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산책] 사과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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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 사과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
  • 김도연 교무
  • 승인 2022.09.15 13:05
  • 호수 12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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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산책5
고함쟁이 엄마 / 글그림 유타 바우어 / 옮긴이 이현정 / 비룡소 / 2005

엄마가 아침에 아기 펭귄에게 소리를 지르자 깜짝 놀란 아기 펭귄의 몸이 이리저리 흩어져 날아간다. 머리는 우주로, 몸통은 바다로, 날개는 밀림으로, 부리는 산꼭대기로, 꼬리는 거리 한가운데로 날아가 버린다. 남은 두 발은 흩어진 몸을 찾아 달리기 시작한다. 눈도, 입도, 날개도 없이 헤매다 몹시 지친 두 발은 저녁 무렵 사하라 사막에 도착한다. 그때 사막 위로 큰 배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엄마가 배 위에서 아기펭귄의 몸을 다시 모아 한데 꿰매고 있다. 마지막 두 발을 다 꿰매고 나서 엄마가 말한다. “아가야, 미안해”

엄마 펭귄의 고함으로 아기 펭귄이 받은 심리적 고통은 온몸이 파편이 되어 흩어져버릴 정도로 치명적이다. 두 발만 남아 막막한 상태로 흩어져버린 몸을 찾아 헤매는 아기 펭귄의 절망감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하지만 이런 고통을 보듬어주고 치유해주는 것 또한 엄마다. 엄마 펭귄은 자신의 고함에 흩어져버린 아기 펭귄의 몸을 찾아 열심히 꿰맨다. 그리곤 결국 어찌할 줄 모르고 사막에서 방황하는 마지막 두 발까지 찾아내서 꿰맨다.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 단지 최선을 다하는 부모만 있을 뿐” 그림책을 덮으며 상담심리학 지도교수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났다. 엄마도 서투를 수 있고 실수할 수 있다. 종종 경계를 따라 일어난 마음을 챙기지 못하고 자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자녀가 깊은 상처를 받았다는 걸 안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부모도 마음 아파하며 후회한다. 이때 필요한 건 자책이 아닌 사과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다. 진심 어린 “미안해”라는 한마디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준 자녀의 마음에 연고를 발라주는 것과 같다. 아기 펭귄은 엄마 펭귄의 고함으로 온몸이 산산조각 나는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엄마의 노력으로 다시 치유된다.

완벽한 부모가 없기에 그 어떤 이도 상처받지 않고 성장한 경우는 없다. 누구에게나 상처는 있다. 엄마 펭귄이 상처를 꿰매주고 사과하는 장면은 그래서 치유적이다. 울컥하게 만든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사과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가 있는지 살펴보자.

9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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