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이런 말을 들었어. 처음 듣는 말이었어. 왜 그런지 말도 안 해 주고 혼자 가 버렸어. 눈물이 나올 것 같았어.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밥을 먹으면서 미워했어. 숙제를 하면서 미워했어. 신나게 놀면서 미워했어. 잠을 자면서 미워했어. 꿈속에서도 쉬지 않고 미워했어. 미움은 계속 자랐어. 점점 커지고 점점 힘도 세졌어. 드디어 내 마음이 미움으로 가득 찼어. 그런데 이상해. 하나도 시원하지가 않아. 언젠가 팔에 부스럼이 난 적이 있어. 자꾸 긁어서 점점 번졌을 때 내 손을 가만히 잡으며 엄마가 말했어. "신경 쓰여도 만지지 마. 그래야 낫는다.” 정말 그랬어. 미워하는 것도 그런 걸까? 가만히 기다리면 미움도 사라질까?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이상해. 싫은 사람을 자꾸 떠올리면서 괴로워해. 너는 지금 나를 미워하고 있을까? 나는…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기에 나를 비난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내 앞에서 직접 말하든 험담을 전해 듣든 비난은 화살이 되어 가슴에 꽂힌다. 억울하고 속상하고 화가 나는 만큼 내 마음에도 상대방을 향한 미움이 싹튼다.
그런데 사실 미워하는 것만큼 힘든 일도 없다. 반복적으로 그 사람이 했던 말과 행동을 떠올리면 화가 난다. ‘그때 이 말을 해줬어야 하는데!’라며 제대로 반격하지 못한 나를 떠올리면 원통하다. 그러다 보면 호흡이 불안정해지고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해진다. 미움이 몸과 마음을 괴롭게 하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가 미워지면 그 마음을 없애기가 참 힘들다.
그림책 속 아이도 눈앞에서 대놓고 나를 비난한 친구를 똑같이 미워하기로 선택한다. 쉬지 않고 온종일 정말 열심히 미워한다.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미움은 오히려 아이를 짓누르는 괴로움이 되어버린다. 누군가를 몹시 미워하는 것이 오히려 나를 괴롭게 만든다는 걸 알게 된 아이는 미움이라는 감옥에서 나오기로 선택한다. 그 순간 나를 미워했던 친구에게서도 자유로워진다.
나도 누군가를 미워했던 경험들이 있기에 ‘너를 미워하지 않기로 했어’라는 문장이 가슴에 콕 박힌다. 여러분은 어떤 문장에서 마음이 멈추었을까?
10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