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잘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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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잘 씁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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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17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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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무의 ‘유림산책’儒林散策 (32) | 박세웅(성호) 교무(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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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다니던시절, 유학과의 한 교수가 수업시간에 “공자·맹자·주자 등 성인들의 말씀은 참 좋은데 그래서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자는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파고들면 쉽게 답을 찾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필자는 그 교수의 말을 듣자마자 노트에 다음과 같이 적었던 기억이 난다. '원불교의 훈련법이야말로 대종사가 새 시대 주세불이요, 이 회상이 천여래 만보살의 회상인 확실한 이유이다.

'2019년 전산종법사의 신정절 법문 주제는 '마음을 잘 씁시다'이다. 취임사에서 밝힌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것으로 여겨진다. 법문을 보면 한 가지 의심이 든다. 성문(成文)으로 된 법문에 이례적으로 <정전> 상시훈련법 원문이 그대로 담겨 있다. 왜 그랬을까? 그 본의를 생각해본다.


대학원 시절 '상시훈련법 프로그램개발'을 주제로 석사 논문을 구상하고 있었다. 관련된 선행연구를 살펴보고 사회에서 유행하고 있던 프로그램들을 가져다가 상시훈련법에 대입시켜서 누구나 쉽게 상시훈련을 할 수 있게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그러던 중 석사 논문이 마무리될 무렵, 그동안 간과하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됐다.


'상시훈련법 6조가 이미 완벽한 프로그램이구나. 우리가 그동안 프로그램이 없어서 상시훈련을 못 했던 것이 아니라 대종사가 이미 밝혀준 훈련법 그대로를 한 조목 한 조목 실천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구나.' 신정절 법문에 <정전> 상시훈련법 원문이 그대로 담긴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을까? 어쩌면 당신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 전에 먼저 원문으로 돌아가 하나씩 하나씩 실천해보자는 간절한 메시지가 담겨 있는지도 모른다.


공자는 “제자는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나가서는 공손하라. 행실을 삼가고 믿음이 있게 하며, 널리 사람들을 사랑하되 어진 이를 가까이하라. 이를 행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한다(<논어>, 학이 :子曰弟子入則孝하고 出則弟하며 謹而信하며 汎愛衆호되 而親仁이니 行有餘力이어든 則以學文이니라).

공자는 제자들이 갖춰야 할 덕목으로 효·공경·언행신중·신뢰 등을 말씀하고 이를 통해 인(仁)을 실천할 것을 독려한다. 그리고 마지막에 이를 다 행하고도 남는 힘이 있으면 글을 배우라고 한다.


이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필자는 공자가'실천해 보지 않으면서 글을 배우는 것'과'실천해 보면서 글을 배우는 것'의 차이에 대해 말씀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만큼 한 번이라도 사실적으로 실천해 보는 것이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상시훈련법을 실천해 보지도 않고 글로만 공부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려는 사람에게 경각심을 주는 말씀이다.


전산종법사는 이제는 '실천하는 근기'와 '실천 안 하는 근기'만이 있다고 말씀한다. 대종사가 훈련법에 모두를 여래로 만들고자 하는 대서원과 대자비와 대경륜을 담아 너무나도 쉽게 밝혀 놓아서 상근기라 할지라도 결국 이 법대로 밖에 할 수 없고, 하근기라 할지라도 결국 이 법대로 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산종사는“인생은 훈련을 통해 거듭나게 되고, 그것은 바로 마음의 혁명이며 도덕의 부활이다. 대종사님의 훈련법은 전성(前聖)의 미개척지를 개척한 구세제중의 활법이다. 따라서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의 2대 훈련법으로 정신의 자주력을 얻고, 사리에 연구력을 얻고, 작업에 취사력을 얻어서 육신의 기질 변화가 되어야 새 천지 새 역사가 시작된다”고 말씀한다.


우리 교단에서 이 훈련법이 살아나야 산 종교, 산 교단, 산 도인이 나오게 될것은 자명하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전산 종법사의 새해 일성(一聲)이 각자가 이루고자 하는 서원이 되고, 교단이 만들고자 하는 문화가 되면 좋겠다.


“상시훈련법, 이것은 원불교에서만 들을 수 있는 창조적인 후천 개벽문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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