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일기] 소성리는 나의 기도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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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일기] 소성리는 나의 기도처입니다.
  • 박수규 대변인(사드철회성주대책위원회)
  • 승인 2022.08.15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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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 평화일기5

소성리는 나의 기도처입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간단하게 몸을 풀고 물 한 모금 마시고 나서 밭으로 나갑니다. 딸기 모종을 여기저기 살펴보며 묵은 잎을 따내고 시든 모종을 뽑아내며 한 발짝 한 발짝 나가다가, 온몸이 땀에 흠뻑 절고 시장기가 엄습해오면 오전 일과를 끝낼 시간입니다. 몸을 돌보고 딸기 모종은 돌보는데 마음은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일주일에 세 번, 소성리에 올라가는 날은 다릅니다. 다른 날보다 한 시간쯤 일찍 일어나면 몸은 조금 더 고달프지만, 마음 깊은 곳에 희미하게 감사와 기쁨이 자리 잡는 것을 느낍니다. 이 마음을 다독이며 30분을 달려가서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일이, 천성이 게으른 내가 누리는 기도의 축복입니다.

땅에도 공덕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곳 소성리는 2천여년 전 삼한시대에 이미 천신께 제사 지내는 땅, 소도가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의 국운이 다해가던 1900년에 정산종사께서 이곳에서 나셔서 일제의 수탈과 강압을 겪어내고, 신생국가의 운명을 놓고 열강이 다투던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 4.19 민중봉기와 5·16쿠데타로 군사정권이 들어서던 현대사의 격동기를 관통하며, 분열과 다툼이 아니라 일원세계로 나아가는 화합과 상생의 도를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1979년과 80년 그 엄혹했던 시기에 소성리에는 성주 최초로 농민운동의 씨앗이 뿌려졌었고, 그 주역들이 저녁마다 회관 마당에 불을 밝히며 지금 소성리 투쟁을 이끄는 마을 어르신들입니다. 이 흐름 속에 원불교 2천일 기도가 자리 잡고 있으며, 사드를 철거하는 그 날까지 진밭교를 지키는 사무여한의 깃발이 또 하나의 소성리의 역사가 되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우리는 불씨입니다.

사드를 철거하고 외국군대를 돌려보내고 한국군도 경찰도 물러가야 소성리에 평화가 회복됩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소성리의 평화로부터 시작됩니다. 조바심하지 않겠습니다. ‘순천자는 존하고 역천자는 망한다’고 했으니, 하늘의 뜻이 화합과 상생으로 만생명을 살림에 있고 다툼과 분쟁으로 생명을 억압하는 데 있지 않으니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전쟁 무기는 때가 되면 스스로 허물어져 없어질 것입니다. 그때까지 나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온기를 나누며 사랑하는 동지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나의 기도요 나의 공부입니다. 교무님들과 교도님들의 기도 원력에 감히 향불 하나 보태는 마음으로 두 손 모읍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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