리는 수많은 경계를 만난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자랐을까? 그리고 그곳에 새로운 마음싹은 돋아나고 있을까?

12월 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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