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일기] 진밭평화교당은 사드뽑고 평화심는 모두의 요구가 모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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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일기] 진밭평화교당은 사드뽑고 평화심는 모두의 요구가 모인 곳
  • 박석민
  • 승인 2022.08.20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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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 평화일기 10
박석민(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자문위원)
박석민(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자문위원)

‘평화의 성자’ 정산종사가 태어나 성지로 지켜오던 원불교가 성주군 초천면 소성리에 사드가 들어오는 것은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정당한 목소리가 철저히 짓밟혔다. 2017년 3월 11일,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한국 정부는 경찰과 군인들의 폭력을 앞세워 정산종사가 걸었던 평화의 구도 길조차 가로막았다. 교무님들이 진밭교에 무작정 주저앉으며 시작된 진밭평화교당이 5년을 훌쩍 넘겨 2천일을 맞는다. 진밭평화교당은 한반도 평화를 지키는 평화의 길목이자 사드 반대의 최전선이 되었다. 그동안 대통령이 세 번 바뀌었지만 ‘불법사드 철거, 한반도 평화 실현’을 향한 소성리와 김천 주민, 원불교의 투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최근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 있었다. 사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3불+1한’을 주장했고,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사드 배치는 한국의 국익과 주권사항이라며, ‘사드추가 배치 불가, 미국 MD 불참, 한미일 군사동맹을 체결하지 않는다’는 3불과 1한(사드포대 운용 제한)은 문재인 정부의 입장으로 인수인계 받은 바 없고, 국가간 협의나 조약이 아니라 계승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더 나아가 8월말까지 사드 운용 정상화를 서두르겠다고 했다가 중국을 겨냥하는 사드의 예민함 때문인지 ‘사드 기지 정상화’로 수정했다. 한미당국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사드로는 북의 핵과 미사일을 막을 수 없음이 수차례 밝혀졌다. 따라서 사드 한국 배치를 강력하게 반대한 중국은 “사드는 미국이 동북아시아에 박아 넣으려 하는 쐐기이며, 목적은 지역 정세를 교란해서 어부지리를 얻는 것, 사드 레이더는 중국 동부와 동북부 지역의 군사 활동을 감시하는 용도로 쓰일 수 있고, 한국은 친구(미국)가 건네준 칼을 절대 받아서는 안 된다(중국 환구시보 8월 9일자 사설)”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의 ‘3불’을 인수인계 받은 바 없다?” 국민 대다수가 사드로 인해 중국의 경제 보복 등을 경험했고, 이에 사드 관련한 한국 정부의 입장을 모두 알고 있는데도 이를 모르쇠로 일관하는 건 외교에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 게다가 “국가간 협의나 조약이 아니기에 계승할 이유가 없다?” 그러면 현재 소성리에 배치된 사드는 국가간 협의나 조약이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드 배치가 강행되고, 이후 부지 공여는 물론,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꼼수, 경찰을 동원한 공사 등 전 과정이 불법 그 자체다. 한미간 어떤 협의와 조약이 있었는지 관련 문서를 본 적도 없고, 아는 사람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중 외교장관 회담이후 대통령실이 서둘러 발표한 ‘사드 배치는 주권 사항으로 사드 기지를 조만간 정상화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주권 포기에 다름 아니다.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운 윤석열 정부에서 사드 철거와 한반도 평화를 실현하기 위해 더욱 절박한 시대적 투쟁 과제 앞에 서게 되었다.

사드 덕분에(?) 원불교를 만나게 되었다.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무시하고 원불교 평화 구도길을 공권력으로 막은 3월 11일은 3월 날씨치고는 너무 추웠다. 원불교는 이미 성주에서 242일, 김천에서 188일, 국방부앞에서 162일째 평화기도회를 진행하고 있었고, 1주일 후 전국에서 달려온 평화연대자의 투쟁으로 진밭평화교당을 열고, 오늘에 이르렀다.

2016년, 졸속적으로 사드 배치가 발표된 후 종로 보신각에서 개최된 원불교 평화법회에서 당시 민주노총 통일위원장을 맡고 있어 발언을 하게 되었는데, 하얀 법복을 입은 교무님, 교도들의 모습을 보면서 원불교 교리도 몰랐지만, ‘원불교는 평화’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

누군가 “원불교는 사드 투쟁의 로또”라는 말을 했다. 경박스런 표현이지만 동의했다. 한국 사회 주요 현안에 대해 한국의 많은 종교에서 진보적인 활동과 연대를 통해 적지 않게 도움을 준 것이 우리 경험이지만 사드와 같은 민감한 현안에 자신이 해결한 절대 과제로 삼은 종교가 원불교다. 그런 힘으로 사드 철거와 한반도 평화의 길을 열어가고 있으니 ‘로또’가 맞다. 전남 영광에 방사성 폐기장을 설치하려는 정부에 맞선 원불교는 올해 6월, 500번째 생명평화탈핵순례를 진행하고 평화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원불교 발상지인 영광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핵을 반대하고, 원불교 성지 소성리에서 전쟁무기 사드를 배치하고, 평화 구도 길조차 막은 정부에 맞서 성주 주민, 김천 시민, 평화연대자가 함께하는 것은 감히 원불교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요, 운명이라 할 수 있겠다.

진밭교 평화교당은 사드를 뽑고 평화를 심겠다는 우리 모두의 절실한 요구가 모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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