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일기] 미안하고 고맙고 징하구로
상태바
[평화일기] 미안하고 고맙고 징하구로
  • 조은혜 교도(원불교환경연대)
  • 승인 2022.08.17 2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밭 평화일기7

아침 6시면 알람과 함께 벌떡 일어나 노트북을 켠다. 소성리 사드철회 종합상황실에서 중계하는 페이스북 생방송을 켜고 하루의 시작을 살핀다. 날씨가 궂지는 않은지, 반가운 얼굴들은 모두 밤새 안녕했는지, 새로운 이들은 누가 왔는지 살피며 강현욱 교무님 스트레칭 요가 안내 따라 아침 심고를 대신한다.

함께 하는 연대자들이 많은 날은 안심하고 게으른 자세로 깜빡 졸기도 하고, 출장을 가는 날에는 기차 안에서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해 소리만 듣기도 한다. 전파를 타고 날아오는 소성리 평화기도에 마음을 실어 한자리 보태는 화·수·목요일 아침 루틴이 일년이 넘었다.

습관처럼 일어나서 앉았다가 ‘아, 오늘은 휴일이지’하고 다시 잠을 청할 수 있는 날이 참 고맙다. 잠에서 깨어 페이스북 방송을 지켜보는 것만도 고단함이나 게으름에 거르고 싶은 유혹이 많은데, 매번 몸으로 지켜야 하는 이들의 신산함은 오죽할까.

원불교 평화기도회가 있는 매월 셋째주 수요일은 몸과 마음이 하나되어 소성리에 갈 수 있다. 자주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 인사하면 소성리 주민들은 “잊지 않고 찾아와 주어 고맙습니데이”하며 화답한다. 함께 평화를 지키고 있는 우리들의 덕담이다.

2017년 3월, 소성리의 차가웠던 봄날을 녹여준 평화연대의 열기와 오롯이 마음을 모아 평화한 기운을 모으던 기도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찬서리 맞지 말라고 원불교봉공회 천막을 치려다가 경찰들에게 빼앗기고 부서진 채 내팽개쳐졌지만 천막이 무너질 위험에도 흔들림 없이 앉아 목탁을 치던 원불교 교무님들, 범국민 평화행동에 참여한 연대자들이 인간 바리게이트를 자처하며 새로 작은 천막을 설치할 때의 절박함, 그리고 썰물처럼 연대자들과 경찰들이 빠져나간 폐허 같은 곳에 오롯이 남아 저녁 심고를 올리던 여여함.

그날로부터 꼬박 5년 6개월, 계절이 22번 바뀌어 2천일이 되어간다. 천일의 적공으로 12월 칼바람을 잠재우며 ‘평화는 얼지 않는다’ 불 밝힌 지 다시 천일이다. 소성리 할매들은 ‘참말로 징하구로’ 소리를 자주 한다. 누구에게는 지겹고 힘들다는 소리로 들릴지 모르지만 평화시민들에게는 ‘질기게 끝까지 사드 말고 평화’를 다짐하는 기도라는 걸 안다.

굽은 허리로나마 간절한 마음 보태고 싶어 코가 땅에 닿도록 아픈 허리 깊숙이 숙여 천일의 기도를 함께 하던 몇몇 어르신들은 이제 하늘에서 함께 2000일을 맞을 테고, 전국 각지에서 일상을 지키며 평화 심고를 올리던 도반들은 다시 소성리 진밭교에 모여들 것이다. ‘사드 없는 평화’를 보고야 말겠다는 기도로 맺어진 소성리 평화공동체는 여여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