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울안이 만난 사람] 오래 산 것이 나의 무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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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안이 만난 사람] 오래 산 것이 나의 무게가 된 것 같다
  • 조경원 편집장
  • 승인 2022.09.15 12:09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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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교당 신축불사, 연타원 사연명 교무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37번 국도의 전곡대교를 지나자마자 우측으로 내려다보이는 곳에 은혜마을이 자리하고 있다. ‘어르신을 내 부모처럼 모시는노인전문요양시설 은혜마을은 전곡의 명품 요양원으로 이름을 드러낸지 오래다. 사회복지로 연천군민과 함께 상생상화의 소리를 내고 재건축을 통해 청정 도량을 갖춘 아름다운 전곡교당이 925일 봉불식을 앞두고 있다. 드넓은 도량에 들어서면 활짝 핀 코스모스가 반기는 곳. 전곡교당 사연명 교무를 만나 13년 교화 이야기를 들었다.

전곡교당 사연명 교무
전곡교당 사연명 교무

도량이 넓다. 마치 잘 꾸며놓은 공원같다. 평소 도량은 어떻게 가꾸는가?

교당과 은혜마을을 찾는 이들이 산책하거나 쉴 공간이 부족했다. 30분, 1시간, 1시간 30분 코스의 산책 공간을 만들자고 마음먹은 게 여기까지 오게 됐다. 당시 5사단 공병대장과 헌병대장을 만나 도와달라고 부탁해 장병들이 손수 돌담을 쌓았다. 그로부터 매일 아침 좌선을 마치고 아침 공양 시간까지 2시간 남짓 괭이와 호미를 들고 텃밭을 가꿨는데, 해를 거듭하면서 아름다운 정원으로 바뀌었다. 지금은 유채꽃과 코스모스가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정원이자 멋진 산책로가 됐다.

전곡에 오신지 꽤 오랜 세월이 지났다. 그때와 지금의 변화를 말씀해준다면?

산을 평지로 만든 전임 최정풍 교무의 정성을 이어받아 하루하루 살다 보니 지금에 이르렀다. 그렇게 13년을 머물렀는데 연천군과 군민이 은혜마을을 인정하고, 은혜마을에 원불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이곳에 입소하려면 꽤 오랜 기간을 대기해야 할 정도이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단지, 여기에서 오래 산 것이 나의 무게가 된 것 같다.

전곡교당 코스모스 꽃밭

교당 신축에 특별한 뜻이 있다면?

은혜마을 속 원불교가 아닌 ‘원불교 속 은혜마을’을 꿈꿔왔다. 기관 안에 있는 원불교가 아니라, ‘원불교 품 안에서 기관이 성장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서원을 세우고 10년을 기다렸다. 기관의 모든 활동이 교화와 연결되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어떻게 교화할 것인가의 일념으로 적공하다가 코로나19로 법회를 쉬는 기간에 건축을 시작했다. 그리고 종교를 떠나 모두가 드나드는 공간을 짓고 싶었다. 직원뿐 아니라 신부, 목사, 스님 등 이웃종교의 성직자와 신자들이 함께할 수 있도록 열린 공간으로서 문을 열고자 한다.

교화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직장과 종교 시설이 한 울안에 있으니 교화에 어려움이 따른다. 큰 숙제이다. 직원 채용 면접 때 인성교육이 있다는 것과 교육은 원불교 교무님이 진행한다는 것을 알린다. 직원의 80%가 입교했지만, 교당 건축으로 인해서 남은 직원들에게도 스스로 마음이 녹아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이번 봉불식은 큰 의미가 있다. 봉불식의 기운으로 모두가 제자리를 찾고, 감화되길 염원한다. 마음을 살리고 인성을 키우는 교화를 준비하고 있다.

불사를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역대 전곡교당 교무와 열쇠교당 교무들이 함께해서 기관과 교당 유지·발전에 큰 도움이 됐다. 교당 건축을 시작하고 한참 손이 필요할 때 함께할 도반이 오지 않아 어려움이 있었지만, 재가 교도(유진아 사무국장)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바람이 있다면 교화를 전담하는 교무가 함께하면 좋겠다.

봉불까지 도와주신 분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9천여평의 부지를 희사한 최운전 교도·박자은 대호법 내외와 정재를 희사한 서울교당 박성봉 교도·정은숙 대호법 내외, 최준명 종사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전국에서 보내주신 이름 모를 건축 성금으로 벽돌 한장 한장을 쌓아 봉불을 이뤘다. 건축하면서 큰 스승을 만난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

교당을 찾은 후진에게 ‘평범한 삶인가, 비범한 삶인가’를 묻는 사연명 교무. “도문에 들어선 이상 우리는 이미 비범한 삶을 살고 있다”며 “어떤 어려움도 이겨내는 후진이 되자”고 따뜻한 격려와 손길을 내민다.

9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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