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일기] 원불교 교도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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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일기] 원불교 교도가 되겠습니다
  • 김종희(김천시민)
  • 승인 2022.08.19 10:00
  • 호수 127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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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밭 평화일기9

원불교가 내 가슴에 와 닿았다. 1900년 음력 8월 4일에 정산종사께서 탄생하신 별이 쏟아지는 마을 소성리에서 원불교를 만난 지 햇수로 6년이다.

전쟁 무기와 평화의 양면을 말하는 군사패권의 욕망이 경상북도 성주군의 끝자락, 김천과 이웃한 작은 마을에 사드를 배치하였다. 사드 배치를 막고 달마산 구도길을 열기 위해 2017년 3월 11일, 늦겨울 추위가 하얗게 내린 진밭교 길 위에서 밤을 새워 합장하시던 교무님들이 어제 일처럼 선명하다. 경찰과의 대치 속에 교무님들이 앉아 계시던 길옆에 천막을 치고 ‘진밭평화교당’이라 이름 짓고 24시간을 지킨 하루하루가 어언 2천일이다. 교무님들 뒤에 앉아서 함께 기도하던 우리들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가슴 아린다.

비단 원불교의 성지라는 이유만으로 교무님들이 소성리 들판과 마을 길에서 평화를 외쳤을까? 온갖 수모를 겪으며 경찰에게 연행되면서도 일상이 된 소성리 주민들의 손을 잡고 중단없이 지금까지 견뎠을까? 광화문, 대한문, 국회 앞, 탈핵 순례길, 하청노동자 투쟁현장, 비정규직 노동자의 복직 투쟁현장 등 아픔이 있고 생사의 갈림길에 선 생명이 있는 곳에서 교무님들이 함께했다. 2017년 4월 26일 새벽어둠을 틈타 사드 발사대가 배치된 다음 날 교무님들은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으로 항의하며, 비폭력적이면서 결사적으로 사드 배치를 막아내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소성리를 지키겠다고 선언했다.

진밭교 꽁꽁 언 겨울바람에도 평화는 절대 얼지 않고 매년 봄 그랬듯이, 소성리 나무들은 가장 천천히 한 잎 한 잎 꽃잎을 다 피워냈다. 나무는 꽃을 피워내고 교무님들은 원불교는 평화요, 평화를 위해 존재하는 종교의 성지에 생명을 해하는 무기를 가져다 놓았으니 어떤 상황에서도 생명을 지키고 평화를 회복하는 기도를 하고 있다. 주민들의 고단한 삶에 정의어든 죽기로써 행하는 수행자의 모습으로 우리와 수행 정진하며 함께하고 있다.

‘없어서는 살지 못하는 관계가 있다면 그 같이 큰 은혜가 어디 있으리요’ <정전> 제2교의편 2장 1절 천지은의 말씀이 더욱 마음에 다가온다. 너무 떨려서 연필꽂이에서 자를 꺼내 밑줄을 반듯하게 그었다. 시시때때로 교무님들이 ‘소성리에서의 이 인연이 큰 은혜입니다’고 하던 말씀을 예사로 들었는데, 없어서는 살지 못하는 관계의 은혜 속에서 이제껏 내가 살아왔다니! 우주만물과 무수한 생령이 우리가 모두 한 기운 한 성체로 관계를 맺고 연결돼 살아있는 것이라니! 적어도 이곳 소성리에서 우리와 교무님들은 서로 없어서는 살지 못하는 관계임을 나날이 증명하고 있지 않을까! 그 순간 나의 기쁜 마음은 여름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커지기 시작했다.

8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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