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종교무의 길] 여러분의 선택지에 표준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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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여러분의 선택지에 표준은 무엇인가
  • 김도웅 교무(군종장교)
  • 승인 2022.08.31 21:44
  • 호수 127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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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교무의 길 36
김도웅ㆍ군종교구<br>제9공수특전여단<br>
김도웅ㆍ군종교구<br>육군훈련소<br>

올여름 비는 알 수가 없다. 비 소식이 없었는데 소나기를 만나 옷이 젖기도 하고, 우산을 챙겼지만 따가운 햇빛을 만날 때도 있다. 그래서 우산을 챙길지 안 챙길지 항상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얼마 전 육군훈련소 훈련병을 위해 군종카페 트럭을 운영하는 위문을 계획했다. 이 계획 총괄을 맡아 훈련병에게 심신의 안정을 주는 안전기도회와 냉커피를 제공하기 위해 군종부 가족들과 한 마음으로 준비했다. 위문 당일 새벽부터 움직여야 하는 고된 일이었다. 그런데 새벽부터 비가 줄기차게 내렸다. 부대로 가는 길, 마음은 점점 하늘과 같이 먹구름으로 가득해졌다. 일주일간 군종담당관과 각 종교의 군종병이 함께 준비한 것이 수포가 될 것 같았다. 비가 지금처럼 내린다면 카페 트럭을 움직이는 것은 위험한 일이기에 일정을 취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군종부 가족들은 일단 출발 장소에 모였다. 먹구름은 가득했고, 위문계획은 취소되기 직전이었다. 담당자로서 결정하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았다. 선택해야만 했다. 원불교 교무의 표준은 ‘일원상의 진리’이며, 사업에서는 공도(公道)를 지향(志向)한다. 우리가 하는 일이 사심 없는 바른 일이면 하늘이 도울 것이라 믿고, 계획대로 진행했다. 수분이 지난 뒤 훈련장으로 가는 길, 군종부 모두가 오로지 훈련병들의 안전과 위로를 위해 준비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빗줄기가 눈앞에서 점점 가늘어졌다. 그리고 훈련장에 도착하자 비가 멈췄다.

훈련병을 위한 안전기도를 올린 뒤, 한 사람 한 사람의 등을 토닥이며 시원한 커피를 건네주면서 진심으로 “수고한다, 애쓴다”를 연신 반복했다. 훈련병들은 깜짝 선물에 기쁜 표정이었고, 준비와 진행을 도운 담당관과 군종병들의 표정에서도 미소를 엿볼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었는데, 모두의 마음에 행복이 가득 찬 것을 느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황을 만난다. 그럴 때 표준이 없다면 헤매거나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되고 원망하기도 한다. 하지만 표준이 바로 서 있다면 어려운 상황을 만나더라도 원만히 해결된다. 당장 결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사필귀정(事必歸正)하는 이치가 있으며,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원망이 아닌 반성과 반조를 불러일으킨다.

원불교의 표준은 무엇인가? 바로 소태산 대종사께서 말씀하신 ‘일원상의 진리’가 그 표준이다. 모든 교도에게 생활과 분리가 되는 것이 아닌, 생활과 연결되는 일원상의 진리를 표준으로 삼는 것이다.

살면서 언제나 찾아오는 시험지와 선택지를 다른 사람들의 경험에 비추어 선택하거나 ‘될 대로 돼라’는 식의 선택은 올바른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지만, 진리에 바탕을 둔 표준은 반드시 복과 혜를 가져다준다. 여러분의 선택지에 표준은 무엇인가?

9월 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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